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신인가수 케이지의 가내수공 '음악'(인터뷰)

김미화 기자  |  2016.05.26 13:49
케이지 / 사진제공=플라네타리움


얼굴이 없다. 방송출연도 없다. 그 흔한 재킷 사진도 로봇으로 대처했다. 아무것도 없이 오직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신예 가수 케이지(Kei.G, 강윤철)의 이야기다.

케이지는 지난 11일 첫 데뷔 싱글 '지금 여기'를 공개하며 가요계에 등장했다. 이어 일주일 간격으로 19일 '샤인!'(Shine!), 그리고 26일 '널 봐'(feat. 정진우)를 차례로 내 놓았다.

그가 내놓은 것은 오직 음악이다. 마치 가내수공업처럼 혼자 쓰고 만든 음악을 자신의 손으로 만든 앨범 재킷에 담아서 나왔다.

케이지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속한 산타뮤직의 동생 레이블인 신생 플라네타리움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첫번째 가수로 나왔다. 그는 다른 느낌의 세 곡을 통해 자신의 음악성과 음악적 색깔을 내보였다.

"음악 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곡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약 5년 정도 됐고요. 본의 아니게 가요라는 토양 안에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무덤덤하게 앨범을 던지게 됐어요. 오랜 기간 작업 했는데 다들 어떻게 노래를 들어줄지 궁금해요."

시크하달까, 무덤덤하달까. 그는 다른 가수들과 좀 달랐다. "열심히 작업한 노래니 꼭 들어달라"는 자세가 아니라, 슥 꺼내며 "시간 되면 한번 들어보세요"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각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큰 욕심은 없다고 했다. 뜨거운 인기보다, 오래 지속되는 미열(微熱)같은 관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과 홍대에서 버스킹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순간의 희열이었지 진득하게 음악활동 한 것은 곡을 쓰고 난 후부터였어요. 그냥 혼자서 골방에서 노래 했죠. 유튜브에 올리거나, 기획사에 보낸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어머니께 들려드리고 엄마가 좋다고 하면 만족하고 그게 내 활동 영역의 전부였어요. 그러다보니 앨범을 낸다는 개념이 제게는 생소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내 노래를 듣는게 낯부끄럽기도 하고 어떤 느낌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 케이지는 얼굴조차도 노래 뒤로 숨겼다. 외모도 경쟁력이 된 시대, 그는 노래만을 내놨다. 케이지의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나이 대나 외모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역시 노래로 먼저 평가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혹자는 제 음악만 듣다가 저를 보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처음엔 그렇지만 저보다 음악이 더 나았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처음에 얼굴 공개 안한것도 그런 뜻을 담았어요.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공개 못할만큼 이상하지는 않거든요. 얼굴 공개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가 아니라 일단 노래 들어보고 나를 봐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케이지 / 사진제공=플라네타리움


케이지는 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그러다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기 직전 지금의 소속사 산타뮤직과 인연이 닿아 계약을 맺었다. 그는 혼자 방에서 음악 할 때와 지금 소속사 계약을 맺고 음악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치 가내수공업 같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소속사가 있어도 음악을 하는데 큰 차이는 없어요. 일단 내가 큰 틀을 만들고 그것에 맞춰서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저의 안목이나 센스를 높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창작할 수 있는 여건으로서 봤을 때는 이상향 적인 곳이에요. 뮤지션이 자생할 수 있는 분위기죠. 대신 비교 대상이 명백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은 있어요."

케이지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깊다. 프로듀서로서의 능력 뿐 아니라 가창자로서 목소리도 느낌이 좋다. 하지만 서른 넷이라는 그의 나이가 가수로 데뷔하기에 빠른 시기는 아니다. 조금 더 일찍 음악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없는지 물었다.

"사실 20대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특출난 일반인'이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거기서 우승하는 것은 실력 뿐 아니라 운도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오디션 출신 가수의 이미지는 존중은 받아도 존경은 못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가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일반인과 가수가 된 것 이라고 볼 것 같았죠. 그 이미지를 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누군가가 제게 '자 내가 봐 줄 테니 노래 한 번 해봐'하는 것도 제가 잘 못 버텨요. 일촉의 상황에서 평가 받는 것을 두려워 했던 것 같아요."

26일 공개 된 '널봐'는 SBS 'K팝스타5' 출신의 정진우가 피처링 한 곡이다. 케이지와 정진우는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은 막역한 사이다. 몇 년전 음악 연습실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고 그 이후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지내며 음악적으로 교감을 나눴다고 한다. '널봐' 역시 이런 두 사람의 호흡 속에서 매력적인 곡으로 탄생했다.

"(정)진우와 수년간 작업물 공유하고 피드백도 주고 했어요. 이번에 같이 작업하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저희는 멘토와 멘티 같은 관계이자 친구 같기도 해요. 저는 나이차를 신경 안 쓰거든요. 고등학생이랑도 친구를 먹죠.(웃음) 옆에서 진우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갓 데뷔한 케이지의 이름 앞에 붙인 수식어는 '멀티 지니어스'다. 싱어송라이터와 안 어울리는 수식어라 생각했지만 그와 실제 인터뷰를 나눠본 후에는 왜 그런 별명을 갖게 됐는지 이해가 됐다. 케이지는 음악은 물론, 앨범 기획이나, 뮤직비디오 작업등도 본인이 직접 맡아서 했다. 케이지의 앨범 재킷에는 그의 얼굴 대신 로봇이 있다. 이 로봇은 그냥 그럴듯한 이미지를 갖다 붙인 것이 아니라 노래 속 화자의 마음을 대변한 물체다. 이 로봇은 케이지가 만들었다. 그는 직접 스케치를 한 뒤 목업을 만들었고, 70년대 휴대용 트랜지스터와 라디오 등 음악적 오브제를 이용해 로봇을 제작했다. 직접 음악 프로듀싱 작업 뿐 아니라, 재킷에 쓴 로봇까지 직접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왜 그가 멀티 지니어스인지 수긍이 갔다.

"저는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을 되게 싫어해요. 나중에 그 우물이 마르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여러가지를 해보고, 그러다 보니까 얻어걸리는게 있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만 정공의 승부수를 던진 그에게 어떤 음악으로 읽히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들을수록 좋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아주 명료하게 답했다.

"반복이라는 것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 같아요. 내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야말로 영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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