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애니멀즈', 동물과의 교감은 어디에 있나요?

이수연 방송작가  |  2015.01.30 15:38
/사진=방송화면 캡처


광고에서 3B법칙이 있다.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로 이들이 광고에 등장하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방송프로그램에서도 통한다. 아이들이나 동물들이 등장했던 프로그램들, 대부분 잘 됐으니까.

최근에 아이들로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 울고 웃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몇 년 간 주춤했던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부활시킨 것도 MBC ‘아빠, 어디가-시즌1’에서 귀여운 아이들 덕분이었고, 그 흥행의 바통이 KBS로 넘어간 것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스러운 아기들의 등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아이 때문에 웃고, 다시 울게 된 MBC는 큰 결단을 내리고 ‘아빠, 어디가-시즌2’를 폐지했다. 그리고, 아기(Baby) 말고, 다른 B, 동물(Beast)을 내세워 ‘애니멀즈’가 등장했다.

‘애니멀즈’가 동물 교감 버라이어티,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물을 어느 한 종류로 단정 짓지 않고, 세 개의 코너를 만들었다. 중국의 판다곰과 함께하는 ‘곰 세 마리’, 아이들과 강아지들과의 친밀감을 실험하려는 ‘유치원에 간 강아지’, 초원의 동물들과 만나는 ‘OK목장’까지. 코너가 세 개다 보니, 출연자 수도 많고, 내용도 버라이어티하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인원만 따져도 많은데, 보이지 않는 스태프까지 따지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기에 중국에, 초원에, 유치원에, 장소 또한 버라이어티하다. 한 마디로 야심찬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너무나 욕심이 많았던 것일까? 너무나 많은 출연자에, 너무 많은 동물들에, 너무 많은 코너들까지, 너무 많아서 뭘 봐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으니 말이다. 아기 판다 곰 세 마리, 귀엽다. 강아지들도 역시 사랑스럽다.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타조나 양들도 신기하다. 각각의 동물들은 너무나 베스트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획의도에 나온 ‘동물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까.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를 들어보자. 이 두 프로그램이 성공했던 걸 가만히 살펴보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등장한 것이 1차적이고, 두 번째는 아빠들과의 교감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였다는 것이다. 아빠와 서먹하던 자녀가 서로 친해지고, 아빠의 교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보여지면서,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 사진처럼 평면적으로 펼쳐 있는 게 아니라, 아빠와의 관계가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결국 그들의 변화와 성장이 프로그램에 녹아졌기 때문에, 그것이 훈훈한 감동과 공감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애니멀즈’에서 보여져야 하는 건 뭘까? 그렇다, 기획의도처럼 동물들과 출연자들과의 교감이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공간에 있을 뿐, 각각 따로 행동하고 있다. 동물과 교감한다고 하지만, 연예인 출연자들끼리만 투닥거리고 있을뿐이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의 경우는 아이들과 강아지들과의 친근함을 다루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공포감만 보였다. 오히려, 코너의 시작을 알렸던 담당피디의 짧은 셀프-비디오 촬영이 더 진솔하게 다가왔던 건 아이들과 강아지들의 끈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곰 세 마리’는 또 어땠나? 교감이 아니라, 동물원에 놀러 간 연예인들이 판다 곰을 배경으로 촬영한 느낌이었다.

물론 살짝 맛보기로 본 첫 회를 가지고 전체를 속단할 순 없다. 그래도 야심찬 기획으로 시작한 만큼, 잘 재정비 되었으면 한다. ‘애니멀즈’에서는 많은 출연자들과 많은 동물들의 해프닝을 내세우는 ‘볼꺼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물이 단 한 마리가 나오더라도 동물과 인간의 진한 우정과 감정교류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싶다.

‘애니멀즈’ 애니멀과 연예인 출연자, 아이들까지, 이들이 삼각형이 아니라 점으로 모아졌으면! 그래서, 제 별점은요~ ★★☆ (2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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