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하면서 헬멧을 이렇게 닦아본 적은 처음이네요."
17일 광주 KIA전을 앞둔 이형종은 헬멧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보통 헬멧은 기스가 많고 손 떼가 묻어 낡아 보이기 마련이다.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장비도 아니다. 헌데 이형종의 헬멧은 반짝반짝 빛났다.
사비로 주문한 새 헬멧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쓴다는 고품질 헬멧이다. 구단에서 지급하는 일반 헬멧보다 훨씬 튼튼하다. 모양도 약간 다르다. 볼이 넓어 쓰기 편하고 챙은 짧다. 가격은 1.5배 정도다. 다른 팀 선수들은 이미 많이 쓴다고 한다. LG에서는 유강남이 혼자 썼다.
새 헬멧과 함께 타격감도 살아났다. 공교로운 타이밍이다. 극심한 슬럼프로 5월 말 1군에서 말소됐던 이형종은 복귀 후 '광토마'의 폭발력을 되찾았다. 6월 11일 돌아와 6경기 23타수 11안타, 2루타 3개, 홈런 2개다. 4월 한때 0.413까지 솟았던 타율이 말소 당시에는 0.294까지 떨어졌는데 어느새 0.321로 회복했다.
약 2주 정도 2군에 있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데 가장 집중했다. 기술보다는 자신감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잡념을 빼고 자신감을 유지해야 기술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마치 새 마음을 새 헬멧에 담은 듯 이형종의 질주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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