"정말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어요."
유승준은 밝았다. 19일(현지시간)칸에서 만난 그는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 잠시 말을 가다듬지 못했다.
유승준은 지난 17일 성룡, 권상우와 함께 영화 '12차이니스 조디악 헤즈' 프로모션을 위해 제6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성룡 소속사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승준은 지난해에는 성룡과 함께 베를린국제영화제로 참석했었다.
유승준은 이틀 동안 성룡과 함께 중국, 대만, 홍콩, 포르투칼, 독일, 프랑스 등 수많은 외신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마제스틱 호텔에는 유승준과 인터뷰하기 위한 해외언론들이 줄을 섰다. 스타뉴스는 국내언론 중 유일했다.
비록 유승준은 이번 영화에서 큰 역할은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깜짝출연"이다. 그럼에도 외신들의 관심은 컸다. 물론 성룡의 영향력이 컸다. 그래도 이제 시작하는 배우 유승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왜 일까?
-성룡 전용기를 타고 칸영화제를 찾았는데 소감은 어떤가.
▶그냥 이번엔 놀러왔다.(웃음) 형님(성룡) 영화에 카메오처럼 짧게 출연했다. 권상우는 메인이지만 난 그렇게 큰 역할이 아니다. 형님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출연했다.
('12차이니스 조디악 헤즈'는 세계 각지에 흩어진 12지상을 성룡의 팀이 찾는 이야기. 성룡과 권상우 등이 세계 각지를 돌며 악인들과 대결을 벌인다. 유승준은 해적으로 짧게 등장한다)
-당계례 감독의 드라마 '악비' 촬영 중이라 무척 바빴다는데.
▶드라마가 60부작이라 시간을 쉽게 낼 순 없었다. 그래서 내 분량은 일주일 동안 다 찍었다. 악역이고 작은 역이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다.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맨 오브 타이 치'에도 출연하는 등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키아누 리브스한테 총 맞고 바로 죽는다.(웃음) 올 하반기에만 4편의 영화를 찍는다. 그 중에 하나는 성룡과 함께 한다. 영화를 함께 했던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추천을 계속 해줬다. 이제 연기를 시작하고 공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자로서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대병소장'에서 철부지 왕자 역이었는데. 연기가 좋긴 했지만 악역이었다. 이번에도 악역이고. 조연과 악역으로 소비되는 건 아닌지.
▶견자단도 40살이 될 때까지 악역이었다. 비로소 피울 수 있을 때는 연륜과 내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는 중이다. 내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유승준의 '가위' 같은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바로 죽는 역할을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하는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험이고 공부인 것 같다.
-성룡과 같은 소속사가 된 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인연이 됐나.
▶2002년에 성룡이 월드컵 조추첨을 위해 한국에 왔었다. 그 때 어딘가 로비에서 나를 봤다고 하더라. 내가 댄서와 매니저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는데 인사를 안했다더라. 에이, 내가 얼마나 성룡 팬인데. 봤으면 인사를 했겠지. 그런데 방송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뒤 성룡이 나중에 내가 중국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한국지인과 함께 봤다더라. 왜 나오느냐고 한국지인에게 물었는데 그동안 겪은 일들을 설명해줬다더라. 성룡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도와줘야겠다며 한국지인에게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만나 일을 함께 하게 됐다.
-중국에서 처음 일을 했을 땐 사실 잘 풀리지 않았었는데.
▶맞다. 뭔가 빨리 일이 진행됐으면 싶었는데 진행이 잘 안됐다. 한류 후광도 없었고, 4~5년 공백기도 있었으니. 아내와 두 아들(지효(6),지안(1))도 함께 데리고 중국에 왔기에 정말 절실했었다. 일주일 동안 금식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금식기도가 끝나는 날 성룡에게서 연락이 왔다. 울었다. 성룡이 전화가 와서 운 게 아니라 기도에 대한 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요즘은 무엇을 위해 기도하나.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도할 것도 같은데.
▶(잠시 말을 못 잇다가)그 때 그 일이 있은 뒤 한국이 내게서 너무 멀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변명 밖에 되지 않고. 아직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 입국 자체가 안된다. 언론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여러 시선들이 존재하고 그래서 변명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중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고. 고난을 통해 새로운 큰 꿈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제는 완전히 신인 같다. 예전의 야수성을 되찾은 것 같다.
(유승준은 국적포기에 따른 병역기피 논란이 인 뒤 한국에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법무부는 2003년 6월 유승준이 예비 장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입국하는 것만 허락했었다. 당시 입국장에는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중국어로 연기를 하면 아무래도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래서 한국영화를 너무 하고 싶다. 한국말로 연기하고 싶다. 한국말로 연기하면 날아갈 것 같다.
(유승준은 이 대답 이후 잠시 숨을 골랐다)
-중국에서 활동을 하는데 중국배우도 아니고, 한류 후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로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게 됐을까. 지금도 해외언론들이 인터뷰하려고 줄을 서고 있는데.
▶그런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성실이라고 할까. 어떤 현장에서도 불평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인 연기자로 시작했다. '대병소장'을 한 감독님이 다른 감독님에게 소개시켜주고, 그 감독님이 다른 감독님에게 추천해줬다. 많은 분들이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인생의 굴곡이 있는 게 연기자로서 더 자양분이 될 것도 같은데.
▶내 인생에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일이 있고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 힘들고 상처를 받아도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너무너무 행복하다.
-아내의 영주권을 위해 미국 시민권 신청을 했다가 한국에서 큰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되면 아내 탓을 할 법도 할텐데.
▶아내와 15살 때 만나 22년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내는 내가 가장 어리석을 때 그 모습을 지켜봤고, 내가 남자로서 가장 매력있을 때도 봐줬고, 가장 힘들었을 때도 곁을 지켜줬다.
-성룡이 유승준에게 큰 은인이 됐듯이 누군가에게 그런 은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많은 후배들이 중국활동 문의를 해온다. 권상우도 지금 성룡 회사와 계약을 맺어 같이 활동하게 됐다. 후배들에게 내가 조금만 더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도 하고, 또 어떤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유승준에게 가족과 성룡은 어떤 의미인가.
▶성룡은 말 그대로 용이다. 그의 영향력이 엄청나고 또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마이클 잭슨에게 초청받아 그의 집을 찾은 적도 있었다. 할리우드 유명스타들도 만나봤고. 그래도 성룡처럼 자신에게 철저하고 겸허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에게 나 역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족은 내게 마지노선이다. 일보다 더욱 중요하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가 사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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