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강호동, 그리고 '달빛프린스'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2013.01.30 16:01


'국민MC' 강호동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달빛프린스'가 큰 화제에도 시청률 면에서는 여전히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 22일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기준)에 이어 29일에는 4.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게스트가 소개하는 책을 바탕으로 토크를 이어가는 '북토크 예능'을 지향하는 '달빛프린스'는 아직은 덜 안정된 모습이고, 시청자들도 조금은 낯설어하는 느낌이다. '1박2일'의 강호동을 기대했던 시청자로선 피터팬 복장을 한 그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달빛프린스' 속 강호동은 예의 에너지 넘치는 '카리스마'도 스스로 많이 죽이고 있다. 탁재훈에게 입담으로 밀리며 구박받는 모습은, '1박2일'을 떠나 SBS '스타킹'이나 MBC '무릎팍도사' 등 그가 현재 출연 중인 다른 예능프로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낮은 시청률을 연결지어 '달빛프린스'의 앞날을 어둡게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2회 방송한 프로그램의 운명을 속단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변화하려는 강호동의 몸부림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강호동이 데뷔한 지 만 20년 되는 해이다. 씨름선수로 4번의 천하장사와 3번의 백두장사에 올랐던 그는 스물세 살 되던 1993년 MBC 특채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MBC 코미디프로그램 '코미디 동서남북'에서 커다란 덩치로 "행님아~!"를 외쳤던 게 딱 20년 전이다. 그리고 이후 승승장구, 유재석과 함께 국내 예능계를 양분하는 '국민MC' 반열에 올라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시점에서 강호동의 데뷔 20년을 말하는 게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강호동으로서는 데뷔 20년이 그 누구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세금과소납부 문제로 잠정은퇴를 선언 후 지난해 11월 복귀할 때까지 그는 데뷔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데뷔 20년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성공-대시련을 겪고 앞으로 20년을 기약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호동의 변화 노력이 반갑다. 그의 씨름 선수시절 주특기는 들배지기였다. 상대방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자신의 몸을 살짝 틀어 상대방을 쓰러트리는 기술이다. 잔기술보다는 우직한 힘이 필요하다. 강호동은 새 예능에서 기존 방식대로 편하게 안정적으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택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예능판에서 사력을 다해 들배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 겨우 샅바에 손만 걸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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