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설경구의 '인생연기'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4.10.21 09:50
설경구 / 사진='나의 독재자' 스틸컷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를 보면 자연스럽게 '인생연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두 가지 면에서다.

'나의 독재자'는 인생연기에 도전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냉전의 와중에 남북한의 화해무드가 무르익던 1972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배우 성근(설경구 분)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이 된다. 수년의 무명생활에도 변변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어 처음 주역을 따내고도 대사를 잊어버리고 좌절했던 터. 그는 본능적으로 인생연기를 펼칠 기회가 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김일성이란 무시무시한 악역으로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몰입한다. 발성을 다듬고, 포즈를 연습하는 것으로 모자라 살을 찌우고, 북한 주체사상까지 열공한 그는 점점 김일성이 되어간다.

극중의 인물이 이야기하듯, 어떤 배역은 배우를 잡아먹는다. 일생일대의 리허설이 취소되고, 시절이 변하고, 아들이 자라는데도 성근은 김일성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연기와 연기인생, 그리고 인생과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 독재자 성근을 바라보는 아들은 기가 막힌다.

그 성근을 연기한 이가 바로 설경구다. 다정다감한 아빠였던 어수룩한 무명배우가 1994년 한국 땅의 김일성이란 시대착오적 독재자가 되기까지, 설경구는 22년의 세월과 드라마틱한 진폭을 폭발적인 에너지와 함께 그려냈다. 뉴스와 자료 영상을 통해 접했던 북한 독재자의 거침없는 말투와 손짓, 허풍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되살아나 짜릿할 만큼. 성근의 인생연기를 지켜보며 그만 목이 메어버린 아들 태식(박해일 분)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스스로가 김일성이라고 믿어버린 김일성의 대역 성근. 이해준 감독은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싶었다"며 자연스레 설경구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역시 십수편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줄였다 늘려가며 영화 속 인물 그 자체가 되어가길 거듭해온 배우다. 성근의 인생연기를 위해선 설경구 역시 그런 연기를 펼쳐야 했다.

'나의 독재자'는 그런 감독의 믿음, 그리고 배우 설경구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시킨다. '인생연기'가는 단어가 딱 떠오를 만큼. 그 말이 2000년 '박하사탕' 이후 15년째 스크린을 휘젓고 있는 40대의 톱 배우에게 실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전히 펄펄한 에너지로 관객을 쥐락펴락한 설경구의 '인생연기'는 이것이 끝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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