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연습하려고 3일 동안 내내 연습!"
배우 이병준(50)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에서 독한 시아버지 최대세 역으로 등장했다. '이런 시아버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며느리에게 지독하게 굴었지만 내 여자에게만큼은 젊은이 못지않은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의 줄임말)로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에서 감초 역할을 해온 이병준은 알고 보면 뮤지컬 1.5세대 출신이다. 중저음의 보이스와 인자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이병준을 만났다.
◆ "최대세, 주말극 시아버지 개념 깼다"
'왕가네 식구들' 팀은 매주 금요일마다 대본연습을 하고 회식을 했다. 그야말로 한솥밥을 같이 먹는 식구개념이었기에 종영 후 아쉬움이 컸다. 이병준은 작품에 대한 막장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막장과는 또 다른 개념 차이인 것 같아요. 단순 막장이 아니라 가장 소시민 적인 삶이에요. 그걸 드라마로 부각 시키면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아마 애환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삶의 한 부분을 포장한 거죠. 현실에서는 뉴스만 봐도 더 하잖아요."
이병준이 연기한 최대세는 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힘들게 살았기에 아들만큼은 그러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기존에 시월드가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최대세는 색다른 시아버지였다. 극 초반 며느리가 될 왕광박(이윤지 분)과의 독특한 만남도 한몫했다. 이병준이 최대세의 세상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했다.
"주말극에 항상 같은 시아버지였다면 이번엔 틀을 깬 작업이에요. 시어머니보다 독한 구석이 있는데 자식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고 굴삭기 기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아들이 나처럼 말고 평범한 여자랑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사실 그 모습 외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과 행복. 어린 아이와 같은 동심의 마음. 앙증맞고 아기자기 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 "원래 러브라인은..이상숙 아닌 강예빈"
극중 최대세에게 2가지 모습이 나왔다. 첫 번째가 호랑이 시아버지였다면 두 번 째는 로맨티스트라는 반전이었다. 실제 이병준은 지난 2일 방송분에 등장한 스케이트 장면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물론 연습도 3일 동안 했다.
"만정이(이상숙 분)는 사랑했지만 집안이 풍비박산 나게 한 장본이에요. 아마 최대세는 그 뒤로 여자를 멀리했겠죠. 박살라는 최대세에게 첫사랑 같은 존재에요. 제 눈에 안경이라고 자신에게는 애교 있으면서 사랑을 줬으니까요. 그 전엔 경험을 못했기에 잘해주고 싶었을 거 에요.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솔직해야 한단 것을 알게 됐어요."
"캐스팅 당시 문영남 작가가 저에게 전작인 '오 마이 갓'이란 시트콤을 보고 독특한 모습을 봤다고 했었어요.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대요. 리딩을 하면서 느낀 건, 극의 흐름을 꿰뚫고 있고 몰입도 엄청나요. 대선배님들에게도 지적을 해요. 그거 보고 놀랐어요. 원래 영달(강예빈 분)이와 러브라인이었는데 회식 자리를 통해 수정됐어요.
그때 잘 어울렸대요."
이병준은 인터뷰 도중 아들 역의 한주완과 , 며느리 역의 이윤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윤지와는 지난 2011년 KBS 2TV '드림하이'에서 부녀사이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주완이는 경험이 많진 않지만 독립영화, 드라마스페셜을 하면서 연기기본을 탄탄하게 만들었어요. 감정표현도 섬세하고 신인답지 않게 여유도 있어요. 윤지는 워낙 똑 부러지게 잘하는 친구고 대본 공부도 척척 해냈어요. 연차도 있는데 참 대단하고 고맙기도 해요.
이병준에게 예능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최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 출연 했다. 그때 진중한 매력과 변태댄스로 스튜디오를 장악했다.
"원래 예능에 출연을 잘 안 해요. 어쩌다 하면 재미있는 요소를 부각시켰는데 이번엔 단답형 캐릭터에요.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제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요. 촬영 전에 일부러 톤도 높이면서 분위기도 살렸어요."
◆ '앙큼한 돌싱녀', 허술한 모습?
그동안 유니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이병준이었기에 코믹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 예술단 출신으로 뮤지컬 1.5세대다. 공연계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다. 앞, 뒤 안 볼 정도로 연습만 했고 끝까지 남은 배우로 알려졌다. 물론 지금도 워커홀릭이다. 그때 기틀을 마련한 것이 도움이 됐다.
"매년 뮤지컬 한 편 씩 하고 싶은데 작년에는 못 했어요. 올해는 한 번 하고 싶어요. 관객들을 보면 살아나서인지 무대에서 관객들과 잘 놀아요. 예전에 '아이두 아이두' 할 때 대사를 잊어버린 적도 있어요. 드라마와 무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에요. 저는 일을 할 때가 더 젊어지고 활기가 돋아요."
이병준은 '왕가네 식구들' 종영 후 곧바로 MBC 새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오상무 역으로 등장했다.
"기존 이미지랑은 좀 달라요. 회장의 오른 팔로 묵묵하면서도 남성미가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원하실 때가 있어서 거기에 맞추면서 하고 있어요. 아마 열심히 하는데 가끔은 허술한 모습을 보시지 않을까 싶어요."
김성희 기자 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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