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왜 '덕혜옹주'인지, 왜 손예진인지, 볼 수 있을것"(인터뷰)②

[빅4특집] '덕혜옹주'

전형화 기자  |  2016.07.07 10:24
허진호 감독/사진=이동훈 기자


허진호 감독이 '위험한 관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다. 그는 올 여름 100억원이 넘는 대작 '덕혜옹주'를 선보인다. 한중 합작영화였던 '위험한 관계'야 400억원을 썼다지만, 허진호 감독이 100억대 한국영화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감성이 풍부하고 여백이 넘치는 영화를 그동안 만들었던 그가 왜 이다지도 큰 모험을 한 걸까? 일제 시대에, 여자 주인공에,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인지라 처음에는 모두가 손을 내저었다.

그럼에도 허진호 감독은 묵묵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며 '덕혜옹주'를 준비해왔다. '덕혜옹주' 개봉을 앞둔 허진호 감독과 미리 만났다.

-왜 '덕혜옹주'였나.

▶KBS에서 한 '덕혜옹주'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봤다. 눈물이 나더라. 당시 덕혜옹주는 나라 잃은 사람들에게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일거수 일투족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고. 그러다가 일본에 기모노를 입혀진 채 끌려가 자란 뒤 대마도주와 결혼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했고, 귀국도 이승만 정부에서 반대해 못했었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권에서 귀국을 허락해 들어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예컨대 '마지막 황제' 같은 영화를 구상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예산도 다르고, 어떻게 보면 드라마도 적다. '마지막 황제'야 청나라 마지막 황제에서 일제의 꼭두각시가 돼 만주국 황제가 됐다가 나중에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드라마가 있었다. '덕혜옹주'는 다르다. 여자 주인공에 그 시대를 다루면 필연적으로 예산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야기도 극화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소설 '덕혜옹주'가 출간됐다.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사람들이 덕혜옹주의 삶에 그렇게 관심을 갖는 걸 보면서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영화로 극화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역사 왜곡이란 지적도 피할 수 없을텐데. '덕혜옹주'에선 덕혜옹주가 영친왕 망명 사건에 가담한 것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그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알려진 게 너무 적었다. 대마도주와 결혼 관련한 이야기는 일본 시각으로 그려진 책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실제 덕혜옹주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관객이 그럴 수 있었겠다고 믿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고종이 독살됐기에 독 트라우마가 있었다. 마호병에 물을 따로 갖고 다녔다. 그녀가 아마도 그곳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을 가졌다. 박해일이 맡은 장한은 실존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친형이 실제로 덕혜옹주를 일본에서 데리고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인물을 상상을 가미해 하나로 만들었다. 덕혜라면 학교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덕혜라면 일제에 끌려다니며 망국의 황녀로 부역하는 조선인들에게 연설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

또 그 당시 영친왕도 그렇고 의친왕도 그렇고 실제 망명작전이 거행됐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싶었다.

-허진호 감독 영화라면 멜로를 빼놓을 순 없는데. 남겨진 기록들을 보면 오히려 덕혜옹주와 결혼한 대마도주의 이야기가 멜로에 더 적합할 수도 있었을텐데.

▶멜로가 짙은 감정의 교류라면, '덕혜옹주'에는 박해일이 맡은 장한과 손예진이 맡은 덕혜, 그리고 덕혜와 늘 그녀 곁을 보좌한 복순 역의 라미란, 그리고 장한과 복동 역의 정상훈의 관계를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남녀의 멜로로 풀기엔 제약점이 있기도 하고.

-소설과 영화는 반향이 다를텐데. 짧은 이야기에 많은 걸 영상으로 보여줘야 하는 영화는 소설과 또 다른 흡입 요소가 있어야 했을텐데.

▶우선 소설이 왜 인기를 끌었을까를 생각해봤다. 잊혀졌던 인물, 500년 왕가의 흔적, 단지 비극적인 한 개인의 삶에 대한 연민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울림이랄까, 기억이랄까,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 울림을 영화로 전하도록 했다.

그녀의 삶이, 마지막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 했으니깐.

-올해 한국영화에는 '아가씨' '비밀은 없다' '굿바이 싱글' 등 여성 중심인 이야기들이 흐름을 이었다. '덕혜옹주'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8월 블록버스터 시장에 나온다는 점에서 그 절정 일 텐데. 앞선 영화들은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렸다. 덕혜옹주는 역사적으론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산 여성이다. 그간 허진호 감독 영화에선 여주인공이 대부분 주체적이었는데. '덕혜옹주'는 어떻게 그리려 했나.

▶그래서 수동적인 삶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과연 덕혜옹주가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실제로 동요도 작사했었고. 당시 왕가 사람들이 망명을 해서 독립운동에 가담하려 했던 일들도 많았고. 그런 연결 고리를 팩션으로 구상했다. '덕혜옹주'는 전기영화가 아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극화했기에 정당성을 주려 노력했다.

-영화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으로 삶을 반추하는 방식을 썼는데.

▶그간 삶을 시간 속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시간 속에서 변하는 감정들이다. '덕혜옹주'는 그런 모습을 담으려 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이자 멸망한 나라의 상징 같은 존재가, 13살에 일제에 의해 끌려가 그 뒤로 어떤 식으로 운명을 이끌어 갔는지, 그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허진호 감독/사진=이동훈 기자

-타이틀롤인 손예진은 '외출' 이후 다시 작업했는데.

▶감정을 표출하고 확산하는 데 정말 우리끼리는 '신기'가 왔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였다. 여배우와 작업하는 데 어떤 불편함이란 게 있다고들 한다. 손예진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해방이 되고 한국에 돌아오려다 정부에서 막아서 안되는 장면을 찍었을 때 일이다. 그녀가 얼마나 갈망했었던 일이었겠나. 아마도 그게 좌절돼 정신병원에 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차가운 광장에서 겨울에 찍었는데, 손예진이 테이크를 쉴 때마다 계속 추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보통 촬영을 쉴 때는 앉아서 쉬기 마련인데, 손예진은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찬 바닥에 누워있었다. 왜 손예진인지, 왜 덕혜옹주가 손예진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해일은 어땠나. 원래 그 역할은 이정재가 하기로 했다가 제작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바꿨는데.

▶사실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손예진보다 더 많이 나온다. 박해일과 손예진이 그 전부터 계속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인연이 안 닿았다고 하더라. 서로의 팬이었다. 박해일이 하면서 영화가 굉장히 감성적이 됐다. 박해일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담겼다. 그가 해서 어떤 정당성과 당위성이 그려졌다.

-라미란은 사실 코믹 조연으로 많이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큰 감정을 담당해야 하는 역이었는데.

▶손예진이 라미란을 추천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공항에 덕혜옹주가 귀국하는데, 그 때 덕혜옹주를 모셨던 상궁들이 나이가 들어 한복을 입고 공항에서 마중 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난 잘 안 우는데, 라미란과 노 상궁들의 연기를 보고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 그게 '덕혜옹주'를 한 이유였던 것도 같고.

-일제시대를 재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세트를 썼다. 그 당시 공기를 담기 위해 전국 각지를 뒤졌다. 나중에 빌린 차 미터기를 보니 2만㎞가 넘게 달렸더라.

-'덕혜옹주'는 필연적으로 민족의식을 자극하지 않겠나. 일부러 피하려는 노력도 있었을 것도 같고.

▶글쎄. 개연성이 가장 중요했다. 관객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늘 염두했다. 보면 알 것이다. 왜 '덕혜옹주'여야 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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