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이 공 하나만 넓었으면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가 됐을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2015년을 함께했던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32)을 이렇게 회고했다.
루카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바 있어 계약 당시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2012년 최약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LG와는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다.
양 감독은 "캠프 때 공 던지는 걸 보고 '됐다' 싶었다"며 기대가 컸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다혈질 성격이 모든 걸 어그러뜨렸다. 특히 볼 판정에 불만이 많았다. 배트를 부러뜨릴 만한 직구 구위와 움직임이 큰 싱커, 파워 커브 등 타자를 압도할만한 다양한 무기를 갖추고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로 선언되면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동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양 감독은 "공만 확인하고 성격은 확인을 못했다"며 웃었다.
루카스는 9이닝당 탈삼진 7.92개로 리그 5위였다. 시즌 중 양 감독이 "구위만 놓고 보면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말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KBO의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을 맞추기를 끝내 거부했다. 볼넷이 108개로 리그에서 제일 많았다. 사구 14개까지 합치면 4사구 122개로, 한 시즌 최다 4사구 역대 3위의 기록이다.
당시 특히나 좁았던 스트라이크 존의 최대 피해자였던 셈이다. 마침 타고투저와 경기 시간 단축 등을 위한 방안으로 존 확대가 논의 중인 현실을 감안하면 루카스는 때를 잘못 만났다.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지난해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서는 또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뒤 선발을 급하게 수혈하려 했던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됐다.
가을에는 LG를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LG의 플레이오프를 직접 찾아와 관람했다. 경기 외적으로는 크게 모난 인성은 아니라는 평가다. 존이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질 수 있다. 루카스의 보류권은 2020년까지 LG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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