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아직, 있다' 세월호 노래? 해석 열어두고파"(인터뷰②)

문완식 기자  |  2015.12.16 06:00
루시드폴 /사진=안테나뮤직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온 루시드폴입니다(인터뷰①)에서 계속

루시드폴 /사진=안테나뮤직


'아직, 있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곡 설명에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부르는 노래'라고 돼 있는데 혹 세월호 관련된 노래인지.

▶거기에 대한 해석도 열어두고 싶어요. 노래이다 보니까 이건 제가 이런 걸 모티브로 했습니다, 하고 얘기를 안 드리는 게 들으시는 분들께 좋지 않을까해요. 예전의 경험을 보면 같은 노래를 여러 의미로 생각하시더라고요. 비단 사회적인 의미가 아니라고 해도요.

-제주에 내려간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나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에게는 지난 3, 4년의 시간이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게 또렷해지는 시간이었죠. 제가 사회적이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방송에 나가면 예능감도 있는지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혼자 있으니 충전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사실 부산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자랐고, 물론 유학을 가긴 했지만 거기도 시골은 아니어서 평생을 도시에서 자랐어요. 그런데 사람이 붐비는 도시보다 바다나 산이 좋다, 난 이걸 좋아한다는 걸 2년 전에 확실히 알게 됐어요. 물론 그 때 결혼할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의 아내도 마찬가지였고요. 내가 서울에서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없다면 시골로 가자.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 거예요. 그렇게 제주에 내려가게 됐죠.

밭농사 중인 루시드폴 /사진=오하나, 조윤석(루시드폴)


제주는 동쪽은 산이 많고 척박해요. 서쪽은 산이 없어서 밭농사를 지어요. 우연찮게 어떤 분을 만났는데 쪽파 농사를 얘기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우연찮게 그 동네에 집을 구해서 정착하게 됐어요. 농사 짓는 친구들을 알게 돼서 밭농사를 하고, 또 동네 형님을 알게 돼서 과수원을 하게 됐죠. 밭농사는 하다 보니 이후에 일이 많아져서 저는 쉬겠다고 했어요(웃음). 곰곰이 생각해보면 드라마틱해요. 제가 가야지 하고 간 게 아니라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살게 됐어요. 시골 생활이요? 도시에서 살 때보다 매일 바다 보고 숲길 가고 밭에서 일하고 자연과 벗하고 살게 된 셈이죠.

이렇게 살면서 쓴 얘기라 이번 앨범에 들어간 동화에도 분명히 제 삶이 묻어나 있을 거예요. 동화는 배경이 섬인데, 제주라고 배경이 꼭 나와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거기에 나와 있는 나무, 새들은 다 제가 본 것들이에요. 제가 보지 않거나 제가 만나지 않은 새나 꽃 이름은 아마 없을 거예요. 철저한 고증에 의해서 동화가 나온 셈이죠(웃음).

-그럼 이제 제주에서 계속해 사는 건지.

▶그런 건 아니에요. 지금 살고 있는 저의 삶이 너무 좋을 뿐이에요. 물론 사람 일은 알 수 없지만요. 지금 생각으로는 다시 서울 올 것 같지는 않아요. 제주에서 해야 되는 일들도 있고, 지금 삶도 너무 좋거든요. 부족한 게 없어요. 아직까지는요. 음악하기에는 너무 좋아요. 뭔가 많이 쓰게 됐다고나 할까요. 서울에 있을 때보다요.

-동화는 어떻게 쓰게 됐는지. 특별한 영향이 있었나.

▶작년에 저희 동네 친구들 3명과 농사커뮤니티라고나 할까, 같이 일하는 그런 친구들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그 중 한 친구가 저랑 나이는 같은데 학부형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이요. 그 친구가 매주 한 번씩 아이들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더라고요. 시골 학교여서 학생이 없어요. 학년마다 1반만 있고, 1학년 1반으로 입학해 6학년 1반으로 쭉 올라가는. 돌아가면서 학부형들이 책 읽기를 해주는데 언제인가 친구가 너도 할래? 이러더라고요. 전 학부형도 아닌데(웃음). 거절할 이유도 없고, 재미겠다 싶어서 하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루시드폴 /사진=오하나, 조윤석(루시드폴)


작년 말까지 하다 올해는 없어졌는데요. 방과후교실이 없어지면서요. 없어지기 전까지 매주 가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고 시간을 함께 보냈죠. 제게는 아이들과 얘기하고 부대낄 수 있는 기회가 처음이어서 좋았어요. 그때 마침 동화 번역 제의도 들어오고 했는데, 제 동화를 쉽고 단순하게 한번 쓰고 싶었어요. 뭔가 치장하지 않고요. 제가 좋아하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시인. '주문 많은 음식점', '첼로 켜는 고슈' 등 100여편의 동화와 400여편의 시를 남겼다. 그가 초고로 남긴 '은하철도의 밤'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의 원자으로 유명하다)의 책을 읽으며 힘을 받았어요. 겐지도 농촌에서 일했거든요. 빨리 세상을 뜨기는 했지만, 그런 영향을 받았어요.

루시드폴 "이상순·이효리, 제주 유일 연예인 친구들"(인터뷰③)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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