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루카스, 결국 제일 먼저 10승 고지

LG 루카스. /사진=OSEN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이 팀 내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시즌 내내 '마인드 컨트롤' 문제를 지적 받으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는데 결국 10층에 선착한 건 소사도, 우규민도 아닌 루카스였다.

루카스는 27일 잠실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6⅔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 시즌 10승(10패)째를 신고했다. 시즌 초반 볼넷을 남발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여름에 접어들며 페이스를 찾았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끝에 달성한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무엇보다 소사와 우규민이 각각 9승, 류제국이 5승에 머문 가운데 제일 먼저 10승에 안착했다.

타선이 일찌감치 폭발해 승리투수에 대한 부담이 덜했던 이날조차도 불안한 모습을 잠시 노출하기는 했다. LG는 2회초 홈런 1개 포함 8안타를 집중시키며 8득점, 두산 선발 유희관을 1⅔이닝 만에 무너뜨렸다.

8점을 업고 2회말 마운드에 오른 루카스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흔들렸다. 허경민과 오재일에게 중전안타를 연달아 맞았고 김재호는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재훈을 2루 땅볼로 막아 실점을 모면했다.

하지만 3회초에 또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죽이지 못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중전안타, 최주환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무사 1, 3루에서 오재원에게 땅볼을 유도했다. 포수 앞에서 바운드가 크게 튀었고 투수 키를 넘어가는 듯 했다. 3루수 히메네스가 달려오며 잡겠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굳이 본인이 맨손으로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다. 송구는 크게 빗나갔고 실점으로 연결됐다. 계속된 무사 2, 3루에서는 김현수의 2루 땅볼, 민병헌의 2루타 등으로 2점을 더 내줬다.

4회부터는 또 180도 돌변해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5회까지 여섯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4회말 최재훈, 정수빈, 최주환을 잡는 데 던진 공은 단 8개. 5회에도 오재원, 김현수, 민병헌을 공 13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6회까지 93구를 던진 루카스는 7회에도 올라와 정수빈, 최주환을 2루 뜬공,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윤지웅과 교체됐다.

양상문 감독은 루카스를 두고 "구위만 놓고 보면 역대 외국인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3회초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한 뒤 바로 다음 타자 김현수를 상대할 때에는 몸 쪽 꽉 차는 코스에 149km/h짜리 패스트볼을 꽂아 넣는 등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성적만 좋으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마운드에서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 다는 건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날 또한 3루 관중석의 LG 팬들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루카스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루카스가 과연 다음 시즌에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