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
-대놓고 멋지고 느끼하기까지 한 캐릭터다. 과거 피하려 했던 이미지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느낌이다.
▶치기 어린 마음이었을 수 있다. 한때는 외모 같은 걸 배제한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했다. 외모 이야기만 하는 게 거부감이 들었고, 일부러 '안 잘생겨도 되는 역할을 할래' 했던 적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신사의 품격' 하면서도 후회가 좀 들더라. '좀 더 좋을 때 할 걸' 하는. '좀 더 싱싱할 때 왜 안했을까' 하고.(웃음)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저를 성장하게 해준 것도 같고. 지금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시엔 어린 마음에 반발심도 있었고 지금이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오히려 이용해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때를 잘 만났다.
-연달아 맡았던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에서 변화를 꾀했던 건가.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제가 더 이상 그렇게 보여 지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 모습에 싫증이 난 상황에서 이 작품을 만났다. 그런 걸 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 매번 무겁고 피 칠하고 죽는 그런 거 말고, 재밌고 연기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한 이유가 뭐였나. 선 굵은 캐릭터를 반복한 것도 이유였을까.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만 하는 걸 선택했던 것 같다. 하고 싶어도 '내가 하면 안되지' 해서 안했던 게 있었고 끌리지 않아도 '하면 될 것 같아' 한 적도 있고. 예전부터 경계했던 건데 어느 순간 마음에서 무너지면서 그런 선택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것도 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뒀던 건가.
▶그런 부분도 있다. 또 대중이 보는 저의 이미지에 부담을 느꼈던 것도 같다. 반듯 하고 착해야 할 것 같고, 사실 깨지는 게 두려웠고 지키고 싶어한 부분이 있다. 최근 짐이 되고 옭아매는 느낌이 많이 들어 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도 잘생긴 멋진 배우인데 어디까지 나갈 수 있을까.
▶몇 년 전만해도 '신사의 품격'처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스스로도 못했다. 시기가 오고 마음을 먹고 움직이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디까지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신사의 품격'이 오글거리는 사랑이야기였다면 '위험한 관계'는 좀 더 치명적인 느낌이다. 어느 쪽이 연기하기 수월하던가.
-요즘 '불혹의 귀요미'라고 하더라. 귀엽다는 이야기 듣는 기분이 어떤가.
▶평소에는 많이 듣는다. 공식적으로 듣는 건 처음이지만. 친한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에게는 편하게 내려놓는 편이다. 아이랑 놀아주며 그런 면이 생긴 것도 있다. 연기라도 처음 하며 낯설 텐데 아이를 달래고 놀면서 익숙해졌다. 처음엔 좀 걱정도 했는데 귀엽다니까 '좀 더해볼까' 싶기도 했다. 재밌게 찍었다.
-잘생겼다는 이야기랑 귀엽다는 이야기 중에 뭐가 더 좋나. 이유는.
▶잘생겼다 쪽이 좋다. 글쎄, 이유는 잘.
-잘생긴 쪽이 희소성이 있어서인가. 연기 잘한다는 것과 잘생긴 것 중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당연히 연기 잘한다는 게 좋다.
-최근 회사(에이엠엔터테인먼트)가 SM C&C와 합병해 화제가 됐다.
▶어느 한 집단이 특출 나게 거대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변화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회사의 경우도 과거 후배들의 울타리가 됐다면 이젠 후배들도 너무 성장했고 스스로에게도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오너인 이수만 선배님과 미팅을 하면서 비전이 마음에 들었다. 저를 좀 더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후배들이나 소속사 사람들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했다.
-그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구체적인 것이라기보다 이번 영화 찍으며 중국 영화 시장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고 비즈니스 적으로 합이 맞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많은 생각 중에 제 다음 스테이지에 대한 게 컸다. 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안성기 선배님처럼 노배우가 될 때까지 배우에 충실한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욕심이 많아서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든 육체적으로 원하는 역을 못하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질 것 같다. 그것 또한 영화인으로 사는 것인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조지 클루니 같은 롤모델들이 미국 경우엔 많지 않나. 지금은 마음 속에만 품고 있는 일이지만 지금 조합이 제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제작 쪽인가 연출 쪽인가.
▶아직 모르겠다. 사실 연출에 대해 관심은 생겼다. 그간 내 역할 하나 추스르기 힘든 현장이었다면 이번 '위험한 관계'에서는 워낙 다방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작품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했다. 자연히 연출에 관심이 생기더라. 제 마음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모르겠고 당연히 능력이 돼야 하는 것이지만 다음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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