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링의 승리를 누렸던 30대 복서가 링에 또 다시 섰다. 상대는 20대 초반의 살인을 부르는 주먹을 지닌 1인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장'의 복서가 1라운드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기 초반 노장의 복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젊은 피의 복서에게 맞고, 또 맞았다. 배고픔으로 굶주린 노장의 복서이기에 혈기 왕성하고 좋은 음식으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20대 초반의 1인자에게 밀릴 수밖에. 혹자는 노장 복서의 죽음을 예견하기도 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노장의 복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고 승리했다. 모든 이들은 노장 복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미국의 최고 암흑기였던 경제대공황 시기를 살았던 라이트 헤비급 복서인 제임스 J. 브래독(1906~1974)의 이야기다. 전도유망했던 브래독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퇴물 복서가 됐다. 30대 초반 나이에 그는 일용직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고, 다시 링 위에서 기적을 만들어 나갔다. 그는 경제암흑기인 시절,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됐고 꿈이 됐다. 브래독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지난 2005년 상영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신데렐라맨'이다. 맨 주먹 하나로 가족을 위해 링에 올랐고 인생역전을 이뤄낸 그를 사람들은 '신데렐라맨'이라 불렀다.
브래독의 이야기는 배우 손현주와 참 많이 닮았다. 지난해 마지막 날 진행된 2012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손현주는 대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추적자'는 모두가 외면했던 변방의 드라마였다. 변방의 드라마가 원방의 드라마가 됐다"고 말했다. 손현주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군요"라고 믿기지 않는 듯 말하기도 했다. '추적자'에는 아이돌 배우도 없다며 죽기 살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을 모든 개미들과 영광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손현주는 연기를 참 잘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성이 그의 연기에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손현주는 비단 '추적자'에서만 명품연기를 선보인 게 아니다. 사비를 털어 쓰며 무보수로 출연한 단막극에서도 그는 빛났고, 조연으로 잠깐 등장한 작품 속에서도 빛났다. 그렇기에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의 대상 수상은 그 어떤 드라마의 감동보다 컸다. 손현주의 진가가 뒤늦게 발휘된 게 아니라 그의 진가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다. 손현주는 데뷔 22년만에 대상을 수상했다.
손현주는 변함없이 묵묵히 꾸준하게 22년 외길을 걸었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불리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단막극에서도, 가장 치열한 미니시리즈에서도, 긴 호흡의 주말극에서도 그는 꾸준했고 여전했다. 그가 "여러분 다 잘 될 겁니다. 우리 힘 냅시다"라 말하면 정말 다 잘 될 것만 같다. 손현주는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모든 이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하는 진정한 신데렐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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