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학교폭력·삼포세대..드라마, 현실을 입다

최보란 기자  |  2012.12.13 15:56
(왼쪽부터)MBC '보고싶다', KBS 2TV '학교', SBS '청담동 앨리스' <사진제공=MBC, KBS, SBS>


요즘 드라마, 재미로 보기엔 뭔가 마음이 무겁다.

성폭행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주인공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경멸해 마지않던 신데렐라 되기로 작정하는 캔디. 그리고 입시전쟁과 폭력에 물든 학교 등이 TV를 끈 뒤에도 뭔가 찝찝한 뭔가를 남겨놓는다.

판타지, 사극, 로맨스가 강타했던 안방극장에 차가운 현실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현실을 입은 이들 드라마들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갈수록 뉴스 보기가 겁나는 요즘, 드라마 속 사회문제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더 진하게 파고들고 있다.

<사진출처=MBC '보고싶다' 홈페이지, 방송화면>

MBC '보고싶다', 성폭행 피해자와 가족들의 멍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극본 문희정·연출 이재동 박재범)는 배우들의 가슴 아픈 사랑보다도 성폭행으로 인해 어그러지고 파괴된 이들의 삶이 더 깊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방송된 12회의 하이라이트는 성폭행범을 죽이고 살인죄로 잡혀온 송미경(김미경 분)과 그녀를 면회 온 김명희(송옥숙 분)가 마주앉은 장면. 두 여자 모두 성폭행으로 인해 딸을 잃었다. 명희 딸 이수연(윤은혜 분)은 모든 과거를 지우고 나서야 목숨을 이을 수 있었다.

성폭행 휴유증으로 자살한 딸 보라를 위해 피맺힌 복수를 한 송미경은 "이렇게 (수갑을 차고)있어도 마음은 편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송미경에게 김명희는 "나 대신 복수해 준 것 같아 고맙고, 대신 벌 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성폭행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수연을 사이에 둔 한정우(박유천 분)와 강형준(유승호 분)의 삼각러브라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로맨스로 흐르고 있지도 않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이수연을 14년간이나 찾아온 한정우와 딸을 지척에 두고도 다가갈 수 없는 엄마 김명희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한가득 안긴다. 그런 수연이 정우와의 연 때문에 완전히 과거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아는 형준의 모습도 애절하긴 마찬가지.

'보고싶다'는 성폭행 사건이라는 어두운 사회문제를 당사자와 가족의 처절한 삶을 통해 드라마적으로 풀어내면서 멜로와도 절묘하게 조합해 공감을 높이고 애절함을 배가 시키고 있다. 드라마는 과연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까.

<사진출처=KBS '학교' 홈페이지>

KBS 2TV '학교2013', 학교폭력·학벌주의·교권추락

1999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학교', 2013년의 학교는 좀 더 달라졌을까.

KBS 2TV '학교2013'에서도 학생들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학생들을 여전히 학교폭력과 입시라는 문제에 시달리고, 교사들의 엇갈린 교육 가치는 어떤 게 답인지 알 수 없다.

학생들에게 무시당하는 정인재(장나라 분)의 모습은 교권추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명문대 출신의 실력 있는 교사 강세찬(최다니엘 분) 말은 무조건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쩐지 씁쓸하다. 또 학생들은 학업이든 폭력이든 일등과 일진이라는 이름의 등수로 매겨져 끊임없이 싸우다. 드라마 속 '학교'는 그저 약육강식의 정글일 뿐이다.

그런데도 '학교'를 계속 보게 되는 것은 이처럼 혼란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기 때문. 하나의 작은 사회인 학교 안에서 계속 부딪히고 고뇌하는 학생들의 삶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드라마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이 같은 문제를 타계해 할지 더 궁금해진다.

정인재와 강세찬의 서로 다른 교육관은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폭행시비에 휘말린 고남순(이종석 분)은 무사히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송하경(박세영 분)은 원하는 명문대 진학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아니면 학교를 통해 이들이 바뀔지도.

<사진출쳐=SBS '청담동 앨리스' 방송화면>

SBS '청담동 앨리스', 삼포세대·하우스푸어 세대의 눈물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연출 조수원)에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전형인 한세경(문근영 분)은 청담동의 사모님이 되기로 작정했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상큼 발랄함 보단 좌절과 눈물, 체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진지한 분위기로 포문을 열었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고 외쳤던 세경이 어째서 철저히 경멸하던 '된장녀'가 되기로 결심했는데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세경과 그녀가 대학시절부터 만나온 남자친구 소인찬(남궁민 분)의 거듭된 시련과 좌절이 취직과 결혼으로 힘겨운 20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또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계속 빚만 늘어가는 하우스푸어 세대의 아픔이 그려지기도 했다.

뛰어난 성적과 공모전 수상경력에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세경의 모습, 가까스로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 지앤의류 계약직으로 들어갔지만 유학파가 아니라서 겪는 설움, 학과 성적 꼴찌였지만 재벌남과 결혼해 청담동에 숍을 오픈한다는 동기를 보며 씁쓸해하는 눈빛 등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없는 현실 때문에 모든 게 너무나 힘든 주인공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가슴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캔디의 반란이라는 세경의 각오는 전달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세경이 청담동 며느리가 되기 위해 겪는 과정들을 통해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 캔디 옷을 벗은 세경이 청담동에서 펼칠 제2막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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