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두둑한' 루키 김성윤, 삼성 차세대 주역 뜬다

잠실=김동영 기자  |  2017.06.08 06:05
삼성 라이온즈 '고졸 루키' 김성윤. /사진=김동영 기자



"타구가 나에게 오기를 바랐다. 무조건 다이빙 캐치만 생각했다"

삼성 라이온즈에 당찬 루키가 등장했다. 만 18세의 고졸 1년차 김성윤이 주인공이다. 젊다 못해 어린 선수지만, 배짱이 보통이 아니다. 삼성이 '될성부른 떡잎'을 품에 안은 모습이다.

원동중-포항제철고를 나온 김성윤은 삼성이 2017년 신인 2차지명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지명한 고졸 신인이다. 계약금 7000만원을 안겼다. 거액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대치는 엿볼 수 있었다.

시작은 2군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를 소화한 김성윤은 타율 0.292, 6타점 1도루, 출루율 0.346, 장타율 0.333, OPS 0.679를 기록했다. 아주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발과 수비력을 갖춘 김성윤을 김한수 감독이 눈여겨 봤고, 지난 4일 김성균을 1군에 불렀다. 김성윤은 4일 KIA전 8회초 대수비로 나가며 1군 무대를 밟았다. 타석도 한 차례 소화했다. 결과는 뜬공.

그리고 6일 '사고'를 쳤다. 팀이 연장 10회초 이승엽의 투런포를 통해 12-10으로 앞선 상황. 10회말 수비에 들어갔다. 김성윤은 9회말 수비부터 배영섭과 교체되어 좌익수로 뛰고 있었다.

10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이 좌측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안타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타구. 하지만 이 타구에 김성윤이 반응했다. 앞으로 달려 내려온 이후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를 선보였다. 결과는 아웃이었다. 천금 같은 수비였다.

간발의 차이였다. 빠졌다면 최소 2루타였다. 무사에 주자를 득점권에 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김성윤은 대담했고,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배짱 넘치는 루키의 호수비였다.

이후 2사 후 세 번째 타자 정진호의 타구가 3루쪽 파울지역으로 큼지막하게 날아왔고, 김성윤이 또 한 번 먼 거리를 이동해 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중요한 아웃카운트 2개를 홀로 책임진 것이다.

7일 김성윤을 만났다. 전날 경기 10회말 수비부터 물었다. 김성윤은 "나에게 타구가 올 것 같았다.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바라고 있었다. 늘 내가 있는 쪽으로 타구가 많이 오기를 바란다. 어제는 느낌이 더 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자가 치는 순간 무조건 다이빙이라 생각했다. 남들은 대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랬다. 뒤 생각하지 않고 앞뒤 안 보고 저지른 것 같다"라고 웃으며 더했다.

보통 배짱으로 될 일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 '나에게 타구가 오지 마라'라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윤은 반대였다. 필요한 순간 '내가 해내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나아가 김성윤은 자신의 수비에 대해 그리 큰 비중도 두지 않고 있었다. 김성윤은 "크게 딱히 비중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뿐이다. 들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경기 과정을 계속 봐왔고, 팀이 이겨서 기뻤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 데뷔 첫 타석을 소화한 김성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 후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처음 나눴다는 말에는 "2군에서 많이 했다"라며 웃은 뒤 "다 같은 야구다. 크게 다르지 않다. 1군과 2군의 선수만 다를 뿐이다. 똑같은 승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찬 김성윤이지만, 시작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부상이 있었다. 김성윤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니혼햄과의 연습 경기 당시 펜스에 부딪히면서 발목을 다쳤다. 나아지고 있었는데, 2군 캠프로 이동한 후 관리가 잘 안 됐다. 결국 귀군 이후 계속 아파서 재활군으로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도 다쳤다. 3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정리를 하고 있었고, 기계를 옮기다가 왼손이 찍혔다. 그래도 액땜이라 생각했다. 계속 경기에 나갔다면, 지금 같은 열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시작이다. 지치지도 않았다"라고 더했다.

키 이야기도 나왔다. 김성윤의 키는 163cm다. 최단신이다. 하지만 김성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윤은 "키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신경을 쓴 적이 없다. 어차피 타인의 시선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작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았고, 지금도 작다. 그래도 타석에서는 작은 것이 이점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더했다.

이처럼 때로는 덤덤하고, 때로는 당찬 모습을 보인 김성윤이지만 1군에 처음 호출된 날은 많이 놀랐다고 한다. 김성윤은 "저녁에 숙소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양지훈 매니저님이 전화가 왔다. 큰일이 난 줄 알았다. 1군에 가라더라. 얼떨떨했다. 형들이 축하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1군에 와서 환호성을 들었을 때 살짝 기뻤다. 내 행동이 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좋았다. 어제 수비보다는, 그 전에 타석에 섰을 때 소름이 돋았다. 뜬공을 쳤을뿐인데, 환호가 나오더라. 좋아해도 되나 싶었다"라고 더했다.

향후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김성윤은 "내 단점은 파워다.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먼저 말했다. 그러더니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싶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빠른 발과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연습중이다"라고 강조했다.

확실히 보통이 아니다. 한국나이 19살에 불과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에 온 선수답지 않은 멘탈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얻은 리더십과 배짱이 보였다.

김한수 감독은 "김성윤은 캠프에서부터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였다. 힘든 조금 딸린다. 하지만 수비와 주루가 좋다. 대주자가 부족한 팀 사정도 있어서 1군에 불렀다. 경기에서 자신의 힘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아도 장점이 있다. 기습번트 등 능력을 갖췄다. 애초부터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상 때문에 이제야 부른 것이다. 김성윤을 포함해서 2군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는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성윤이 캠프에서부터 시작해 퓨처스리그까지 자신이 할 일을 했고, 능력을 보였다. 이것이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고, 김한수 감독도 확인했다. 이는 1군행으로 이어졌다.

이제 시작이다. 현재 주전 중견수인 박해민도 시작은 대주자였다. 김성윤도 대주자-대수비로 1군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그러라는 법은 없다. 키는 작지만 멘탈과 배짱은 높고 크다. 삼성 차세대 주역을 노리는 김성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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