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⑧어느새 1집

김관명 기자  |  2013.12.16 14:07

밴드 어느새의 첫 정규앨범(사진) 첫 트랙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를 듣는 내내 머리속을 감도는 세 글자. 산-울-림. 분명 곡을 연 것은 21세기 홍대 스타일의 밴드 사운드였는데 느낌이 산울림이다. 그것도70년대말 산울림의 초기 앨범들이 아니라, 예를 들어 1980년 6집의 '조금만 기다려요' 같은 중후반 산울림 노래들.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그런 말은 듣기 싫어요/ 그런 표정 정말 싫어요..'

이런 느낌은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2번트랙 '도룡뇽'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랫말이 더욱 '김창완'스럽다. '열두시 사십이분에 일어났어 오월이 와도 난 몹시 추워/ 이빨을 닦으며 거울을 보니 짓눌린 머리는 80년대 펑크스타일/ 껌뻑거리는 내 흐릿한 눈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올챙이였나?..' 산울림의 김창완이 주도한 포크그룹 꾸러기들, 그 중에서도 1985년에 나온 이들의 1집 수록곡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그 분위기가 올해 첫 정규앨범을 낸 밴드에서 도드라지다니.

80년대를 너무 많이 기억하는 듯한 이 어느새라는 밴드는 올해 1월 첫 EP를 낸, 덥(보컬 기타), 아랑(보컬 건반), 리라(보컬 리듬), 단군(보컬 베이스), 민수(보컬 기타)로 구성된 5인조 혼성밴드다. 하지만 리더 덥 등의 음악경력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어쨌든 이들은 지난 11월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신인뮤지션 육성지원 프로그램 '2013 K-루키즈' 파이널콘서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우승은 웁스나이스). 첫 EP '어느새'와 10월에 나온 첫 정규앨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를 배급한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조금씩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던 6월 초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서 메일이 왔다. K-루키즈에 선발된 총 6팀 중 4팀의 앨범 제작 진행사를 모집한다는 메일이었다. K-루키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신인 뮤지션 발굴·육성 프로젝트이다. 2012년 1회때 전기뱀장어, 홀로그램필름, 스몰오 등 워낙 좋은 팀들이 선정되었던터라 매우 기대감이 컸다. 메일 내용에서 확인된 팀 중 눈에 띄는 팀이 있었다. 1월에 EP를 발매했던 '어느새'라는 밴드였다.

첫 EP에 대한 기억이 또렸했다. 범상치 않았다. 예전의 문법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따뜻함과 무심함이 동시에 공존했다. '호~ 괜찮은데~'라며 계속 리플레이했었다. (1집) 공식적인 앨범 리뷰를 보면 이런 말이 써있다. 어느새의 음악은 80, 90년대 소극장 정서를 수반한다고... 맞다. 홍대 클럽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올드하냐? 그렇지 않다. 기억하고 있는 정서를 지금의 느낌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함이 있다. 메인 보컬이자 리더인 dub의 목소리는 자유롭다. '아무래도 좋아요', '보낸다' 2곡의 보컬로 참여한 아랑의 목소리는 위로를 준다. 편곡의 방향도 다양하고 실험적이다. 잔잔한 바닷가와 거센 폭풍우가 느껴진다."

이창희 대표의 말처럼, 어느새는 2013년 바로 지금, 21세기 너와 나의 이야기를, 80~90년대 스타일로 풀어낸다. 여기서 말하는 '80, 90년대'란, 대자본이 지금처럼 횡행하지 못했고 음악이 요즘처럼 대규모로 유통되고 소비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소규모 자본과 소규모 밴드가 소규모 관객과 만나던 때로서 '80, 90년대'다. 이는 수많은 천재들이 록밴드와 캠퍼스밴드에서 갑자기 돌출했던 그 휘황했던 '70년대'와는 또 다르다. 이러한 이들만의 '80, 90년대 색깔'은 3번트랙 '아무래도 좋아요'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함께 떠날까요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게요/ 같이 떠나요 손을 흔들고 춤을..이 여름날은 길지가 않을 거예요/ 겨우 몇번의 콧노래를 들었을 뿐이죠 손을 흔들고 춤을 추면서..' 여성보컬이 전면에 나선 탓이겠지만 절제된 키보드 사운드와 노랫말이 앞의 두 곡과는 많이 다른 느낌. 그럼에도 이 곡이 전하는 서정은 다분히 1980, 90년대답고, 해서 '옛'스럽다. EP에도 수록됐던 4번트랙 'Nos TalGia'는 아예 대놓고 이 '옛'을 찾아 떠난다. '길을 걷다가 문득 옛 생각이 나 704번 버스 타고 난 그곳으로 가/ 오랜만에 들린 그 연못가에서 내 기억속에 잠들어있는 그때 나를 보았네..'

해서, 이런 이들에게 스타일이란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유난히 친숙해보이는 산울림도 좋고, 5번트랙 '빠지다'처럼 90년대말 한창 유행했던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다소 거친 모던록 스타일도 좋다. (또다른 타이틀곡 6번트랙 '우산이 없네'는 심지어 세련된 일렉트로닉의 기운마저 풍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이 앨범을 통해 청자를 잊고 살던 '그' 공연장으로 끌고간다는 것. 응원막대 소리 요란하고 폭죽까지 터지는 요즘 대형 공연장이 아니라, 강냉이 쟁반이 관객 머리 위로 오순도순 돌던 그 살갑던 80, 90년대 소형 공연장으로. 그리고 마지막 10번트랙 '어디에'까지 이 36분짜리 앨범을 다 듣고난 후 눈앞에 확 펼쳐지는 이 불 켜진 공연장! 원래, 앨범이란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듣는 것 아닐까.

p.s. 이창희 대표가 알려준, 몇몇 사람 아니면 모를 어느새와 K-루키즈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더!

"K루키즈 선정 아티스트는 정해진 기간내에 약속되어있는 결과물을 발표해야한다. 무척 바쁘게 진행되었다. 곡 작업은 신내림을 받은 사람마냥 술술 풀어나갔다. 음악극 형태의 공연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었던지라 바쁜 일정이 계속 되었다. 곡이 나오고 녹음이 진행되고 믹싱 및 마스터링이 소화되고있었다. 종합예술인답게 밴드 어느새는 뮤직비디오 제작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티져 영상도 만들고 뮤직비디오 촬영도 막바지였다. 마지막 장면 촬영이 남았다. 뛰는 장면이었고 뛰고 또 뛰다 건물위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을 밑에서 촬영하는 신이었는데 그만 착지에서 사고가 나 척추압박골절상을 당한 것이다. 척추압박골절상이라니! 이름도 무서웠다. 병문안을 가니 리더인 dub이 병상에 누워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웃고있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나 계속 안정을 취하면 낫는다고 하여 겨우 겨우 안심을 하였다. 그 와중에도 K루키즈 연말 결선격인 파이널콘서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였고 단독 콘서트까지 강행하였으니 그들의 열심과 내공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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