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수식어 보다는 이제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김기범(25)이다. 안방극장에서 이제 그를 보는 게 낯설지가 않다.
김기범은 한 때 슈퍼주니어 멤버로 가요 무대를 종횡무진 했던 아이돌 가수다. 하지만 이제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 연기자 샛별이 됐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편견을 딛고 연기에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보여준 모습보다 한결 가볍고 유쾌하게 안방극장에서 활약했다. 덕분에 소녀팬들 뿐만 아니라 누나팬들의 마음도 훔쳤다.
김기범은 '아이러브 이태리'에서 금은동과 황민수 역을 동시에 맡았다. 방송 초반 잦은 상반신 노출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노출신으로 이번 드라마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전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노출신 보다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게 힘들었다. 지난 2월 말부터 거의 두 달 가까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감독님 생각과 제 생각이 달랐다. 초반 촬영이 어려웠지만 이후 즐겁고, 편하게 했다. 촬영 할 때 대본이 조금 일찍 나왔으면, 캐릭터 연구를 더 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그는 지난해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박팽년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전에 자신이 출연했던 현대극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연기자 김기범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김기범은 이번 '아이러브 이태리'에서 스스로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전 작품에서는 극중 캐릭터, 인물적인 걸 잘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는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로 다가가려고 했고, 극중 인물의 매력, 성격 등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잠깐 방송(드라마)을 쉬었다. 잠시 쉰 것도 극중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것보다 김기범이 연기한다는 평이 있어서 이를 바꿔 보려고 했다."
김기범은 '아이러브 이태리'에서 박예진과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박예진과 첫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박예진이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면서 보여줬던 달콤하고 살벌했던 그 느낌 그대로는 아니었을까.
"사실 NG가 많지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고 간다는 생각이었고, 예진 선배도 그래 보였다. 촬영은 편했다. 예진 선배 첫 인상은 '패밀리가 떴다'에서 본 느낌과 달랐다. 털털하고 말도 잘 해주셨다. 제작진과 출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는 먼저 건배도 해줬다. 그 덕에 촬영하는데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김기범은 '아이러브 이태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뺨을 맞는 장면을 손꼽았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이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써니힐의 주비에게 뺨을 맞아 턱이 탈골돼 병원까지 갔다고 밝혔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 때 굉장히 강했던 한 방이다. 주비씨가 연기가 처음 해서 의욕이 넘쳐 강하게 한 것 같다. 뺨 맞고 'OK' 사인이 있었지만 저는 곧바로 병원을 가야했다. 다음 신을 촬영할 수 없었다. 사실 주비씨와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첫 촬영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 서로 난감했다. 하하하."
주비에게 뺨을 맞았던 건 하나의 에피소드였다고 웃어 넘겼지만,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에 노출신이 있어서 운동까지 했다. 하지만 노출신은 극 전개에 따라 해야 됐고, 식단 관리를 했다. 닭 가슴살 먹으면서 몸 관리를 했는데, 배고프면 연기가 잘 안 되고, 배고프고 졸리면 아무래도 예민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아이돌 그룹 가수에서 연기자로서 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기범. 노래를 하는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아쉬운 말을 남겼다. 당분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여러 작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제게 너무 맞지 않는 역할이나 작품이 아니라면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저는 이제 막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 최근 '아이러브 이태리'에서 은동으로 14살 소년을 소화했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연기를 할 것 같다. 앞으로 변신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연기에 욕심을 내는 김기범은 진심을 담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게 자신의 철칙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저는 연기를 할 때 상대의 눈을 마주치면서 한다. 카메라가 저를 잡지 않아도 대사를 할 때는 그렇게 하는 편이다. (상대) 눈을 보면서 연기하는 게 극중 상황이나 저의 표현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다."
연기자로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서의 활동이 기대되는 김기범. 지난 2010년 연극 '낮잠'에 출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 또 한 번 연극무대에 설 계획은 없을까.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많이 배웠다. 허진호 감독님과 배우들, 함께 한 시간이 재밌었다. 연극도 꾸준히 하고 싶다. 연극도 나름대로 힘든 게 많다. 나중에 설 계획도 분명 있다. "
2004년부터 이듬해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2'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자 김기범은 어디까지 왔을까?'라고 물었다.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을 떄가 2004년이다. 이후로 '반올림2'에 출연했다. 하지만 제가 연기자로서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렸을 때는 연기를 좋아한다고 확신은 했지만 왜 좋아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와 '아이러브 이태리'의 촬영장에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대본 보느라 힘들었는데 그 때 느꼈다. 배우를 왜 해야 하는지 촬영장에 있으면서 알게 됐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