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철·임혁필..그들이 '개콘' 900회가 서운한 이유

[문완식의 톡식]

문완식 기자  |  2017.05.16 09:37
개그맨 정종철과 임혁필 /사진=스타뉴스


"나름 저에겐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난 900회인지도 몰랐다. 많이 아쉽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개그맨 정종철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기서 '친정'이라고 언급한 프로그램은 오는 28일 방송 900회를 맞는 KBS 2TV '개그콘서트'다.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옥동자', '골목대장 마빡이'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정종철은 "아는 동생이 레전드 19중 8개가 형 코너라고 자랑스럽다며 형은 900회 왜 안 나왔어 묻는데 할 말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개그콘서트' 제작진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900회라며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게 아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분들께 웃음 드리려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하길 바란다"며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왜 '웃찾사'를 가고 '코빅'을 가는지 깊게 생각하시기 바란다. '개콘'을 지키는 개그맨들은 티슈가 아니다"고 했다.

정종철의 이 같은 글에 과거 함께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던 임혁필은 댓글로 역시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동자야(정종철)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과 아무 상관 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고 지난 14일 900회 특집 1회에 유재석 등 특별 게스트들이 대거 출연한 것을 꼬집었다.

임혁필의 이러한 글은 그러나 애꿎은 유재석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고, 정종철은 사과와 함께 임혁필의 댓글을 삭제했다.

'개그콘서트' 900회는 국내 방송사(史)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다. '국민MC' 유재석이 후배 개그맨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특별 게스트로 출연을 결심한 것을 보더라도 선후배 개그맨 가릴 것 없이 경사스러운 일이다.

정종철은 그러면 이 같은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었을까. 임혁필은 과연 네티즌의 뭇매를 맞을 만큼 '유재석 저격'을 노렸을까.

정종철과 임혁필은 서운했던 것이다. 그들이 과거 타 방송사로 왜 떠났는지, 누가 잘못했는지를 떠나 정종철, 임혁필이 '개그콘서트'가 900회를 맞는데 공을 세웠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젊음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 방송이 900회를 맞는 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다만, 그 축제의 장에 초대받지 못한데 서운함은 인간인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유재석 언급은 그러한 서운함이 다소 과하게 표출된 느낌이지만 말이다.

비단 정종철, 임혁필뿐만 아니라 이번 900회 '개그콘서트'에 초대받지 못해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개그맨들은 적지 않다. 이들이 정종철이나 임혁필처럼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나타내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다시 그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900회를 지나는 '개그콘서트'는 이제 1000회를 향해 달려간다. 1000회 특집에는 더도 덜도 말고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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