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명품 호러가 될 뻔 한 잔혹동화

[리뷰] 영화 '손님'

김소연 기자  |  2015.07.10 08:31
/사진=영화 '손님' 포스터


좋다가 말았다.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제작 유비유필름)은 동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호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만 가져왔을 뿐 마을의 골칫거리 쥐떼를 피리 부는 악사가 해결해주지만 마을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내용은 동화와 같다. 익히 알고 있는 동화내용을 한국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니 새롭다. 배우들도 열연을 펼쳤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손님'은 독특한 소재와 시도만으로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류승룡, 천우희, 이성민, 이준 등 요즘 잘나간다는 배우들까지 다 뭉쳤다.

이들의 연기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리코더를 불어본 이후 피리를 불어본 적이 없다는 류승룡은 운지법을 동영상으로 보고 외우며 완벽하게 피리 연주 장면을 소화했다. 여기에 절뚝이는 다리로도 아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까지 연출하며 사연 많은 주인공 우룡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성민도 케이블채널 tvN '미생'의 오과장과 MBC '화정'의 이덕형을 완전히 지웠다. 백발에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뜻대로 움직이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촌장을 섬뜩하게 연기했다.

지난해 가장 핫한 여배우로 성장한 천우희는 선무당 미숙으로 '한공주'와는 또 다른 연기를 선보였고, 이준 역시 날카로운 눈빛을 뽐내며 촌장의 아들 남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특한 설정,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손님'은 만족감보단 아쉬움을 더 크게 남긴다.

비밀스럽고 한정된 공간을 찾은 낯선 사람이 느끼는 공포. 호러 영화에서 닳고 닳도록 사용된 구성을 따 와서도 아니다. 살기 위해 극한의 선택을 해야 했던 마을 사람들의 비밀 등 결론까지 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이 약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손님'은 모든 것이 세다. 배우들의 연기도 세고, 각 장면의 표현도 세다. 칼에 잘려 손가락이 날아가고, 고양이까지 잡아먹는 쥐떼의 습격은 두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돋는다. 호러를 넘어선 하드코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센 부분들이 완급조절이 안 되고 있다. 강한 것들이 연달아 나오니 충격은 둔해지고, 피로도 때문에 몰입도는 자연히 저하된다. 긴장을 풀기 위해 넣은 것으로 보이는 코미디도 간간히 등장하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마을 곳곳에 장식된 바람개비, 눈에 피를 묻히는 우룡의 복수 의식 등 의미를 가늠하기 힘든 의미와 상징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다보니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후반부에 들어서는 한데 뭉쳐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연출자인 김광태 감독은 '손님'이 약속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작품을 보고 난다면 누구든 이 메시지를 떠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과한 표현에 두통을 느끼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풀리지 않는 암시들로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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