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감옥이라는 은유와 한석규라는 양날의 검

[리뷰] 프리즌

전형화 기자  |  2017.03.20 10:10


전직 형사가 감옥에 들어간다. 그곳엔 왕 노릇 하는 죄수가 있다. 수상쩍다. 죄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돌아간다. 전직 형사에겐 비밀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다. '프리즌'은 왜 지금 이 이야기인지를 물어야 한다.

'프리즌'(감독 나현)은 전직 형사가 감옥에 들어가는 데서 시작된다. 꼴통이라 불리던 전직 형사는 감옥에서도 꼴통짓을 한다. 그가 처넣은 범죄자들이 감옥에 득실댄다. 싸우고 때리고 맞다보니, 그 감옥에서 왕 노릇 하는 사람 눈에 띈다.

정말 왕이다. 죄수지만 간수들까지 설설 긴다. 그가 있는 감옥은 감옥이 아니라 성이다. 이 왕 같은 죄수는, 다른 죄수들을 거느리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범죄를 사주 받는다. 각가지 재주를 갖고 있는 죄수들이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니, 완전 범죄다. 알리바이도 없다. 그러다가 그 중 한 범죄자가 도망친다.

왕 같은 죄수는, 사람 찾는데 일가견이 있는 전직 형사에게 도망친 범죄자 찾기를 맡긴다. 성공적이다. 신임을 얻은 전직 형사는 왕 같은 죄수에 눈에 들어 2인자 자리까지 오른다.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 감옥에선 왕 노릇 하는 죄수를 못 마땅해 하는 다른 범죄자들이 쿠테타를 계획한다. 교정당국은 그 감옥이 수상하다며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죄수 눈치 보기 힘들어하던 교도소장도 생각이 많아진다.

과연 이 감옥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프리즌'은 은유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를 하는 대신 배경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막 구속된 시기로 가져왔다. 나라 전체를 군대처럼, 감옥처럼, 꾸리고 군림하던 시대가 막 끝났던 시기. 문민 정부가 들어서 옛 것에 칼을 대던 시기. 뭔가를 얻기 위해선 가장 권력을 쥔 사람을 끌어내려야 하는 게 당연하던 때. '프리즌'은 그 시기를 감옥에 비유하면서 오늘을 묻는다.

과연 지금은 다른가. 감옥의 왕은 반항하는 자들의 눈알을 뽑는 잔혹함으로 지배한다. 공포와 탄압. 돈으로 매수하고 길들인다. 돈과 권력. 언제나 세상의 이치는 비슷하다. 그 달콤한 권력을 뺏기 위해 또 다른 조폭들이 움직인다. 권력을 탐해, 그 자리를 노려,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란 언제나 비슷비슷하다.

감옥의 왕에 붙은 전직 형사. 감옥의 왕에게 세상 이치를 배운다. 권력을 갖기 위해선 가장 센 놈을 꺾으면 된다는 말. 그 말을 따르면서 나름의 정의를 지키려 한다. 이 세 갈래의 이야기는 정반합으로 달려가 지금에 의미가 있어야 했다.

아쉽게도 '프리즌'은 이야기를 풀었지만 마무리가 어설펐다. 언더커버 이야기에 브로맨스, 폭력과 액션을 교합해 이끌었지만 속도가 미진하다. 감옥의 왕에 너무 큰 비중을 실었다. 감옥의 왕 역할을 맡은 한석규 이야기가 전체를 지배하면서, 추악한 왕을 끌어내리는 이야기가 아닌, 쫓겨난 왕 이야기가 됐다. 왕 같이 군림하다가 막 쫓겨난 사람이 있는 지금과, 맞을 듯 맞지 않는다.

한석규는 '프리즌'에 양날의 검이다. 그라서 감옥의 왕이 적합했다. 그라서 영화를 지배했다. 그라서 호흡이 느리다. 전직 형사를 맡은 김래원은 '해바라기' 이후 오랜만에 그가 잘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적당히 꼴통이고, 적당히 정의로운. 한석규와 브로맨스까진 아니지만 형과 동생 같은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그려지는 건, 김래원의 공이다.

'프리즌'은 어둡다. 촬영은 높낮이로 권력 관계를 은유하고, 조명은 빛을 줄어 빛을 갈망하게 했다. 팬옵티콘(원형감옥)은 아니더라도, 감시와 공포와 권력을 그리는 데 적합했다. 음악은 지독히 클리셰다. 진부하다. 장면에 맞게 울리고 두드린다.

'프리즌'은 감옥이나 세상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공포와 돈으로 지배하는 왕은 끌어내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야기 조절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질문은 그럼에도 의미가 있다.

3월2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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