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버린 터널에 갇힌 한 남자 정수를 둘러싼 이야기,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이 질주 중입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터널'에 갇힌 건 정수 역 하정우 혼자가 아닙니다. 일단 온몸으로 연기하는 깜찍한 퍼그 강아지가 있죠. 그리고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바로 미나 역의 남지현입니다. 무너진 터널 어디선가 나타난 강아지의 원래 주인이 바로 그녀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존재를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터널이 무너지고 한 남자가 갇힌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터널'이 준비한 히든카드가 바로 그녀였으니까요. 짧은 등장이지만 존재감은 엄청납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터널'의 진짜 신스틸러죠.
20대로 짐작되는 영화 속 미나는 손꼽아 기다리던 취직이 결정돼 머물 곳을 알아보러 이동하던 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무너진 터널에 꼼짝없이 갇혀 몸조차 움직이기 힘든 상태에서 정수와 만납니다. 고립 상황에서 만난 반가운 동지지만, 생수 두 병, 배터리가 떨어져 가는 휴대전화에 의지해 버티던 정수에게 그녀는 딜레마나 다름없습니다. 얄궂게도 목숨과도 같은 휴대전화며 물을 나눠달라 부탁하며 정수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그녀의 예의 바른, 하지만 절박한 요청은 자연스럽게 영화를 지켜보던 관객에게도 질문이 되어 꽂힙니다. 그 순간, 당신은 나눠줄 수 있나요.
무너진 터널 속 온 몸과 얼굴 가득 검은 흙먼지를 가득 묻힌 채 등장하는 남지현은 첫 눈에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심지어 차에 끼어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몇몇 대사와 표정만으로 터널에 갇힌 20대의 사연을 표현해야 했습니다. 그 짧은 순간,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남지현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 냅니다. 21살 배우의 풋풋함 또한 캐릭터와 그대로 어우러져 보는 이를 더욱 흔들어 놓습니다. 그렇게 남지현은 '터널'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결코 지우지 못할 캐릭터를 남겼습니다.
남지현은 다음달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도 김정호의 딸 순실 역으로 등장합니다. 가족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위대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때 쯤 다시 금주의 신스틸러로 남지현을 꼽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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