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 누나,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다시 만나요! (BIFF 오픈토크 일문일답)

부산=김현록 기자  |  2015.10.04 15:59
전도연 / 사진=김창현 기자


"누나 소리가 왜 이렇게 거슬리죠?"(웃음)

도연언니에 이어 도연누나를 찾는 관객들의 애정공세가 이어진 관객과의 만남. 칸의 여왕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당당했다.

전도연은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넷째 날인 4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나섰다. 배우와 관객이 해운대 모래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예쁘다"는 환호 속에 무대 위로 오른 전도연은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말"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진솔하고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나이 제대로 먹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돌직구를 날리면서도 "나이 들어도 멜로 찍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고, "예전엔 영화 찍으면 받는 게 상인 줄 알았을 만큼 많이 받았다"면서 "이제는 힘내라고 주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의 입담에 관객도 들썩였다. '무뢰한' 김남길의 호칭을 흉내내며 콧소리를 섞어 '누나~'라고 말할 땐 곳곳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다음 영화는 공유와 찍는다며 "부럽겠죠"라고 '으쓱'하며 장난도 쳤다.

전도연은 그러나 2007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자신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닌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고도 털어놓기도 했다. 그녀의 옛 타이틀은 '영화나라 흥행공주'. 그녀가 다시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돌아오길 바라며, 유쾌하지만 진솔했던 그녀의 오픈토크 일문일답을 문자로 옮긴다.

전도연 / 사진=김창현 기자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보였다. 받을 줄 알았는데도 눈물이 났다고 했는데.

▶제가 눈물이 나서 저도 당황했다. 무대에 올라가니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나며 울컥했던 것 같다. 예전엔 영화를 찍으면 항상 받을 수 있는 게 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가 상을 정말 많이 받았더라. 오랜만에 받는 상이기도 했다.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이젠 잘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힘내라고 주는 상인 것 같았다. 어릴 적 받은 느낌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힘 내겠다. 고맙다.

-'무뢰한'으로 부산을 찾았다.

▶'무뢰한'은 그리움이 묻어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했다. 부산영화제가 끝나면 극장에선 못 보지만 문득 그리움에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여러분도 그렇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출연했나.

▶솔직히 '흔쾌히'는 아니었다. 두 번 정도 거절했다. '협녀'와 '남과 여'를 찍어야 했고, 시나리오만 보고 하기엔 무거운 느낌이라 고민이 많았다. 23년 만에 영화 찍는 오승욱 감독님을 살려드린 느낌이긴 하다.

-주인공 김혜경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장르적인 여배우는 영화의 꽃이기도 하고 대상화된 캐릭터였던 듯하다. 남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나는 김애경을 그들 사이에서 싸우고 상처받고 극복하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연하 김남길과 호흡했는데 차이가 안 느껴졌다.

▶나이는 제대로 먹고 있다.(웃음) 남길 씨는 ㅈ조금 걱정했다. 남길씨가 정말 귀엽다. 동네 꼬마 아이 같더라. 이 친구가 재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 때문에 재곤이 인간적으로 마음이 따라갈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촬영 떈 어리광부리는 동생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면 제가 힘들 때 지치지 않게 상상 옆에 친구처럼 지켜준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오빠 같다.

-여러 사랑 이야기를 해왔다.

▶제가 다양한 영화를 했다고 하시지만 돌이켜보면 여러 다른 사랑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 현실에선 사랑만 쫓기 힘들어 영화르 통해 꿈울 꾸고 있는 것 같다. 저도 제 인생에서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꿈꾸는 사랑은 판타지다. 항상 하고 있어도 다른 사랑을 좇는 판타지.

나이가 들어도 멜로를 찍을 수 있는 여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나이는 제대로 먹고 있지만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서 감성을 놓치지 않으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도연 / 사진=김창현 기자


-올해 3편의 영화를 내놓게 됐다.

▶'무뢰한'이 있었고, '협녀'가 있었고, 공유씨와 촬영한 '남과 여'가 있다. 저 너무 행복하겠죠.(웃음) 1년 동안 세 작품을 연달아 한 게 처음인 것 같다. 마음은 행복했는데, 괜찮다고 했지만 심신이 지쳐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다. 힘들었는데 부산영화제에서 많이 힘을 얻고 간다.

-사진이 한 가장 큰 선택이 있다면

▶배우인 것 같다. 제가 선택했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기특하고 뿌듯하고 생각하는 게 내가 배우 일을 한다는,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무뢰한'의 김남길을 제외하고 함께 한 배우 중 가장 잘 맞았던 남자 배우가 있다면.

▶난처한 질문이다. 연기에선 다 잘 맞는다. 안 맞고 하는 건 없다. 다만 어릴 적 '넘버쓰리'를 보고 송강호의 팬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알았지만 '밀양'에서 처음 함께 했는데 함께 연기할 때 재미있고 행복했다.

-요즘 눈여겨보는 후배 배우가 있나.

▶늘 눈여겨보진 않는다.(웃음) 요즘에 활발히 활동하시는 유아인씨가 보기 좋더라. 열심히 하고 감성적인 면이나 가진 재능들이 큰 에너지처럼 뿜어져나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저도 그렇다.

사진=김창현 기자


-늘 칸의 여왕이라 불린다. 부담스런 수식어일 텐데.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워 빨리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칸이 정말 어마어마한 의미더라. 배우 하는 순간까지 그 수식어를 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윤여정 선배님과 통화했다. 협녀가 안 돼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힘내라고 전화를 하셨다. '빨리 칸의 여왕을 벗어나 부담을 내려놔야 한다'고 하시기에 '아카데미 받기 전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넌 영어가 안 되잖아'라고 하셨다.(웃음) 부담을 벗어나야지 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새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저 예전에는 영화나라 흥행공주였다. 그게 제 타이틀이었다. 조만간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 칸의 여왕 대신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바꿔달라.

-속편을 찍고픈 출연작이 있나?

▶'너는 내 운명'이 재미있을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남는 출연작은.

▶모든 작품이 기억나지만 저를 여기에 있게 해주고 지금까지 영화 할 수 있게 해준 영화는 '접속'이다. '접속'이 없었다면 제가 배우로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다.

-힘들 때 가장 힘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러분이라고 하고 싶지만 딸이다. 힘들 때마다 내가 지치지 말아야지 하는 이유가 된다. 저는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저희 딸은 '엄마가 착한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소원은 이뤄지면 소원이 아닌거다.(웃음)

-만약 딸이 배우를 하겠다고 한다면?

▶'칸의 여왕'을 넘어설 수 있다면 하라고 하겠다. 저보다 못하면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웃음)

-'밀양'을 결혼 전 찍었다. 지금 찍는다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그 때 진짜 힘들었다. 너무너무. 제가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계속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저는 진짜가 뭔지 모르는데 진짜를 원하는 이창동 감독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이 아닌 신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제 감정에 빠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오히려 더 감사하다. 더 잘 할 것 같지는 않다.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저에게는 오늘도 내일도 좋지만 오늘이 더 중요하다. 모든 걸 오늘에 집중하면 또 내일이 오늘이 된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사십시오. 감사합니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그냥 좋은 배우.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볼 수 있고, 본 것을 후회하지 않은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전도연에게 부산영화제란

▶'나에게 부산국제영화제란 나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나라에 국제적인 세계적인 영화제가 있다는 게 든든하다. 해외 나갈 때마다 듣는 게 부산국제영화제다. 그럴 때마다 든든함, 뿌듯함이 생긴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란 느낌이 들었다.

-끝인사를 부탁드린다.

▶인기가 없어서 사람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의 기운 받아 앞으로도 좋은 작품 하겠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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