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설경구 "연기하지 말자며 눈물 참았죠"(인터뷰)

영화 '소원'의 소원이 아버지 설경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3.10.01 09:10
배우 설경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이구, 무안해 죽겠어요. 기자간담회 하는데 내가 거기 앉아도 되나 싶더라고요."

당분간 보지 말자며 설경구(45)가 먼저 초를 쳤다. 연기생활 20년에 영화만 15년째인데, 이렇게 바쁘게 영화를 개봉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오는 2일 개봉하는 '소원'(감독 이준익·제작 필름모멘텀)은 설경구가 주연한 올해 4번째 영화다.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작품이자 내심 기대해 마지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끔찍한 폭력으로 상처 입은 딸 소원이를 보듬어가는 아버지로 등장한다. 영화는 아픈 상처를 굳이 들춰내는 대신 아픈 이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민감한 소재 때문에 조심스럽다가, 그 사려 깊은 위로 때문에 더 눈물이 난다. 그가 쏟아지는 눈물을 꾹꾹 참아가며 애써 태연히 딸 앞에 선 모습이 더 가슴 저미는 건 그도 자식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단단한 등에서 아빠 냄새가 물씬 난다.

"억지로 안 울려고 해도 눈물이 계속 흘러요. '컷' 하면 참았던 눈물이 줄줄, 뭐 새는 것처럼. 낼 모레 쉰인데, 쪽팔리잖아요. 그게 우리 영화 같아요. '이래도 안 울어? 이래도?' 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엄지(엄지원)와는 우리 연기하지 말자 했어요. 우리가 다 감정 끌어가면 관객에게 줄 감정이 없다고. 잔인한 사건을 담았지만 그 주변의 세상은 참 착하고 따뜻하고 잔잔해요. 그래야 하는 영화였어요."

이준익 감독이 "다 됐고 일단 설경구한테 시나리오를 보내라"며 캐스팅을 고집했지만, 받아 놓은 시나리오를 직접 건넨 건 아내 송윤아였다. 워낙 손이 안 가는 이야기였다. 그 아픈 상처를 굳이 끄집어내서 영화로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먼저 읽은 송윤아는 "책 되게 좋다"며 팽개쳐 둔 시나리오를 그에게 다시 권했다. 못 이겨 읽던 설경구는 몇 번을 읽다 멈췄다. 그 몹쓸 짓을 당한 딸이 병실에 누워 '내가 신고했어. 아빠는 바쁠 것 같고…' 입을 오물거리는 장면에선 책장을 더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 읽었다. 연출이 이준익 감독이라 하니 일단 만나보자 했다.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을 찍었던 감독이라면 뭔가 생각이 있겠지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은 지 사흘 만이었다. 초면이었다.

"하려고 만난 게 아니에요.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 하려고 하세요' 그랬어요. 감독님이 그래요. '세상 이런 피해자들이 덮고 살려고만 하는데 그럼 안 된다'고. '드러내야 상처가 아물고 힘들 수록 정면을 봐야 한다'고. '이건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라고. 한참을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고 왔어요. 감독님도 놀랐나보더라고요."

배우 설경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감시자들' 땐 시나리오도 안 읽고 '오케이' 했던 설경구지만 돌아와 내심 후회도 했다. '아 이거 큰일났네' 싶었다. 43회차 73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촬영, 유쾌하고 목소리 큰 이준익 감독은 내심 힘이 됐다. 이 감독은 '배우가 감정 잡는데 저렇게 안 도와주는 감독이 있나' 싶을 만큼 현장 분위기를 돋웠다.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러갔다. 감정이 요동치고 눈물이 차고 넘치면 보이지 않을 따뜻하고 소박한 일상. 그 일상으로 가고픈 가족과 사려 깊은 이웃, 다정한 친구들이 있는 풍경이 '소원'에 담겼다. 설경구는 "'소원' 최고의 선택은 이준익이구나, 이준익 최고의 선택은 이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레는 제목이기도 한 딸 소원 역의 아역배우다. '소원이 아빠' 설경구와 '소원이 엄마' 엄지원이 서로 자기를 닮았다고 야단을 하는 깜찍한 8살. 영화를 찍을 땐 학교도 안 간 7살이었다. 설경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레"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상 오디션에서 합격한 이레가 처음 이준익 감독을 만나러 오는 자리에 설경구도 있었다. 사실 이레 어머니는 그날 출연을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이레는 그 마음이 아니었나보다. 설경구를 보며 대뜸 '아빠'라고 했다. '저 아빠 나온 영화 '타워' 보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내내 울었어요'라고 즐거워했다. "엄마는 거절하러 왔는데 애는 오케이 하러 온 것 같았다"던 설경구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그 감수성 좋은 애가 울먹울먹 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이레는 얼마 전 언론 시사회에서 박수를 쳐 가며 자신의 첫 주연작을 감상했다는 후문. 스크린에 나온 제 얼굴이 신기했는지 어른들은 우는데 혼자 "재밌다"며 즐거워하더라고 설경구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상처 분장을 세게 할 때는 이레가 기분 나빠했는데 점점 상처가 지워져가니 이레도 점점 밝아지더라고요. 그 어린 애가 '소원이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했던 것 같아요. 단순한 게 답일 수 있다 싶더라고요."

설경구가 영화를 보는 마음도 단순하다. 소원이 가족의 소원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소원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 배 긁고 기지개 켤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이자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그 마음으로 '소원'을 찍으며 설경구 스스로도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제가 거짓말을 못하잖아요. '소원'이 힐링인지, 거기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날 세운 복수가 아니어서 좋았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 또 좋았어요. 관객들도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제게도 감사한 영화예요. 해 보지 않은 영화였고, 해 보지 않은 역할이었고, 예전의 제가 생각나기도 하고. 앞으로도 감독들이 제 다른 면모를 뽑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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