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뮤비사전등급분류 반대 왜? "현장을 몰라"

길혜성 기자  |  2012.08.08 10:19
영등위 홈페이지 오른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전과 후의 표시사항


오는 18일부터 실시될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인터넷에 오를 뮤직비디오 및 티저 영상에 대한 사전 등급 분류가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은 "90년대 초 의상과 머리 염색을 검열 받던 시대로 돌아가는 듯 하다"란 의견을 보이는 등, 대부분의 가수 및 가요 기획사들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이번 정책 실시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선정적 혹은 폭력적인 뮤직비디오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취지 아래 이번 정책을 실시하는 영등위는 지난 8일 "등급 분류는 검열이 아니라 연령별로 적절한 등급을 부여하고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분들에 내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비디오물 등급 분류는 14일 내 처리하도록 돼있지만 보통 5일에서 7일이면 결과가 나온다"라고 밝히며 가요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영등위의 입장 표명에도 가요계의 불만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영등위의 뮤직비디오 및 티저 영상에 대한 사전 등급 분류 실시가 요즘 가요계의 현실을 간과한 상태에서 탄생된 정책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여러 면에서 탁상공론에 의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먼저 가요계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티저 영상은 홍보 및 프로모션과 깊은 관계가 있는 산물들이다. 그렇기에 대중에 공개하는 시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가 새 음반을 낼 경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음원 및 음반 발표 앞서 멤버 9명의 티저 영상을 차례로 공개하며 팬들의 관심을 높인 뒤, 음원 공개와 함께 뮤직비디오 본편을 선보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새 정책이 실시되면 기존의 이러한 방법들은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티저 영상은 공개 직전까지도 편집을 바꾸는 경우가 잦다. 그만큼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사전 등급 분류가 적용되면 적어도 5일 전에는 티저 완성본을 영등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더 좋은 아이템이 생각나도 해당 티저를 공개하기 위해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가요 관계자들이 영등위의 "보통 5일에서 7일이면 결과가 나온다"란 말에도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영등위는 또 방송사의 심의를 거쳐 방영된 뮤직비디오의 경우 따로 인터넷용 사전 등급 분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곁들이며 가요 관계자들을 생각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실시되고 있는 방송사의 등급 분류에 따라 전파를 탄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릴 때는 영등위의 별도의 심의 없이 '등급, 방송일자, 뮤직비디오를 방영한 방송사' 등만 자막으로 함께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가요계 현실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는 평가다. 요즘 티저 영상 및 뮤직비디오는 대부분 방송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먼저 공개된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나올 티저 및 뮤직비디오는 영등위의 인터넷용 사전 등급 분류도 꼭 받아야 한다. 이에 가요 관계자들은 이제 방송사 뿐 아니라 영등위 심의도 꼭 챙겨야할 상황에 놓였다.

이번 정책 실시와 관련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가수 및 가요 관계자들의 스스로의 위축이다.

영등위의 인터넷 뮤직비디오 및 티저 영상에 대한 등급 분류 결과는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나뉜다. 가수 및 기획사는 특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지나 않을까 염두 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팬덤의 주축인 아이돌그룹의 경우 티저 및 뮤직비디오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시, 활동 및 프로모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처음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영등위의 등급 분류 결과를 놓고도 가수 및 기획자가 반발하는 경우도 분명 생길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티저 및 뮤직비디오 공개 시점은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게 된다.

여기에 국내 티저 및 뮤직비디오의 경우, 등급 분류 심의를 신청할 때마다 영등위에 1만원씩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만약 소녀시대가 아홉 멤버의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 본편을 차례로 선보일 경우, 영등위에 총 10만원을 줘야한다. 물론 작은 돈이지만, 새 정책을 내놓으며 이제 또 하나의 심의를 받아야하는 대상이 된 기획사가 수수료까지 내야하는 상황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가요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여러 면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양측의 가요계 현실을 고려한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향후 기획사가 만든 뮤직비디오 및 티저 영상은 사진 및 메이킹 영상을 제외하곤 뮤직사이트 및 유튜브 포털 등 인터넷 그 어느 곳에 올리든 먼저 영등위의 등급 심의를 먼저 받아야한다. 영화처럼 사전 등급 분류가 실행되는 것이다. 모바일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사이트가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다.

영등위는 심사 신청 뒤 등급 분류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7~1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 처리 기한은 최장 14일이다. 등급 분류를 하는 주체는 7인으로 구성된 영등위 위원회 비디오물 등급분류 소위원회다. 소위원회 위원은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게 영등위의 설명이다.

등급 분류 신청은 시행 일주일 전인 이달 13일부터 가능하며, 표시 의무는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에게 있다. 등급 표시 시간은 30초 이상이다. 영등위의 사전 등급 분류를 거치지 않은 뮤직비디오를 온라인에 올릴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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