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깜짝 등극했다. 세계를 휩쓴 블리자드의 동명 인기게임이 원작이긴 하지만, 북미 첫 공개 당시 혹평이 쏟아졌던 걸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 게임 '워크래프트'나 '와우' 유저에게만 어필하지 않겠냐는 예상치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흥행과 별개로 관객의 평은 한국에서도 역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저와 비(非)유저 관객의 차이를 막론하고 영화 자체의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탓이다.
영화화 선언 10년 만에 드디어 나온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은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결과물이다. 혹평에 혹평만이 거듭된 시절에도 "의리로 본다"는 와우저들이 적지 않았다. 인생게임을 영화로 본다니,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분할 일인 탓이다.
2편, 3편을 연이어 내놓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은 레전더리 픽쳐스와 블리자드의 전략은 단순해 보인다.
전세계 1억명에 이르는 유저들만 봐도 된다는 듯 영화는 생소한 용어,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본론으로 직진한다. 충직한 유저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반길 디테일, 눈요깃거리가 상당하다. 오크 등 종족들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드레노어와 아제로스, 각 무기와 갑옷 등도 게임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거꾸로 하면 초보에겐 불친절하고, 폐인들에겐 이미 아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판타지 대서사시로는 비교적 짧은 2시간의 러닝타임에 배경과 각 진영 인물, 갈등 요소에 반전까지 우겨 넣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특히 원작에도 없던 러브라인은 뜬금없다는 느낌까지 준다.
특히 인기 캐릭터를 내세우지 않고 초기 캐릭터들에게 오프닝을 맡기며 흥미른 반감시킨다. 마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호빗'을 먼저 만든 격이랄까.
얼라이언스 진영 편에 기울어 있긴 하지만, 오크며 인간이며, 어느 한 쪽 편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주인공 없이 포류하는 인상을 준다. 오크 족장 듀로탄의 아들 고엘(스랄)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영화 전체가 본편을 위한 예비단계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기대를 낮춘다면 여름용 판타지 블록버스터, 2시간짜리 팝콘무비로는 즐길만 하다. 웅장한 음악이나 대형 전투신은 너무 과해 누적된 피로가 엄습해 오는 느낌이지만, 압도적이라며 즐거워할 요소도 있다. 특히 근육과 근육이 맞부딪치는 듯 거칠고 원시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개성적인 CG는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의 인장처럼 느껴진다. 전투 전개도 시원시원하다.
'의리' 때문이든 '재미' 때문이든 한국 관객을 일단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이래저래 흥미진진한 영화가 새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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