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올해도 연예계와 영화계는 다사다난했다. 올해는 스타들의 열애나 결혼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그친 게 아니라 큰 파장을 일으킨 경우도 많았다. 영화계에선 해외진출부터 한국영화 역대 최고 성적까지 성과도 많았지만 그늘도 짙었다. 키워드로 올 한 해를 뒤돌아봤다.
#연예병사 논란으로 비화된 비·김태희 열애
연초부터 시작된 톱스타 비와 김태희의 열애 소식. 조인성과 김민희, 원빈과 이나영, 문근영과 김범 등 줄줄이 이어진 톱스타들의 열애 소식 전주곡이었다. 하지만 비,김태희 열애는 사람들의 축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가 군인 신분으로 일과시간에 데이트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예사병 군기 논란이란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연예사병 군기 문제는 상추 등의 안마시술소 출입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결국 연예사병 폐지로 이어졌다. 비는 제대한 뒤에도 군 복무기강 위반으로 고발장이 제출돼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열애가 부른 나비효과인 셈.
#이병헌·이민정 결혼부터 김조광수 동성결혼까지
결혼소식도 빠지지 않았다. 톱스타 결혼으론 세기의 커플이라 불리는 이병헌 이민정이 첫 손에 꼽힌다. 두 사람은 반복된 열애설과 부인, 교제인정, 그리고 결혼까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연상연하 커플 한혜진과 기성용도 마찬가지. 두 사람도 끊임없는 열애설과 부인, 교제인정, 결혼의 수순을 밟았다. 서태지와 이은성 비밀결혼도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결혼은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동성결혼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 최초로 청계천에서 동성 공개 결혼식을 올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공개적으로 하고 접수가 거부될 경우 헌법소원을 하겠다는 등 동성결혼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혜교 악플러 고소..끊임없는 악플러와 전쟁, 그리고 일베
올해는 톱스타들이 악플러들에 칼을 꺼내 든 한 해였다. 그동안 연예인들은 악플러를 고소해도 미성년자들이거나 반성 등을 이유로 종종 고소를 취하하고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송혜교는 악성루머를 퍼뜨린 네티즌들이 대부분 20~30대 회사원과 전문직 종사자라며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산의 아픔을 겪었던 백지영은 그 아픔마저 놀림감으로 삼은 악플러들을 고소한 뒤 타협은 없다며 강경하게 대처했다. 다비치 강민경도 합성사진을 올린 네티즌을 고소했다. 아이유도 소속사 권유로 취하하기는 했지만 악플러에 강경대응을 했었다. 이 같은 연예인의 악플 강경대응은 사이버 에티켓이 마련되는 기반으로 좋은 영향을 낳기도 했다. 또 올해는 극우 지역감정 조장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관련, 크레용팝 등 여러 연예인들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터넷상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웃음과 눈물이 필요해..'7번방의 선물' 흥행몰이 그리고 숨겨진 코드
영화계에선 올해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흥행이 터졌다.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128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레미제라블' '박수건달' 등 웃음과 눈물, 감동이 이어지는 영화 흥행의 하이라이트였다. '7번방의 선물'과는 다르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등 의외의 흥행작이 계속 등장했다. 눈여겨볼 건 올해 흥행작 속에 숨겨진 코드들. 웃음과 눈물, 감동 뿐 아니라 사회적인 약자들의 활동이다. 가난하고 바보지만 딸을 위해 희생하는 아빠의 이야기 '7번방의 선물', 꼬리칸 사람들의 혁명을 그린 '설국열차', 집 없는 사람의 도시괴담 '숨바꼭질' 등등. 제주 4.3 사건을 마법처럼 만든 '지슬'이 독립영화로 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이런 코드가 담겨있다. 나라가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12월 '집으로 가는 길'과 '변호인'로 이어졌다.
#미국으로, 중국으로 한국감독 배우 잇단 해외 진출
올해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영화인들의 성과가 드러난 해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연 초 한국과 미국 극장에 나란히 선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8월 한국을 강타한 데 이어 프랑스를 시작으로 차례로 해외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도 상당했다. 공포영화 마스터 안병기 감독은 중국공포영화 '필선2'로 역대 중국 공포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오기환 감독도 중국 멜로영화 '이별계약'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김용화 감독은 한중합작 3D영화 '미스터고'로 중국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상당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2'에 이어 '레드2'를 선보여 한류를 넘어 할리우드에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돌던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의 '루시'로 마침내 스타트를 끊었다. 짐 스테거스와 할리우드발 스캔들이 났던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주피터 어센딩'으로 미국시장 연착륙을 시도 중이다. 제대한 비는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를 선택, '닌자 어쌔신'에 이어 미국시장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뫼비우스' 제한상영가 논란..영등위 민영화 움직임으로 비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올해 끊임없이 불거진 영등위 등급분류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연애의 온도' '전설의 주먹' 등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뫼비우스'가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은 영등위 등급 분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영화로 가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올해 한국영화계는 2년 연속 1억 관객 돌파라는 호황을 겪으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산적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꺼내들었다. 열악한 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상생협약이 맺어졌으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모아졌다. 대기업의 배급과 극장 겸업을 못하게 하는 영비법 개정안을 놓고 물 밑에서 작업도 극심하게 오갔다. 영화 제작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한국영화 극장 부율 조정도 있었으며, 극장요금 인상도 이뤄졌다. 최근에는 '26년' 제작사 청어람이 디지털 영사기 사용료 징수를 놓고 소송을 시작하는 등 제작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한해기도 했다. 제작사들은 대기업 독과점에 맞서겠다며 독립배급사 리틀빅픽쳐스도 설립했다. 올해 시작한 각종 일들이 내년에 하나둘 성과를 맺게 된다면 내년 한국영화산업 지형도에 변화도 예상된다.
#간첩,국정원..스크린에도 불어 닥친 정치바람
올해 한국영화 화두 중 하나는 간첩이었다. 연초 ‘베를린’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까지 간첩영화들이 줄줄이 선을 보였다. 간첩이 등장하니 국정원이 등장하는 건 당연지사. 국정원 요원들은 영화 속에서 댓글 대신 총을 들고 싸운다. '아저씨' 이후 한국영화에 당연하게 등장한 총은 올해 간첩영화들로 필수 아이템이 되다시피 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간첩영화들에 등장하는 간첩들은 국정원요원들과 싸우기보단 북한 요원들끼리 주로 싸운다는 점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천안함'은 올해 한국영화 화두 중 하나였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메가박스에서 관객의 안전을 이유로 상영중단을 하면서 범영화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는 반대성명을 냈다. 정치성향에 따라 영화를 보지 않고 평점을 쏟아내는 평점테러도 올해 극심했다. 올해는 '설국열차'와 '관상'에도 정치색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혁명영화와 쿠데타를 막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라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변호인'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변호인'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투신한 계기가 된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기 때문. 올 스크린에 분 정치바람은 '변호인'에서 최절정에 달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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