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위해 용기 냈습니다."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하 '내마오') 도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마오'는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활동을 접어야 했던 스타들이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사연위주가 아니냐는 생각은 오산이다.
도전자들이 팀을 꾸려 직접 경연무대를 구상하고 선보인다. 말 그대로 인생에 마지막 오디션이 될 수 있을 만큼의 간절함을 담았기 때문이다. 뮤직테이블, 유닛파이브, 5남매, 멜로디즈, 뉴토피아즈가 구성돼 최후의 5인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손성훈부터 2010년 데뷔한 걸그룹 지피베이직 멤버 변승미까지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도전은 신선했고 반갑게만 느껴졌다. KBS에서 처음 시도하는 '음악 서바이벌'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팀 위주 오디션은 낯설게 느껴졌지만 점차 자리 잡았다.
손성훈(41), 리아(35), 오세준(34), 임선영(30), 이민용(24), 변승미(15) 화제의 도전자들을 만났을 땐 각자 소속팀은 다르지만 당장 데뷔해도 손색없는 매력을 발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쾌했던 6인과의 인터뷰.
◆ 안타까운 사연의 스타들, 팀으로 만나다
손성훈은 밴드 시나위 보컬 출신으로 지난 1992년 ‘너에게 가는 길’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음악활동을 했지만 이전 같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내마오’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땐 모두가 깜짝 놀랐다. 40대 록가수가 과연 5인조 그룹으로 데뷔해서 활동할 수 있을까. 손성훈은 도전정신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말 우연이었어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지원할지 한참을 고민했죠. 내가 과연 이 프로그램에 어울릴까. 제대로 보여줄 수는 있을지도 생각했어요. 걱정도 되고 후배들에게 망신 주지는 않을까 고심했죠. 큰 마음 먹고 지인 통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손성훈)
손성훈에 이은 연장자가 있다. 가수 리아. 지난 1997년 데뷔해 ‘눈물’, ‘개성’ 등을 히트시켰지만 1999년 소속사와의 문제, 마역복용 혐의 등 한동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 특히 마약복용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그때는 명성이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활동경력으로 보면 심사해야하는 입장이고 상황이 역전 됐지만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
"오래 쉬다보니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중하고 멀어졌어요.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죠. 어린 친구들이랑 요즘 음악을 통해 저를 재평가 받고 싶었어요. 후배들하고 무대를 같이 하고 심사 받는 것에 두려워도 했지만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리아)
'내마오'의 비주얼 담당 멤버로 불리는 도전자가 있다. 그룹 디토 출신인 오세준이다. 2004년에는 솔로앨범도 발표했지만 그 뒤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연축성신경장애 때문이었다. 뇌신경 전달과정에서 일부 억제 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대 진동이 불규칙해져 떨림, 끊김 현상이 일어나는 병을 얻게 됐다. 지원 동기가 의외였다.
"전 꿍따리 유랑단에서 함께 하고 있는 강원래 형의 권유로 지원했어요. 망설였는데 진심으로 노래하고 싶었고 무대에 나가서 보여줘야 한다고 하셔서 용기를 갖게 됐어요." (오세준)
변승미는 걸그룹 지피베이직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최연소 참가자인 그는 프로그램 내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수준급의 랩실력은 나이를 잊게 했다. 현재 활동 중인 그가 지원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같은 팀 멤버인 정혜선과 함께 합격했다.
"13살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제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나이에만 관심이 몰려서 속상했어요. 공백기 동안 어리지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프로그램 소식 접하고 회사 분들이랑 정말 고민했어요. 워낙 실력파 선배님들이 모이셔서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저에게 온 기회이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변승미)
그룹 거북이 1집 멤버였던 임선영. 당시 ‘사계’로 잘나갔지만 2집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멤버들로부터 강제탈퇴 당했기 때문이다. 19살의 소녀는 1년 반 동안의 그룹 활동기간동안 상처만 받아야했다. 그는 지원 당시 프로그램 의도에 깊이 공감했다.
"전 친구가 권유를 해서 알게 됐어요.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나이대가 애매해서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끔 활동했던 사람들 나올 때는 고민을 안했어요. 그런데 가수들의 재기라는 취지가 좋은 것 같아 지원했어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무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임선영)
지난 2010년 데뷔한 그룹 레드애플 출신 이민용. 실은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2'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역시 누구보다 무대가 간절했지만 팀이 개편하면서 나와야 했다. 그는 4개월 만에 제작진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순간에 대해 누구보다 기뻤다고 한다.
"2010년에 데뷔했지만 본의 아니게 활동을 못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지만 계속 기다렸죠. 가끔 친구들이 '너 언제 나오냐'고 할 때는 처음에 괜찮다가도 지속되니 심적으로 불안했어요. 간절함이 있어서 직접 접수했어요. 4월 쯤 면접 봤는데 방송시기가 미뤄졌죠. 이대로 접는 건가 싶어서 다른 곳에 계약을 하는 순간 합격전화가 왔어요." (이민용)
◆ 갑과 을? 심사위원에 대한 두려움은 NO
7명의 심사위원들이 모두 후배들이다. 특히 심사위원 조성모는 한창 활동할 시절 같은 회사 연습생으로 있었던 만큼 입장이 남다를 것 같다.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친한 지인들에게 얘기도 해놨는데 30명 안에 못 들까봐 걱정했어요. 연장자라 솔선수범을 보여야겠더라구요. 다들 음악적으로 잘 맞아요. 심사위원 경우는 후배들도 있다 보니 사실 부담 됐어요. 그런데 그게 두려워서 7명한테 인정 못 받으면 재기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손성훈)
리아는 록 장르의 음악을 위주로 활동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아의 이미지라면 춤과 어울리지 않지만 지난 경연에서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 시대마다 걸출한 가수들이 나왔고 잊히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에는 자기 시대 음악 위주로 듣다보니 잊히는 것이 싫었고 저 스스로도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사위원들이 후배들이지만 두렵진 않아요. 경연을 통해 과거 음악을 재해석할 수 있고 왜 명작인지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우승하고 싶고 춤을 춰야 한다면 멋지게 소화할거에요." (리아)
오세준은 심사위원 조성모와 친척관계로 화제를 모았다. 삼촌과 조카의 관계가 심사위원과 도전자로 바뀌었다. 서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부담이 됐을 법 하지만 방송에서 조성모는 더 엄격하게 심사했다.
"삼촌한테 자격지심이 많았어요. 삼촌이 심사위원이라고 들었을 때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 자리에서 만나는 게 힘들었고, 제가 잘 안됐을 때 어떻게 볼지, 창피한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런데 경연 하다 보니 삼촌도 민망한지 가끔 피해요. 무대에서 저를 보려다가도 다른 멤버들을 봐요. 프로그램 끝나고 제대로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삼촌도 제가 오해받고 피해 볼까봐 걱정하셨고 조심스러웠다고 하셨어요."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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