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깃털처럼 가벼운 사기꾼 잡는 사기극

[리뷰] 원라인

전형화 기자  |  2017.03.21 16:45


대출 사기다. 그런데 서민 등꼴 빼먹는 게 아니다. 서민을 이용해 은행 등 치는 사기다. 이 사기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일까? 착한 사기일까? '원라인'은 이런 질문과 답이다.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말끔하고 순둥이 같은 대학생(임시완)이 대출 사기를 문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사기단 신기하다. 은행에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가짜 직업 만들어주고 돈을 타내게 만들어준다. 수수료만 받는다.

이 대학생 만만찮다. 어리바리하게 생겨서 수수료 떼주기 싫어 사기단을 사기 친다. 대출 사기단 보스 장 과장(진구)은 이 대학생이 마음에 든다. 1년에 5억 벌게 해주겠다며 스카웃한다. 이 대학생 이름은 민 대리가 된다. 성이 민씨가 아니어서 민 대리다. 이 사기단, 박 실장은 박씨가 아니어서 박 실장(박병은)이고, 송 차장(이동휘)은 송씨가 아니어서 송 차장이다. 민 대리는 대출 사기단에서 승승장구한다. 어느새 2인자 박 실장 실적을 넘본다.

박 실장은 딴 생각을 한다. 1인자 장 과장을 제끼고 은행업에 진출하려 한다. 결국 배신에 배신으로, 장 과장은 잠수를 탄다. 1인자가 떠난 자리를 박 실장이,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사기꾼 민 대리가 꿰찬다.

민 대리는 힘만 센 전직 조폭 기태(박종환), 성적표 위조하던 대학교 후배(박유환), 개인 정보 모으던 홍대리(김선영), 술집 마담으로 수면제 먹여 술꾼들 등 치던 대학 동기(왕지원)와 신종 대출 사기단 원라인을 꾸린다. 잘 나간다.

박 실장은 송 차장(이동휘)과 은행 직원들까지 포함한 대형 사기극을 벌인다. 은행에 사기 대출 알선을 하는 민 대리 일당과 달리 자동차 사기 대출, 전세금 사기 대출로 서민들 고혈을 쥐어짠다.

마침내 은행 인수를 눈앞에 둔 박 실장은 민 대리가 거슬린다. 민 대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수 탄 장 과장을 찾는다. 과연 사기에 사기, 뒤통수에 뒤통수를 쉬지 않고 후려치는 이 사기극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원라인'은 이분법적 세계다. 가난하고 불쌍하고 착한 서민. 그 서민을 등 처먹는 돈 많은 사람들. 그 사이를 오가며 돈 버는 사기꾼들. 그들을 쫓는 경찰, 검찰 등이 한심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사기극이니 뻔하다. 누가 더 잘 속이냐, 누가 더 착하게 속이냐, 착하게 속인다는 게 말이 되냐로 이어진다. 악한 사기꾼과 착한 사기꾼의 대결, 그리고 착한 결말. 깃털처럼 가볍다. 착한 사기꾼들이어야 하니 개심도 해야 한다. 돈만 밝히다가 피해자들의 고통에 눈 떠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초반 빠르고 경쾌한 호흡은 착한 영화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하염없이 늘어진다. 사연도 털어놓고, 진심도 호소하고, 사회적인 의미도 뿌려야 했던 탓이다. 착한 선택을 이미 다 해놨기에, 결말의 긴장감이 크게 준다.

캐릭터들은 한숨에도 날아갈 듯 가볍다. 이 가벼움은 초반에는 분명 장점이었다. 순박하게 생겨서 뒤통수 치는 임시완, 전설적인 사기꾼이라고 하기엔 어려보이지만 나름 무게가 느껴지는 진구, 그냥 악질 사기꾼 박병은에, 늘 하던 대로 껄렁이는 이동휘 등은 가볍지만 경쾌했다. 이 가벼움과 경쾌함은 초반 리듬에는 시너지를 냈다. 이 가벼움과 경쾌함은 중반부터 착하고 무게를 찾기 시작하면서 엇박자를 낸다. 이야기를 땅에 붙이려 할수록 캐릭터는 공중에 떠버렸다.

힘없고 가난하다고 착한 건 아니다. 반대도 마찬가지. 가벼운 사기극이 너무 무게를 잡았다.

3월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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