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연출 조남국)가 월화극 1위 자리를 꿰차며 인기 속에 17일 종영을 맞는다.
'추적자'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나,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던 MBC '빛과 그림자'에 밀려 2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빛과 그림자'가 종영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무서운 '뒷심'을 보여줬다.
톱스타도 없고 로맨스도 없는 소박한 드라마 '추적자'는 처음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탄탄한 극본과 제작진의 뛰어난 연출력, 연륜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결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돌렸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 '추적자'의 시청률 20% 돌파와 1위 종영은 드라마 관계자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남기고 있다.
◆ 연륜 있는 배우들의 건재함 증명
'추적자'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것이 '톱스타가 없는 드라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끌어 모을 만한 뜨는 스타가 없다는 점은 극 초반,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추적자'는 이 같은 우려와는 반대로 연륜 있는 중견 배우들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딸 수정(이혜인 분)과 아내 미연(김도연 분)을 잃은 형사 백홍석 역의 손현주와 대통령을 꿈꾸는 무자비한 남자 강동윤 역의 김상중은 명불허전의 콤비 호흡을 선보였으며 서회장 역의 박근형은 카리스마 넘치는 대기업 회장은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 줬다.
정의로운 검사 최정우 역의 류승수, 홍석의 외로운 싸움을 지지해준 황반장 역의 강신일의 강직한 연기가 극에 힘을 더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서지수 역의 김성령, 야망으로 똘똘뭉친 신혜라 역의 장신영, 가족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지원 역의 고준희 등의 여성 캐릭터들은 의외의 반전으로 극의 흐름을 전환시켰다.
남녀, 주조연을 막론한 배우들의 호연과 열정은 한 번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는 '추적자'가 경쟁작 '빛과 그림자' 종영 이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며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톱스타 없이 탄탄한 스토리로 승부
'추적자'는 탄탄한 스토리와 극본의 힘을 보여줬다. 끊임없이 좌절하는 백홍석이 위기를 타파하고 권력과 돈을 쥐고 있는 강동윤을 이기는 과정이 통쾌한 반전으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를 선보였다.
1998년 MBC 베스트극장 공모에서 '설사약 권하는 사회'로 당선하며 드라마 작가로 발을 디딘 박경수 작가는 SBS '카이스트', KBS2의 시트콤 '동물원 사람들', MBC '내 인생의 스페셜', '태왕사신기' 등의 집필에 함께 했으나, 단독으로 극본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 이번 작품으로 배우들과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추적자'는 때론 슬픔을 때론 분노를 자아내는 치밀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딸과 아내를 잃은 백홍석이 식구들의 숟가락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으면서 대중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연설하는 강동윤의 모습은 소름이 끼쳤다.
'추적자'는 특히 백홍석의 딸이 죽은 데 관여한 인물들이 홍석의 절친한 주변인들로 설정되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동윤의 죄가 밝혀지려 할 때마다 의외의 사건들이 홍석의 앞을 가로 막아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홍석의 친구인 윤창민(최준용 분)이 끝까지 가녀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수정에게 약을 주입했으며, 신혜라가 희생자로 나서 신지수의 죄를 대신 쓰고 자백을 하고,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조형사(박효주 분)의 생명을 두고 위협하는 등 절체절명의 순간에 일어난 반전들은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 대사 하나하나가 어록..시청자 사로잡은 명대사
'추적자'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어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다. 특히 오랜 세월과 역경을 딛고 기업을 세운 서회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조언들, 백홍석의 가슴을 에는 대사, 알면서도 설득당하는 강동윤의 연설 등이 드라마
서회장은 아들 서영욱(전노민 분)의 자존심을 '미친년 꽃'에 비유, 강동윤을 향한 질투가 자칫 자신을 망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내 말 잘 들어라. 자존심은 미친년이 머리에 꽂고 있는 꽃과 같다. 얼굴을 만지고 때려도 하하 웃던 애가 머리에 꽃을 만지면 살쾡이로 변해서 덤비더라. 사람들은 머리에 하나씩 꽃을 꽂고 산다. 아무 쓸모없는데도 제 몸보다 중요하다고 착각하고 사는 게 하나씩 꼭 있다. 너한텐 그게 자존심이다."
"대통령이 모라꼬? 로마로 치자면 평민들이 뽑는 호민관 아닌가. 이 나라는 고 위에 원로원, 집정관, 황제가 있데이. 한오그룹 경제연구소에 전화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몇 퍼센트 떨어뜨려서 신문에 내라. 충청으로 발전소도 옮긴다캐라. 조동수 그놈아도 정치 돌아가는 게 어떤 건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나."
딸의 죽음과 오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홍석으로 열연한 손현주는 "나는 수정이 아버지니까"라는 명대사와 더불어 드라마 속 새로운 '국민 아버지'에 등극했다.
특히 "우리 미연이 꿈은 가을이 되기 전 거실에 커튼 바꾸는 거였다. 우리 수정이는 전교 석차 50등이 꿈이었다. 내 꿈은 내년에 적금 타면 우리 수정이 방 도배해 주고 침대 바꿔주는 거였다"라는 그의 말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또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 여부를 떠나 자수할 의사를 밝히며 "나 우리 수정이 재판 다시 해야 합니다. 수정이 어릴 때 흙장난 좋아했는데, 얼굴에 묻히고 온 흙 내가 다 닦아 줬습니다. 우리 수정이 이름에 더러운 게 너무 많이 묻어 있습니다. 재판 기록엔요, 우리 수정이가 원조교제하고 마약한 아이로 돼 있잖아요. 힘들어도 해야죠. 우리 수정이 이름에 묻은 더러운 것들 아빠가 닦아 줘야죠"라고 딸을 위해 끝까지 갈 각오를 절절하게 드러냈다.
강동윤 역으로 대통령 후보로 분한 김상중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조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연설을 들었다면 표를 던지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언젠가 처제가 그러더군. 사랑에 있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정치도 그렇지. 먼저 찾아가면 지는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누군지 아냐. 그 누구도 먼저 찾아갈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난 참모와 상의하지 않는다. 국민 여러분과 상의해 왔다. 내가 지켜야할 약속은 참모들과 약속이 아니다. 새벽녘 시장통에서 제 손을 잡아 주시던 할머니, 두 개 남은 빵 가운데 하나를 나눠 주신 독거노인. 제가 이 강동윤이 그들의 부모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년 소녀 가장. 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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