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연기하고 노래하고 사업까지..그래도 욕심나는 영화"(인터뷰)

영화 '치외법권' 이정진 역 임창정

김소연 기자  |  2015.08.26 14:15
임창정/사진=홍봉진 기자


임창정(42)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가수와 배우를 자유자제로 오간 1세대 인물이자 영화와 음반, 각 분야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휩쓸만큼 두 분야 모두에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임창정의 대표곡 제목을 딴 술집 '소주한잔'은 1개씩 점포를 늘리더니 이제 10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가수이자 배우, 사업가로 살기 위해 임창정은 최대 수면 시간이 6시간일 정도로 바쁜 생활을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연출가를 꿈꾸며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까지 하고 있다. 새로운 일에 도전을 꿈꾸고 이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 임창정이 살아온 방식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치외법권' 역시 임창정에겐 액션이란 새로운 도전을 안겼다.

'치외법권'은 대한민국 1, 2위를 다투는 자타공인 '또라이'들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또라이로 낙인찍힌 두 형사가 최악의 범죄조직 보스를 잡으라는 명령을 받고 펼치는 통쾌한 액션을 그렸다. 임창정은 극중 범인만 봤다 하면 일단 패고 보는 앵크리 파이터 프로파일러 이정진 역을 맡았다.

"이전까진 맞는 게 많아서 제가 액션을 많이 한 줄 알지만, 이번이 처음"이라는 임창정은 "제가 재빠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투캅스'와 비슷하게 골 때리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듣고 시나리오를 봐서인지 쏙쏙 읽히더라고요. 무엇보다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맞는 역할만 했지 보여주는 액션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해보니 진짜 힘들었어요. 합을 맞추고 하는게, 감정이나 연기와는 또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임창정이 25년 만에 액션을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선 이전까지 맞은 것을 합한 것 만큼 맞기도 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너무 많이 맞아서 상반신 전체가 새파랗게 멍들었을 정도였다고. 임창정은 "전치 5주는 될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장광 선생님한테 밟혔는데, 그게 영화에선 너무 짧게 나왔다"고 아쉬움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감정에 몰입하셔서 때리셨고, 저 역시 찍을 땐 몰랐는데, 다음날 몸이 전체적으로 너무 아프더라고요. 다음날 연결해서 찍어야 하는데, 장광 선생님도 다리를 절뚝절뚝하시면서 오시는 거에요. 갑자기 다리에 근육통이 왔데요.(웃음) 첫날엔 다니(최다니엘 애칭)가 없고, 그 다음날 왔는데 '선생님이 그 정도면 형은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임창정/사진=홍봉진 기자


처음 도전하는 액션, 여기에 촉박했던 촬영 일정과 부족했던 제작비로 잠도 자지 못하고 50시간을 내내 촬영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촬영장 분위기 만큼은 유쾌했다. 특히 '공모자들'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호흡을 맞춘 최다니엘에 대해서는 "다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기할 땐 능글맞고 어른스러운데, 평소엔 아이같아요. 잘 따르고, 연기에 대한 상의도 많이 하고요. 전 즉흥적인 스타일인데, 그 친구는 준비를 많이 해오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잘 맞았어요. 제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그 게임을 찾아서 만렙(최고 레벨)을 만들어오고요. 감수성이 비슷한 것 같아요."

"웃으면서 사람을 죽인다"고 신동엽 감독의 작업 방식에 폭로하면서도 "사람이 참 좋다"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기작 역시 함께 할 마음이 있음을 내비쳤다.

"어느날 밥먹으러 가는데 '형이 한다고 해서 다음 작품 투자 받으려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제가 당황해서 '시나리오라도 보여줘라'라고 했죠. 그랬더니 웃으면서 '형, 하실 거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한데, 어쨌든 하게 될 것 같아요"

매 순간 유쾌하던 임창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까칠하고 무섭다'는 소문에 대해 억울함도 있었다.

"그런 소문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처음엔 굉장히 안좋아요. 일할 때 까칠하고 무섭게 하는 부분도 있긴 해요. 그런데 그건 일할 때 그런 거 같아요. 전 기본을 하지 않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거든요.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안되어 있으면 화가 나고, 그래서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까칠하게 하긴 하지만, 타협점을 제시하는 거죠. 전 일단 감독님과 의견이 갈리면 제 것도 찍고, 감독님이 말한 대로도 해보자고 해요. 나중에 알아서 쓰라는 거죠."

임창정/사진=홍봉진 기자


일할 땐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모습, 그게 지금의 임창정을 만든 힘이었다. 오랫동안 연출자라는 또 다른 꿈을 가슴에 품어오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스릴러, 휴먼 드라마 등 각기 다른 장르로 이미 시나리오를 5편이나 완성해놓았지만 잘 할 수 있을때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계속 쓰고 있어요. 아직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준 적은 없지만, 얘기만 해줘도 주변 반응은 폭발적이에요.(웃음) 그런데 감독을 하려면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요. 공부도 더 해야 하고요. 사실 지난해엔 투자까지 받았는데, 다시 투자금을 돌려드리기도 했어요. 제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큰 이유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임창정의 스케줄은 매일 빡빡하게 돌아간다. 영화 개봉을 한 뒤엔 바로 가수로 활동을 시작한다. 앨범 작업을 할땐 임창정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할 뿐 아니라 포스터와 뮤직비디오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또 저녁 시간엔 운영하는 매장에 가서 기념 사진을 찍어 주면서 직접 손님들을 맞고 있다.

또 세 아이의 아빠로서 매일 아침 함께 식사를 하면서 챙긴다.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담배도 1년7개월째 끊고 있을 정도다.

이토록 철저한 생활을 해온 만큼 임창정의 연출작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 할 수만 있다면 성룡처럼 영화의 많은 분야에 참여해서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어요. 주연, 각본, 각색, 음악, 제작, 연출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러니 그만큼 더 공부해야하고요.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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