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 영화 두 편이 여름 성수기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연쇄 살인범과 이웃 주민들의 대결을 그린 '이웃사람'과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장기밀매사건을 다룬 '공모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박스오피스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잔혹 스릴러의 성공 신화는 지난 2008년 개봉한 '추격자'에서 시작됐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한 '추격자'는 개봉 당시 50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기 힘든 장면들이 다수 있음에도 '추격자'의 흥행은 거침이 없었다.
잔인해도 '너~무' 잔인했기 때문일까. '악마를 보았다'는 이병헌과 최민식, 김지운 감독의 의기투합했음에도 전국 18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약혼자를 살해한 살인마에게 죽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복수를 하는 이 영화는 인육을 먹는 장면, 부모와 자식 앞에서 단두대에 묶여있는 모습 등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장면들이 스크린을 채운 '악마를 보았다'는 일부 관객에게는 견디기 힘든 '악마 같은' 영화였다.
물론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바라던 관객들에게는 환호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두 배우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고어물을 떠올리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의도에도 상당히 부합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의 취향과는 간극이 있었다.
'악마를 보았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아저씨'는 시체가 즐비하게 등장하고 원빈이 칼을 잡을 때마다 피가 낭자하는 잔혹 스릴러임에도 '악마를 보았다'와는 다른 결과를 얻었다. '아저씨'는 전국 617만 관객을 모으며 '추적자'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물론 미남배우 원빈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저씨'는 화면이 주는 잔인함 뿐만 아니라 장기매매, 아동 불법 노동 등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정신적인 잔혹함까지 느끼게 한다. 많은 관객이 잔인한 장면으로 인한 공포와 현실에 대한 분노를 함께 느꼈다.
'황해'는 '추격자' 패밀리의 귀환에도 226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1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앞선 영화들에 비하면 '이웃사람'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민망해지는 수준이다. '이웃사람'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폭력 수위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은 미성년자를 납치해 살해한다는 소재 때문이다.
'이웃사람'은 잔혹함 대신 심리를 조이는 공포를 택했다.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스산한 분위기에 왠지 무엇인가 튀어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이웃사람'의 분위기는 공포영화의 공식과 닮아있다.
'공모자들'은 '이웃사람'에 비해 수위를 높였다. 보통의 비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약간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장기밀매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묘사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장기 밀매단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시체 하나 등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나 '공모자들'은 폭력적인 장면이 주는 공포보다는 장기밀매라는 소재가 주는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중국행 크루즈에서 장기밀매가 이루어진다는 설정이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 중 아내가 장기밀매단에 붙잡혀 장기를 적출당한 사건을 연상시켜 더욱 오싹함이 든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웃사람'과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공모자들'이 희비가 엇갈리는 잔혹 스릴러 흥행사에 새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가을이 다가오는 늦여름, 두 스릴러 영화가 관객들의 마지막 더위까지 책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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