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옛 소리가 귀를 감싼다. 원숙한 알 그린(Al Green) 아저씨의 노래도, 부드럽고 달콤했던 샘 쿡(Sam Cook)의 목소리도 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2012년이 아니던가. 분명 새로 건네받은 CD를 꽂았는데 오디오 속 노래는 시간을 거슬렀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 나얼의 새 음반에서 반갑게도 추억을 찾았다. 잊고 있었던 옛 소리다.
분명 1960~70년대 소울음악을 재현해 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나얼은 멜로디가 살아있었던 그때 그 시절로 모든 감각을 집중했고 예전의 소리를 되찾았다. 귀를 관통하는 따뜻한 아날로그의 소리가 감미로운 나얼의 음색과 자연스레 감돈다.
음악이 가진 힘, 그중 지친 이들에 휴식과도 같은 존재가 돼주는 음악이다. 즉, 휴식과 위로, 그리고 풋풋한 옛스러움이 공존했다. 음원차트가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가요계에서 유독 튀는 음악, 경건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음악과 보컬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룬 수작이다.
나얼의 첫 솔로음반 'Principle Of My Soul'은 그의 일기장과도 같다. 부드러운 나얼의 음색을 타고 꼼꼼하게 배치된 소울의 깊은 소리들이 자리 잡고, 숨 막히는 소울풀 발라드에 가슴 뭉클한 편안함은 앨범이 플레이되는 내내 교차되고 있다.
1960~70년대부터 1990년대 소울 음악까지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나얼 만의 분명한 음악은 귀를 자극한다. 부드러움과 흥겨움이 묘하게 섞인 음반에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음악보다 옹골차고 단단한 나얼 만의 향이 짙게 풍긴다. 추억의 풋풋함('바람기억')부터 흥겨운 추억('기억리듬')까지 장르도 넘나든다.
소울의 편안한 소리가 곳곳에 뿌려 졌다. '미싱 유'(Missing You)에선 달달한 첫 사랑의 느낌을 담았고, '러브 던(Love Dawn)'은 느리고 편안한 사운드에 전자음도 입혔다. 소울과 R&B 고유의 색깔을 고루 섞은, 풍성한 소리가 앨범에 담겼고, 노래마다 목소리란 옷을 바꿨다. 나얼의 음악적 고향을 찾은 듯한 음반이다.
나얼의 전달력도 묘한 힘을 지녔다. 한껏 힘을 뺀 듯 하지만 부드러운 음색이 주는 감성은 오히려 강력한 힘이 더해져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내공이 느껴지는 묵직한 목소리다. 흔들림 없는 그만의 소울 창법에 다양한 리듬이 함께 춤을 췄다.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무심한 듯 툭 치고 내뱉는 음색에 흑인음악 고유의 소리, 그리고 풋풋한 옛 감성도 더해졌다. 여기에 노랫말의 단어 하나도 한음 한음의 전개도 성의껏 눌러 담은 분위기다.
앨범에 담긴 11곡이 흐른 뒤에는 그의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받는 기분마저 든다. 애틋한 기운이 듣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목소리. 담담한 표정과 음색으로 사람의 마음을 날카롭게 저미는 고급 기술을 가진 나얼의 첫 앨범이다
대중에 친절한 음악, 특히 20·30대 팬들에겐 더욱 반갑다.
댄스음반이 활개 치는 2012년 가요계의 트렌드와는 분명 동떨어진 음반이다. '말춤'처럼 따라할 수도 없는데다가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은 노래다. 게다가 중독적인 싸비(후렴구)를 고민한 흔적도 없다. 그런데 음원차트는 흔들렸다. 왜?
응답하라! 나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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