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도 보고, 캐릭터도 보고.
현대미술가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이하 아스코)의 제2회 방송이 6일 코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미술의 종사자들에게 일률적일 수밖에 없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을까, 단 2~3일만의 미션 완성이 과연 해당 아티스트의 전부를 보여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시간예술인 노래와 달리 공간예술인 미술을 TV라는 매체가 과연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우려와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난해할 것 같은 현대미술을 안방으로 끌어온 '아스코'의 첫 작업은 우려보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대미술. 일반 대중이 '난해하다' '어렵다' '그들만의 리그다'라고 처음부터 방어벽을 쳐버리는 게 바로 이 현대미술 아닌가. '미니멀' '오브제' '행위예술' 등 전문용어는 난무하고, 현대미술의 스타급 아트스트라 할 마르셸 뒤샹, 로이 리히텐슈타인, 요셉 보이스, 도널드 저드 같은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오죽했으면 현역 미술가이기도 한 조영남마저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Who Cares Modern Arts)라는 책을 통해 푸념 아닌 푸념을 했을까.
그런데 '아스코'라는 65분짜리 프로그램이 자극과 스토리와 배설로 뒤범벅된 주말 야심한 시간(일요일 밤11시)에 이 '현대미술'을 메인요리로 들고 나온 것이다. 첫 회 '아스코'는 명확했다. 미션이 주어지고, 제한된 시간에 미션을 클리어시킬 것.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1억원과 개인전 등의 '당근'이 주어지지만, 탈락자에게는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이 돌아간다는 것. 결국 15명의 도전자들에게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라는 첫 회 미션이 주어졌고, 김동형이 첫 회 우승의 영예를, 이국현이 첫 회 탈락의 불명예를 안았다. 6일 2회 방송은 생존자 14명의 서바이벌 라운드 2인 셈.
서바이벌 장르를 택한 '아스코'가 처음 내보인 전술은 역시 '캐릭터 잡기'. '슈스케' 'K팝스타' '위대한탄생' 같은 수많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댄 그 '캐릭터'와 '사연'이 첫 회부터 쏟아져나온 것이다. 결국 작품이란 해당 아티스트의 캐릭터와 세계관, 개인적 삶의 사연들이 서로 맞부딪혀 나온 최종 결과물인 것이니까. 이들이 앞으로 매회 펼쳐보이게 될 묘한 신경전과 견제, 심사위원들이 내놓을 칭찬과 질책이 끊임없이 이들의 작품에 반영될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그 난해할 것만 같은 현대미술의 세계를 밤의 야식처럼 즐기게 될 것이니까.
단 1회 방송만에 도드라진 '아스코' 도전자들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세다. 세도 너무 세다. 많아도 너무 많다. 대표적인 도전자가 늘 자신만만하다가 끝내 탈락위기에 몰렸던 JYP 아트디렉터 서우탁. 그는 심사위원들의 예상치 못했던 충고과 비판, 푸대접(?)에 분노 게이지를 높였고, 결국에는 자신을 좇는 카메라를 향해 "방송사고 나기 싫으면 찍지 말라"고까지 했다. 혼합재료로 커다란 고래를 미션에 선보였던 그는 이번 '아스코' 최강의 캐릭터, 반전의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트러블메이커' 차지량 역시 튀어도 너무 튄 도전자. 그는 미션에 임한 자신의 작품 제목을 아예 'CJ r.'로 지었다.(여기서 'r'은 '지배한다'는 뜻의 'rules'의 약자!)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료 아티스트들의 인터뷰와 작업과정 등을 영상에 담았고, 이를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이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심지어 "나를 탈락시켜달라. 정중히 탈락을 요청합니다"고까지.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작업의 밀도가 좋았다. (서바이벌의) 상황 자체를 끌어들여 작품으로 활용한 게 좋았다"며 합격을 통보했다. 합격도 그냥 합격이 아닌, 1라운드 빅3에 든 그런 합격.
여기서 잠깐. 현대미술가들에게 이같은 서바이벌 개념을 들이민 '아스코'는 정당한가. 서우탁의 날선 반발과 차지량의 자진사퇴 표명은 불편하지 않은가. 그러나 대다수 선량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면 될 듯하다. '아스코' 도전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여러 우려와 부작용에 대해 누구보다 더 피부로 절감하고 고민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상업방송에서의 경쟁과 우승, 서바이벌과 탈락이라는 롤러코스터에 '자발적으로' 탑승한 것이라고. 따지고 보면, 각종 공모전과 아트 페스티벌도 결국 서바이벌 게임의 고상한 다른 이름이라고.
어쨌든 동료들로부터 '괴짜'라는 말을 자주 들은 유병서 역시 범상치 않았다. 죽은 상어를 시장에서 사와 작은 수조에 담궈 미션에 임했던 것. 물론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패러디해, 오브제로 활용한 나름 치밀한 전략이 깔렸다. 하지만 동료들은 "또라이구나. 제 정신이 아니구나"라며 두 손 두 발 다 든 표정을 지었고, 심사위원들은 그의 출전작 '소쿨 뮤지엄'에 대해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역시 빅3의 주인공.
1회 미션 우승자 김동형은 다른 도전자들에 비하면 소심하고 선이 얇은 캐릭터. 다른 도전자들이 대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자신만만해 하고, 외국 유학, 미술전공 등 학력 경력이 출중한 점이 오히려 그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다른 도전자들이 미션 주제를 접하자마자 의기양양하게 작업을 시작한 데 비해 그는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장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접착 테이프를 활용한 그의 출전작 '무제'는 결국 "진정성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고, 김동형은 "이제 내 생각을 좀 더 믿어도 되겠다"고 만족해했다. 1회 최고의 반전 캐릭터였던 셈이다.
이밖에 '긍정의 구여사' 구혜영, '미술계의 오다기리죠' 료니, '삐삐밴드 이윤정의 남편' 이현준, '절대 시크' 림수미, '엉뚱 엄친딸' 윤세화 등도 1회 캐릭터 전초전을 통해 눈길을 끈 이들. 물론 탈락한 이국현도 '훈남 미대형'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과연 이들이 6일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제2회 미션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작업물을 내놓을지, 누가 2회 우승을 차지하고 누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지 탈속과 세속을 넘나드는 관심이 쏠린다.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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