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5회초에 끝났다. 잠실 더비, 서울 라이벌전, 어린이날 시리즈 등등 두 팀의 매치업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두산은 4일 잠실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서 막강 화력을 과시하며 17-1로 크게 이겼다. 김재환은 6타수 5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유희관은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신고했다. 평일임에도 2만 3112명이 찾아 잠실구장을 꽉 채웠으나 1루측 LG 관중들은 6회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제구력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투수들의 맞대결이었다. 두산은 유희관, LG는 우규민을 내세웠기에 명품 투수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1회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1회초 1사 후 정수빈이 좌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1사 2루서 민병헌이 좌익수 앞에 안타를 쳤다. 정수빈이 홈에서 아웃 돼 흐름이 끊겼지만 오재일이 해결사로 나섰다. 2사 1루서 우중간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려 홈 횡사의 찝찝함을 씻었다.
2회초 3안타로 1점을 달아나 3-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5회초, 타자일순하며 대거 8점을 뽑아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한 번 터진 타선은 식을 줄 모르게 타오르면서 LG 마운드를 융단폭격했다.
LG는 무사 2루 오재일 타석에 진해수를 구원 투입했으나 두산의 방망이는 이제 예열을 마쳤을 뿐이었다. 오재일이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오재원이 기습번트 안타로 LG 내야를 흔들었다. 1사 1, 3루서 김재호가 다시 좌중간 싹쓸이 2루타를 쳐 두산은 7-0으로 성큼 도망갔다. 김재호의 안타로 두산은 시즌 첫 번째 선발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리그 8호).
계속된 1사 2루에서 김재환이 다시 좌익수 앞에 적시타를 쳤다. 최재훈이 볼넷을 고른 뒤 1사 1, 2루서 박건우가 대승을 자축하는 3점포를 터뜨렸다. 우규민이 내려갈 때만 하더라도 5-0이었던 경기는 순식간에 11-0으로 벌어졌고 LG는 추격 의지를 상실했다.
무자비한 두산 타선은 6회초에도 타자일순하면서 5점을 추가, 1루 측 홈 관중들을 대거 집으로 보냈다. 김재환이 14-1로 달아나는 3점 홈런을 때린 뒤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의 안타에 LG 포수 최경철의 실책까지 엮어 2점을 더 냈다. 2사 2루서 박건우가 좌전안타로 허경민을 불러들이면서 두산은 선발 전원 득점까지 기록했다(시즌 2호).
선발 전원 안타에 선발 전원 득점까지 동시에 기록한 건 시즌 1호이자 KBO 통산 66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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