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배우 정석원(27)에 이런 코믹한 면이 있었다니.
최근 동시간대 1위라는 막판 역전승을 이루며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 드라마틱한 반전만큼이나 정석원이 선보인 우용술 캐릭터 또한 그의 연기에 있어서 최고의 반전을 선보였다.
정석원은 '닥터 챔프'와 영화 '짐승' 등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오작교 형제들'과 영화 '사물의 비밀'에서는 부드러운 남성미로 여심을 사로잡았었다. 그의 코믹 연기는 '옥탑방 왕세자'가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석원 또한 "우용술의 매력은 반전에 있다"라며 공감했다. 그는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약간 바보 같은 모습이나,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와서 낯선 곳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다채로운 면모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우용술, 실제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
정석원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남자답고 강한 인물이지만 양반들의 칼에 부모들이 살해당한 아픔을 겪은 우용술은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준 왕세자에게 절대 복종을 했다. 여기까지 보면 보통의 사극에서 충성심 강하고 우직한 심복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쯤으로 흔할 법 한 설정이다.
그러나 우직한 우용술이 현대로 오면서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의 모습에 놀라 칼을 휘두르고,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에 '전하'라며 절을 하는 엉뚱한 상황은 진지한 우용술의 캐릭터와 만나 더 큰 웃음을 선사했다.
"대본을 읽어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멋있어도 군대에 가면 다 똑같지 않나. 잘난 사람도 배고프면 초코파이 하나에 목숨 건다. 저는 우용술을 보면서 그런 상황을 생각해 봤다. 과거에 정말 우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현대로 오면서 뭘 해도 어리바리할 수 없는 것. 그런 것을 캐릭터에 접목 시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우용술은 시청자들에게 정석원의 다른 면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이 '반전'이라고 불렀지만, 정석원은 "사실 우용술은 실제 저의 모습과 닮았다"라고 고백했다.
"많이 닮았다. 대학교 신입생 때, 군대에서 갓 이병이 됐을 때, 액션 스쿨에 갓 들어온 모습들을 생각 하면 딱 우용술이다. 어리바리하고 반응도 늦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에선 눈빛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회전문 보고는 당황하고. 그런 상반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또 제가 해병대 자부심도 강해서 선배한테는 절대 복종해야 된다는 생각에 실수하면 당황도 많이 했고. 그런 모습들이 우용술과 비슷하더라."
"성숙한 외모 탓에 우용술 못 맡을 뻔"
운이 좋게도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정석원의 감춰진 끼와 재능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러나 그의 캐스팅은 역할 중 가장 마지막에 이뤄졌다. 그 이유는 실제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는 정석원의 외모 탓이었다고.
외모로 인한 오해(?)를 풀고 우용술 역을 꿰찬 정석원. 그러나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보기엔 코믹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도 뒷이야기가 없는 장면이 없을 정도란다.
"한 겨울에 한지만, 박유천, 최우식, 이민호와 제가 트럭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있었다. 너무 추웠다. 몇 시간 동안 추리닝 한 벌 입고 라면을 10개 넘게 먹어야 했다. 제가 웬만해선 잘 참는데 그땐 너무 힘들어서 화가 다 날 것 같더라. 그때 한지민씨가 한방 핫 팩도 나눠 주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도 처음 호흡 맞추면서 친해졌다. 오므라이스나 박하사탕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도 쉽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있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화면에선 금방 지나는데 실제 촬영은 몇 시간씩 걸렸다."
정석원의 '허당' 우용술 만큼이나 도치산 역의 최우식과 송만보 역의 이민호는 이번 작품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톡톡히 했다. 세 사람은 늘 뭉쳐 다니면서 엉뚱한 에피소드들로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매 촬영마다 웃음을 참는 게 일이었다고.
"우식이랑 민호 때문에 웃겨서 혼났다. 대본에 없는 걸 해버리니까. 송만호가 '자 갑시다'하면서 제 엉덩이를 치는 장면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애드리브를 하면 너무 웃음이 나왔다. 박하가 맞선본다고 할 때 우용술이 이층 난간에서 울면서 보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는데 두 사람 때문에 너무 웃겨서 결국 못했다. 오죽하면 감독님이 촬영할 때 '웃지 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였다."
"'옥탑방 왕세자' 이후 어린 팬 늘어난 것 실감"
정석원은 '옥탑방 왕세자'로 달라진 이미지 덕에 어린 팬들이 많이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사실 젊은 팬들이 별로 없었다. 우직한 역할을 주로해서인지 누님이나 어머님 팬들이 많았는데 우용술 이후 어린 팬들이 좋아해 주더라. 또 일상생활에서 뒷북치면 '나 오늘 용술이 됐다'라는 표현도 쓰는 걸 봤다. 확실히 어린 팬이 많아 진 걸 실감한다."
'옥탑방 왕세자'는 수목극 대전에서 '더킹 투하츠'와 '적도의 남자'를 누르고 최후의 승자로 깜짝 놀라움을 안겼다. 정석원 역시 "이번 수목극들은 다 재미 있었다"라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1위로 끝나게 돼 신기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교를 졸업한 기분이다. 친구들이 학교 다닐 때는 짜증을 내는데 졸업하면 슬픈 그런 느낌. 배운 것도 많고 배우랑 스태프들과 정말 친해졌다. 동시간대 1위 종영은 정말 신기하다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 따라갈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기대는 많이 안 하고 최선을 다해야지라고만 생각했다. 이번처럼 수목드라마가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는 일이 별로 없지 않나. 저도 초반에 각 드라마 1편을 다 봤다. 그런데 다 너무 재밌더라. 이거 난리 나겠다 싶었다. 모든 드라마가 한 번씩 1등도 했고, 저희끼리 대회를 벌인 것 같기도 하다. 재밌었다."
우용술로 깜짝 변신을 시도, 성공을 거둔 정석원은 이후에도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생각중이다. 우용술 이랑은 또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축구를 해도 경기장마다 이동하면서 하지 않나. 마라톤을 해도 한 장소에서 뛰면 다른 장소를 찾게 된다. 저도 다른 산, 다른 바다에 가보고 싶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싶다. 이번에 '옥탑방 왕세자'를 하면서 사극도 재밌을 것 같더라. 해보고 싶지만 더 내공을 쌓아 도전할 생각이다. 정석원 하면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말이 나올 때 까지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