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엄태웅 없던 '포크레인' 시사..대신 전해진 이야기

김현록 기자  |  2017.07.22 07:39
사진='포크레인' 스틸컷


엄태웅의 복귀 영화였지만 시사회에 엄태웅은 없었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필름)의 언론배급시사회. 이어진 간담회에 나선 이는 이주형 감독 혼자였습니다. 성추문 이후 칩거 중인 주연배우 엄태웅이 공식석상에 나서기에 부담을 느껴 불참하고, 함께 와 힘을 실으려던 제작자 겸 각본의 김기덕 감독 또한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국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포크레인'은 포크레인을 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20년 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이었던 그는 악몽에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다 불현듯 포크레인을 몰고서 당시의 동료, 상사들을 찾아갑니다. "그날, 왜 그곳에 우릴 보냈습니까"라는 그의 질문에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응합니다. 엄태웅은 주인공인 포크레인 기사 강일 역을 맡았습니다. 좀체 입을 열지 않는 과묵한 강일은 엄태웅 본인의 캐릭터와도 닮아 보입니다. 길을 상처내지 않고는 앞으로 갈 수 없는 포크레인의 궤도는 마치 탱크를 연상시킵니다.

불참했다 한들 엄태웅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리 없습니다. 지난해 11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던 그는 고소인의 허위 고소가 인정됐음에도 성매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입니다. '포크레인'은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하던 엄태웅이 감독의 설득에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하고요.

사진='포크레인' 스틸컷


결국 엄태웅의 이야기는 이주형 감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감독 또한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만 엄태웅과 반드시 작업해야 했었다고

그에 따르면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기도 한 포크레인은 5년 전 각본을 쓴 김기덕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미리 구입해 둔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모델도 단종됐고요. 비어 있는 운전석을 보며 이주형 감독이 떠올린 이가 바로 엄태웅이었다 합니다.

"엄태웅 배우에게 꽂혔다고 해야 하나. 다른 좋은 분들이 앉아도 이상하게 어룰리지 않고. 내적 표현과 아픔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공이 있고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길 바랐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입니다.

설득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이 감독은 "제가 끝없이 엄태웅 배우에게 제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물론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다. 엄태웅 배우로선 고민할 것이 많았다. 엄태웅 배우도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거절도 여러 번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감독은 엄태웅에게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합니다. 첨부된 동영상에는 포크레인 운전을 연습하는 엄태웅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연하겠다는 답변이었던 거죠. 실제로 몇 주 동안 포크레인 운전을 연습하고 촬영에 임한 엄태웅은 영화의 모든 포크레인 운전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했습니다. 촬영이 마무리될 즈음엔 실제 기사 수준이 됐다고요. 빠듯한 예산에 12회차 동안 장편 영화 한 편을 만들어야 했던 감독과 스태프로서는 더할 나 위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모든 이가 피해자로 남은 5.18을 조명하고 싶었다는 이주형 감독은 엄태웅의 불참에 대한 양해를 대신 구했습니다. 그는 "(엄태웅씨가) 불참하게 됐다. 아직은 민감한 시기라 저희도 이해하는 부분"이라며 엄태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신작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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