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국민드라마로 사랑을 받으며 끝난 뒤, 시청자들은 주말 저녁이 허전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우려와 걱정도 잠시, '내 딸 서영이'가 3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빈자리를 곧바로 채워주면서,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는 또 다른 국민드라마로 슬슬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는 '내 딸 서영이'가 '막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막장'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넘어가자.
'내 딸 서영이'를 '막장'이라고 비판하는 시선들을 살펴보면, 제일 큰 이유로 서영이가 '천륜을 저버렸다'는 이유를 꼽는다. 결혼할 남자 집안에 살아계신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말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막장'이라는 것이다.
자, 그렇담 먼저 '막장'의 정의부터 내려 보자. 대개 천륜을 저버렸고, 출생의 비밀이 나오고, 복수를 하고. 이러면 무조건 '막장'이라고들 단정 짓는다. 그러나 막장은 이렇게 단편적인 사건들만 보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막장이다, 아니다,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납득이 되는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라는 게 무엇인가? 주인공이 있고, 그(녀)가 어떤 상황이나 사건들에 처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동화가 되어 울고, 웃는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거짓말을 하게도 되고, 복수도 하게 되는데, 그 때 시청자들이 '그래 나도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그럴 수 있을꺼야.'하고 납득한다면 그건 드라마라는 것이다. 반대로 '엥? 저게 뭐지? 갑자기 왜?' 하는 의문이 생긴다면 그건 '막장' 요소가 들어갔단 얘기다.
자, 응용의 시간, 확인의 시간이다.
그 동안 '막장 드라마'로 불렸던 드라마들을 떠올려 보자. 그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나타난다. 그리고, 쌩쌩하던 인물이 그 전에 어떤 복선도 없이 뜬금없이 불치병이란다. 또 예고도 없던 인물이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외국에서 불쑥 불쑥 나타난다. 어디 이뿐인가. 서로 좋아했던 남녀가 난데없이 재혼한 엄마, 아빠의 아이라고 엮이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황당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없다. 이런 것이 바로 막장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를 보자.
첫 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으면서 본 사람들이라면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서영이의 태도만으로 단순히 '막장 드라마'라고 단언할 수 없다. 서영이가 부잣집에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무능력한 아버지를 없앤 것이 아니라, 엄마의 죽음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원망과 자식들에게 아버지 노릇 제대로 못하고 짐스럽게 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쌓였고, 부잣집 남자의 가족들이 '부모 뭐 하시냐?'라며 몰아붙인 상황에 처하자 그와 헤어질 마음에 부끄러운 아버지를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그냥 안 계시다고 했던 거짓말이 발단이 되면서, 지금의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조은숙이 사실은 성재(이정신)의 생모라는 조짐이 보이며 출생의 비밀이라 막장이다, 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가 성재의 생모라는 복선은 첫 회부터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했을 때, 인물마다 사연을 엮어놓고 시작을 한다. 그 때 이미 계획된 설계라면 그건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풀리게 돼있다. 그러나 처음 설계와 달리 중간 중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뜬금없는 사건들이 들어갈 때 '막장'이 된다는 것이다.
자, 천륜, 출생의 비밀, 복수 등... 단어만 보고 막장 이라고 단언하지 말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자, 제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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