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SNL 마쳤습니다. 정말 벅차네요. 비현실적인 매일."
월드스타 싸이가 지난 9월 자신의 미투데이에 올린 글이다. 싸이는 당시 미국 NBC 유명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SNL)에 깜짝 출연한 직후였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른 '강남스타일' 열기를 스스로도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몰랐다.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가 3개월여 후 10억건을 돌파할 줄은.
올해 연예계에는 유독 이 '비현실적' 풍경이 많았다. 실제로 벌어지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거나, 그 정도로 파괴력을 보일 줄은 조금도 예상 못했던 2012년의 사건, 사건, 사건.
그중 제일은 역시 '싸이'였다. 천하의 마돈나가 싸이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 들어가며 흥겹게 '말춤'을 추는 이 비현실적 풍경. 지난 11월13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마돈나 단독 콘서트는 "정신이 번쩍! 대박! 완전 소름"(윤은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조권) 등 국내 가수들과 팬들에게 '아찔한 경험'을 선사했다. 어쨌든 '올해의 인물' 싸이는 지금 본인 표현대로 "어셔와 술로 배틀하는 사이"가 됐다.
지난 9월8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싸이에 버금가는 '빈현실적 풍경'이 펼쳐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영화제인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 한국영화로서는 사상 첫 황금사자상인데다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피에타'는 김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지난해 '아리랑'을 내놓을 때까지 혼돈의 세월을 보내다 어렵게 내놓은 복귀작이었기에 수상의 의미는 더욱 컸다.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천만영화가 올해 2편이나 나온 점도 예상키 어려웠던 '비현실적 풍경'. '실미도'(2003년. 이하 개봉년도 기준),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왕의 남자'(2005년), '괴물'(2006년), '해운대'(2009년) 이후 천만영화 소식이 뜸하다 갑자기 터진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1302만명(10월2일),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의 1230만명(12월11일) 돌파 소식. 이는 멜로영화 최초로 700만 관객을 동원한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감독 조성희)과 함께 2012년 한국영화 첫 1억 관객 시대를 만든 3두 마차였다.
김수현 한가인 주연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40% 돌파와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주연의 영화 '건축학 개론'의 400만 관객 동원도 '현실'에서 출발, '비현실'로 막을 내린 경우. 여진구 김유정 아역 출연 때만 해도 '성공가능한' 드라마 정도였던 '해품달'은 '이훤' 김수현의 "감히 멀어지지마라. 어명이다"를 정점으로 결국 시청률 40%를 넘기는 비현실적 풍경을 연출했다. 첫사랑과 90년대 복고를 키워드로 한 웰메이드 로맨스 '건축학 개론'의 흥행신화는 곧바로 '응칠커플' 서인국-정은지를 탄생시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열기로 이어졌다.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2월11일 나중에 밝혀진 것이긴 하지만 '약물복용후 심장마비 익사'로 LA 호텔방에서 숨진 것도 2009년 마이클 잭슨 사망 소식처럼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뉴스'였다. 이에 그녀의 음악 세례를 받았고 그녀를 영웅으로 여겼던 옥주현 타블로 방시혁 임슬옹 최시원 보아 윤미래 머라이어캐리 스티비원더 등 국내외 많은 스타들이 큰 충격과 함께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오동잎'의 최헌, '먼데서 오신 손님'의 조미미,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 등 올해 스타들의 타계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밖에 올해 데뷔음반을 낸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음원싹쓸이(4월)와 싸이(8월), 가인-나얼(10월), 이하이-에일리(11월) 등 솔로 열풍으로 인해 '언제나 영원'할 것 같았던 남녀 아이돌 열풍이 특히 올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잠잠해진 점, 하늘 높은 줄 몰랐던 K팝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일본 팬과 시장의 열기가 '독도문제' 등으로 싸늘히 식은 점도 많은 가요팬들이 갑작스레 맞닥뜨린 비현실적 삭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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