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고기 CF도 거절했는데"②

영화 '연가시' 이하늬 인터뷰..채식주의 논란에 답하다

김현록 기자  |  2012.07.02 14:26
ⓒ임성균 기자 tjdrbs23@


<①에서 계속>

-요새는 집안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겠다.

▶바뀌긴 했지만 걱정하시는 건 똑같다. 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그래서 언제 은퇴하니?' 하는 분위기랄까. 미스코리아 나가서 비키니 사진 떴을 때는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시기도 했다. 허락 받고 나갔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되신 거다. '내 딸 비키니를 전국민이 보다니' 이런 식의. 그땐 '진정하세요' 그랬다. 제가 그 정도 마음의 준비도 안 하고 나가진 않았거든요.(웃음)

비교적 큰 사건 없이 지내왔는데도 늘 조마조마하신가보다. 지금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 하시니까. 나이가 더 들어도 비슷할 것 같다.

-최근 9년간 채식주의였다면서 방송에서 고기를 먹었다는 논란을 겪었다. 촬영을 위해 입에 넣었다 뱉었다고 해명은 했지만 분위기가 묘했다.

▶사실 채식하는 게 스스로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게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채식한다고 하면 늘 부연설명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어머니도 늘 다른 분들에게 '얘가 까탈스러워서가 아니라 소화가 어떻고' 하고 설명을 하셨다. 그땐 '엄마가 왜 그걸 설명해?' 하고 물으면 '보시기에 곱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논란이 된 2009년 프로그램 찍을 당시에도 채식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도 고기 먹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고 요구하실 만큼 채식 자체에 호의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칭찬 들으려고 하는 채식이 아니고, 손가락질 한다고 그만 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시엔 '안 먹은 게 맞는데…'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더라. 다만 어떤 분들이 보시기엔 상대적으로 저를 믿으셨기에,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 그러신 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미스코리아 입상 후부터 채식임을 쭉 밝혔다. 문제가 된 2009년 케이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앞서 해명한 적이 있었고. 프로로서 하는 일이 개인적인 생각과 부딪히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너무 속상하더라. 지인들이 쫑파티에서 밥 안 먹는다고 '캐나다에선 고기 잘 먹더니' 농담을 하는데 평소라면 '안 먹었어요' 하고 말았을 텐데 마음이 어렵고 그랬다. 제가 고깃집까지 가는 걸 꺼리는 게 아니어서 평소 친구들이랑 고깃집 가서 친구들은 고기 먹고 저는 야채쌈 먹고 그랬는데, 친구들이 너 이제 고깃집도 못가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드라마 '불후의 명작'도 요리사 캐릭터라 닭고기 먹는 장면이 있다. 채식 하면 고기를 입에 넣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 거다. 그 때도 고기는 입에 넣었다가 뱉고 다른 걸 이용하고 했다. 문제가 된 방송도 지인이 먹는 걸로 대체하면 안되겠냐 했는데 협찬 등이 있으니까 제작 여건상 곤란하다 해서 그 장면만 촬영하고 했다. 그 즈음엔 돼지고기 CF가 들어왔는데 결국 못한 적도 있다. 변명하거나 오해를 풀려고 하는 것 자체에 회의가 들다가도 그만큼 내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 인터뷰에서 채식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데.

▶나는 내 생각대로 산 거고 이게 내 생활 반경에 제약을 주는 건가 생각도 든다. 저는 자유로운 사람이고, 또 나약한 사람이다. 채식하시는 분 중에 가죽을 안 쓰는 분도 있다. 저는 거기까지는 또 못할 것 같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정한 것이다. 신념이 바뀌면 채식도 바뀔 수 있는 거고, 혹시 아이를 가져서 호르몬이 바뀌고 막 고기가 먹고 싶다는데 허벅지 찔러가면서 고기를 안 먹고 싶지는 않다. 너무 먹고싶으면 기자님들한테 전화하고 먹겠다고도 이야기했다. (웃음)

-많은 생각이 들었겠다.

▶9년 전 저와 지금의 저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정신 못 차리고 또 변하고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이하늬스럽게, 이하늬답게 최대한 그런 점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제가 생각했던 것, 생각했던 삶을 잘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채식도 그런 게 아닐까. 눈 가리고 아웅하고 그러려는 게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런다고 얻는 게 있는 것도 아니다. 효리 언니에게는 고맙다고 했다. 저야 늘 변함없이 해왔던 건데 요 근래 이슈가 돼서 그렇다. 언니 덕에 채식에 대한 선입견들이 많이 없어졌다. 마치 트렌디한 사람들이 하는 좋은 행위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부분이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 중심을 갖고 쭉 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늘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고 바꾸다보면 내 마음도 다치고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는 거다. 단적으로 드러난 게 채식이지만 풍파가 있어도 중심을 지키고 살아가고 싶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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