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제왕'에 투자하고 싶으세요? 2억만 보내주시면 대박 터지게 해드립니다(웃음)."
인터뷰 말미에 던진 그의 한 마디, 빵 터졌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배우로서 주관도 뚜렷했다. 거기에 센스 있는 농담까지. 배우 정만식(38)이 가진 유머러스함은 특별했다.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에서의 악랄한 제작사 대표 오진완의 성격에 대해 "계략 짜고 머리 쓰는 거 너무 아프다"고 웃으면서도 '신 스틸러'에 대한 질문에 단호히 "그 단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뭔가 남다른 매력을 느껴졌다.
◆ "드라마의 제왕', 현실과 50% 같다..더 치열하지 않을까요?"
드라마 제작 현장을 무대로 그린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아무래도 드라마 속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의 모습을 담아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존재할 것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드라마인데 진짜일까?", "분명 리얼한 면은 존재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정만식은 이에 대해 "당연히 있을 법 하다"면서 "비슷한 사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건 셌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의 50%는 사실이라고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더 센 듯 했다.)
"1회 때 등장했던 쪽대본 장면도 그렇고, 이전 드라마 촬영 때도 직접 테이프를 멀리서 나르는 모습이 진짜 있었다고 얘기를 들었었죠. 사실 저는 그런 경험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서 좀 당황할 때도 있었어요. 그나마 저 같은 경우는 괜찮은데 연기 경험이 훨씬 많으신 선배님들께는 (쪽대본이) 실례라는 생각도 들고요."
정만식은 "'드라마의 제왕' 속 극의 흐름은 실제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있었던 과거의 일을 다루지 않았을 뿐이지 '드라마의 제왕'에서 일어나는 많은 상황들이 절대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방송을 며칠 앞두고 캐스팅이 바뀌거나, 촬영장이 바뀌어서 차질이 생기기도 하는 상황들을 보면 솔직히 말 못할 사정도 많기도 하죠."
그의 말에서는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리는 많은 종사자들의 치열함이 대단하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고생하는 것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하는 후배 연기자들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난 듯했다.
◆ "'간첩' 인연 김명민, 아저씨 같기도..앤서니김 몰락 결말도 재밌을 듯"
정만식은 현재 제국 프로덕션의 대표 오진완으로서 월드 프로덕션의 앤서니김(김명민 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성향이 착하거나 선하지 않다. 계략, 음모, 배신, 욕망 등의 단어와 어울리는 두 인물이었다.
"오히려 저는 악역 연기가 더 편하게 느껴져요. 제가 실제로는 그렇게 악한 사람이 아닌데요(웃음). 그래서인지 스스로 어떻게 이 인물을 표현해낼까에 대한 생각에 더 재미있기도 하고 나중에 모니터할 때도 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선한 연기는 실제 제 모습이 비춰지는 걸 떠올려야 한다는 게 오히려 어려워요."
그러면서도 정만식은 "아무리 악해도, 앤서니김만 하겠냐"며 드라마 속 진정한 악인이 앤서니김임을 강조하며 웃었다.
"매주 반전이 있어서 재미있는데 한 번은 명민이 형이랑 결말에 대해 얘기한 적도 있는데 누가 몰락하더라도 둘 다 악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욕은 먹겠다고 농담으로 말하기도 했고요(웃음). '드라마의 제왕'이 세상은 아름답게만 살 수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만식은 김명민과 영화 '간첩'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놀랍게도(?) 정만식은 김명민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 정만식은 김명민과 서로의 나이를 물어보다 있었던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어느 날 함께 길을 걷다가 '제가 말 놓아도 된다, 말 편하게 하셔라'라고 말하니깐 갑자기 (김)명민이 형이 걸음을 멈추더라고요. 형도 처음에는 '나이를 속인 거겠지'라고 생각하시고는 '나중에 친해지면 말 놓자'라고 진지하게 말해줬죠. 나중에 제가 주민등록증 보여주니까 형도 그렇고 (염)정아 누나도 그렇고 다들 놀라셨죠(웃음). 제가 인생을 좀 험하게 살긴 살았나 봐요."
정만식은 "이런 에피소드가 처음이 아니라서 이제는 괜찮다"며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는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만식은 김명민의 실제 모습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명민이 형이 작품에서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게 나오잖아요. 그래도 그렇게 어려운 선배는 아니었고, 선배 연기자로서 리더십이나 후배들 챙겨주고 이런 부분들은 분명 있으시죠. '간첩' 때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하하"
정만식은 또한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독설도 아낌없이 해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나 후배들에게 충고하면서 독하게 말씀하시는 모습도 있는데 그렇다고 명민이 형이 성격적으로 못되고 그렇지는 않으시고요. 친한 사람들에게 좀 짓궂은 장난도 치시고 하는데 가끔 월드 프로덕션 식구들 보면 그래도 좀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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