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열 "내 생애 가장 억울한 네가지는.."(인터뷰)

이경호 기자  |  2012.05.21 06:50
김기열 ⓒ사진=이동훈 기자

2012년 다양한 소재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그들 가운데 최근 시청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김기열(31)이다.

김기열은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중 하나인 '네가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교무회의'에서 선생님 역할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고 있다.

김기열은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2007년과 2010년에 KBS 연예대상 우수 아이디어상과 최우수 아이디어 상을 수상했다. 개그 아이디어 하나 만큼은 재목이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공부의 신' '그냥 가~' '까다로운 변선생' '나쁜 남자' '범죄의 재구성' '뿌레땅 뿌르국' '이층의 악당' '잠복근무' 등 다양한 소재의 개그 코너로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물론 이 중에는 단명한 코너도 있었다. 그래도 김기열은 개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2012년 '네가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기열은 지난 1월부터 막을 올린 '네가지'가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좋다고 부끄러워했다.

"길을 걸어 갈 때 주변에서 알아보시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반겨주셔서 정말 좋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는 만큼 행동거지를 항상 조심하고 있다. 김기열은 아직 멀었다. '네가지'가 올해 말까지 하면 지겨워서라도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알아주실 거 같다. 잘 됐으면 한다."

'네가지'는 김기열 외에도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이 함께 하고 있다. 김기열에게는 이 코너가 다른 이들보다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동안 여러 코너를 했지만 요즘처럼 신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현재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와 '교무회의'에 출연 중인 그는 두 코너의 차이점에 말한다.

"'네가지'는 처음부터 제가 짜서 한 코너다. 물론 제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처럼 잘 되는 느낌이다. '네가지' 멤버들하고는 오래 알고 지내 친해서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교무회의'를 할 때는 '저거 해야된다'고 하고, '네가지' 할 때는 '우리거 해야 된다'고 말한다."

김기열은 '네가지'에서 자신의 겪은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가만 보면 다른 이들보다 억울한 일도 참 많이 겪었다. 그에게 '내 생에 가장 억울한 네가지'를 물었다.

"억울한 일은 참 많았다. 그 중 가장 억울한 거는 중학교 때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 차가 훼손 됐는데, 그 범인이 저라고 했다. 까불까불한 이미지에 아이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제가 지목됐다. 일주일 동안 수업을 못 들었고, 정말 억울해 결국 울었다. 저는 정말 아니다."

그는 아직도 그 수학 선생님의 이름이 기억난다며, 그 때 그 선생님이 제일 미웠다고 토로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기열에게는 누가 들어도 억울한 일이 또 있었다. 미안하게도 웃을 수밖에 없는 억울한 일이다.

"두 번째는 치한으로 몰린 적이 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여성의 뒤에 서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여성의 치마 속을 찍고 도망갔다. 그 여성은 제가 그런 줄 알고 오해하셨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여성분이 고개를 돌리는 반대편으로 도망갔는데, 진짜 억울하다. 세 번째는 짠돌이라는 오해다. 사실 저 그렇게 짜지 않다. 저보다 잘 버는 친구에게는 얻어먹고, 저보다 못 버는 사람에게는 베푸는 게 제 철학이다. 네 번째는 게이설이다. 억울해서 회사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게이라고 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 분들께 혹시라도 인기 얻을까 싶었던 욕심이 화근이었다."

김기열 ⓒ사진=이동훈 기자

웃어야 할 지 위로해야 할 지 헷갈리는 김기열의 억울한 사연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들을 언젠가 개그 소재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래도 감추고 싶은 부분은 있지 않을까.

"감추고 싶은 부분은 없다. 더 부각됐으면 한다. 저는 주로 집에 있는 편인데, 요즘에는 밖에 돌아다니려고 한다. 길을 지나갈 때 뒤에서 '김기열이다'고 하는데, 앞으로 저를 보시면 그렇게 더 많이 언급하셨으며 한다. 그런 게 실화니까 개그 소재로 써도 될 거 같다. 공감도 더 갈 거다. 요즘에는 인기 많다고 하는데, 앞으로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김기열은 자신의 색깔은 흰색이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색깔이 없다고 투정을 부린다. '인기 없는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캐릭터가 뭐에요"라고 말했다.

"인기 없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캐릭터가 없다. 그래서 김기열의 색깔은 흰색이다. 아직 색깔이 없는데, 앞으로는 진한 색깔을 입고 싶다."

요즘 개그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김기열은 케이블 채널 SBS 플러스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출연 중이다. 이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개그 코너로 인사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어떤 개그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김기열의 개그는 자학하는 분위기도 없잖아 있다. 개그 소재라고 하지만 동정심을 건드린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네가지'를 하면서 왜 웃으며 하느냐고들 하신다. 자학이라는 말은 오해다. 제가 다른 멤버들 처럼 진지하게 하면 저를 정말 불쌍하게 보실 거다. 장난하면서 하냐는 말도 들었는데, 그런 건 아니다. 웃음을 주려고 하는 거지 장난으로 하는 건 아니다."

김기열 ⓒ사진=이동훈 기자

그는 얼마 전 '개그콘서트'에서 자신이 직접 연예 기획사를 설립했고 밝혔다. 이후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실감해야 했다. 현재 개그맨 이종훈이 소속 연예인으로 있는데, 한 회사 대표로 누구를 섭외하려고 할지 궁금하다.

"개그맨 박영진을 끌어들이려고 2주 동안 이야기 했다. 박영진이 '거, 의 상하겠네'라고 했다. 그래도 지금 마음이 조금 기운 거 같다. 저희 회사는 행사를 깔끔하게 진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면 나중에 뭘 해도 잘 된다. 개그맨 김경진도 관심이 있다고 하는데, 박명수 선배님의 소속사다. 그의 영입에 대해 신중히 생각한 적은 없다."

최근 연예 기획사 설립까지 한 김기열, 일만 하고 사는 건 아닐까 싶어 연애 전선에 대해 물었다. 연애전선은 흐림이다.

"연애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 2010년 초반까지는 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없다.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낙천적인데 소심하다. 지난해 말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 여성분이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 만났을 때만 해도 서너 시간을 만났는데, 다음에 또 보자고 하고 연락이 없다. 빵빵 웃었던 분이다."

이런저런 개그를 다 해봤지만 그래도 특별히 하고 싶은 개그가 없을까. 김기열은 음악개그를 한 번 꼭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수입이 괜찮다며 웃는다.

"음악개그도 하고 싶고, 꽁트 형식의 개그도 해보고 싶다. 제가 몇 개 코느를 짜서 방송에 나갔는데, 2주만에 없어진 코너도 있다.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신나는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신나는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김기열. 그는 자신이 하는 코너가 웃겼으면 좋겠다는 개그 철학을 밝혔다.

"제가 웃기던 안 웃기던 제가 하는 코너가 시청자를 웃겼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 안 웃긴 거를 고집하기보다 제가 한 발 물러서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게 제 개그 철학이다.

김기열은 현재 자신이 출연중인 케이블 채널 SBS 플러스 월화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종영하면 새 코너로 시청자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 제가 했던 개그와 색다른 개그를 현재 구상 중이다. 신선한 느낌의 개그를 찾고, 생각 중이다. 없는 그림을 꼭 보여드리겠다."
김기열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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