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가족, 저라면 가족을 택할 것 같아요."
배우 한그루(22)가 비운의 '줄리엣'이 됐다.
한그루는 종영을 앞둔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금단의 사랑을 하는 나은영 역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결혼한 언니 나은진(한혜진 분)의 불륜, 그 내연남의 처남 송민수(박서준 분)와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진 그녀. 불륜으로 깨진 두 가정의 모습을 담아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 속에서 비극적인 이들의 사랑은 또 하나의 시청 포인트다.
한그루는 "이제 겨우 사귀게 돼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금방 헤어졌다. 전개가 빠르다보니 행복하고 달콤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100회 정도 됐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 섞인 웃음을 지었다.
나은영은 씩씩하고 자기 앞길 똑 부러지는 캐릭터. 하지만 실연의 아픔 앞에서는 처절하게 망가졌다. 결국 술을 먹고 송민수의 누나 송미경(김지수 분)을 찾아가는가하면, 끝내는 위궤양으로 쓰러지는 지경에 이르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은영이의 아픔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술을 못해서 은영이처럼 술 때문에 위에 구멍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헤어짐을 겪을 때마다 스트레스로 병이 왔다. 이별이 있으면 잔병치레를 하고 한 번씩 아팠다."
한그루는 은영의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사랑보다는 가족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이별을 예견했다.
"저라면 가족을 택할 것 같다. 당사자들은 행복하겠지만 가족들과 같이 살아가야할 입장에서 너무 힘든 일이니까. 둘만 좋다고 모두를 힘들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드라마도 은영이랑 민수만 생각하면 둘이 잘 되는 걸로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평생 고통스러울 테니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결말에선 헤어지지 않을까 싶다."
"결혼이 남녀 관계의 끝 아니란 생각 들어."
극중에서 은영은 언니 부부의 불륜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불행에 처했다. 만약 자신의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답했다.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면 바로 끝이다. 너무 불안할 것 같다. 남녀 관계에 믿음이란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불안감은 조절을 하려고 해도 안 될 것 같다. 그러면 관계가 지속될 수 없을 것. 하지만 결혼이면 또 선택이 쉽지 않다. 한 번쯤은 참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그루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앞서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도 하명희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두 작품의 내용은 다르지만, '결혼'과 '부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딘가 닮았다. 한그루 또한 두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결수'에서 결혼 때문에 헤어진 커플로 나왔기 때문에 연기 하면서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2년 전만 해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20대 중반이면 무조건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결혼이 끝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 지 배우자감에 대해서도 생각을 깊게 하게 되는 것 같다. 독신주의가 된다면 작가님 옆에서 살 거다. 하하."
하지만 언니 나은진으로 출연한 한혜진의 모습 덕분일까, 다행히 한그루는 결혼에 대한 환상마저 지워버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배우 꿈 꿔...사극놀이하며 놀았죠."
한그루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녀가 연예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 그녀는 한복을 입고 친구들과 사극 놀이를 했다. 초등학교 시절 춤에 관심을 갖고 일찍이 유학길에 올랐다. 만약 그녀가 다른 길을 택했다면 그 끼와 열정을 어찌했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공주를 흉내 내며 놀았다. 초등학교에서도 한복을 가져와서 아이들이랑 사극 놀이를 했다. 그 때 '여인천하'가 한창 유행이었거든. 미국에선 댄스학원을 다니며 탭댄스, 재즈, 힙합, 발레를 두루 배웠다. 미국에 4년 정도 있다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짐을 쌌고, 중국에서 다시 4년간 무술과 연기를 배웠다."
그녀는 한마디로 '행동파'다. 뭔가 계획이 떠오르면 미루지 않고 당장 실천에 옮긴다. 활동적인 성격과 춤과 무술 등 타고난 운동신경까지. 그런 한그루가 많은 장르들 중에 액션물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출연작 가운데 '소녀K'라는 액션물 있는데 적성에 잘 맞는 느낌이었다. 검술이나 사격 연기가 재밌더라. 연기할 때도 참하고 그런 것보다 밝고 활동적인 캐릭터들이 좋다. 액션물을 많이 해 보고 싶다."
"가수, 미련은 있어..기회 되면 다시 활동해보고파."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로서 꿈을 키웠던 한그루지만 많이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3개월간의 짧은 가수 활동 이후 그녀는 배우로 변신, 쭉 연기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지금도 감독님들 중에 '네가 가수였어?'라며 놀라는 분들이 계신다. 10대부터 봉사활동을 하던 단체가 있는데 그곳에서 주영훈 사장님을 만나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사장님 본인이 음악을 하시는 분이기도 하셔서 제가 가수로 데뷔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얼떨결에 가수 준비를 하게 됐다."
애초에 가수보다는 연기를 하고자 시작한 활동이었고, 실제로 가수로서 활동한 기간도 길지 않다. 하지만 춤과 음악을 좋아해서 일까, 한그루는 가수 활동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준비 기간이 길지 못했다. 지금 와서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가수로 꿈을 키워보지 않았기에 내게 어떤 음악이 맞는지 생각을 못해봤다. 그냥 회사에서 해주는 대로 하다 보니 제게 딱 맞추지 못한 것 같다. 아쉬움이나 미련은 있다. 나중에 한 번 다시 해보고 싶긴 하다. 그땐 나한테 맞는 콘셉트와 노래로."
배우를 꿈꾸던 당찬 소녀 한그루는 결국 꿈을 이뤘다. 준비된 그녀였기에 갑자기 다가 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늘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그녀, 한그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다음은 또 어떤 작품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된다. 마음 같아선 들어오는 역할들을 다 하고 싶지만,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지. 우선은 끝나자마자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새해를 맞아 아직 새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의 2014년은 드라마가 끝나면서 시작될 것 같다. 좋은 작품을 하고, 연기도 많이 배우고 싶다.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해보고 싶다. 돌아오지 않을 20대니까."
최보란 기자 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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