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김현석 감독 "'아이캔스피크', 위안부 표현 고민 많았죠"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 인터뷰

이경호 기자  |  2017.09.14 09:30
김현석 감독/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쎄시봉'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김현석 감독이 이번엔 관객들의 가슴을 움켜쥐고 코 끝을 찡하게 할 이야기로 온다.

김현석 감독은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이제훈,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 감독의 이번 작품은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영어를 통해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다.

이 휴먼 코미디는 단순히 웃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극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뜻하지 않은 감동이 있는 '아이 캔 스피크'.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코믹 영화에 위안부 소재를 다뤘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

▶ 사실 영화 기획은 제가 한 것은 아니었다. 제작사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으면서 시나리오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다가 고만고만한 코미디라고 생각해서 거절하려고 했었다.

-감독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 시나리오를 읽다가 위안부 문제가 드러났다. 그 지점부터 빨려들었다. 무거운 주제인데, 다루는 방식이나 시선이 그동안의 것과는 달랐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연출을 맞게 됐다.

-자신이 있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 소재가 무겁고,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가 기존 영화에서 다뤘던 것과는 달랐다. 그것에 의욕이 생겼다. 남이 잘 안 가는 길인 것 같아서 하게 됐다.

-감독으로서 '아이 캔 스피크'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를 두고 가만히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가만히 있지 마라'는 게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영화에서도 얘기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가 문제와 관객들의 연결고리가 됐으면 했다.

-코미디에 위안부 문제를 가려 놓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이 문제에 대해 모르고 보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중반까지 코미디인데, 후반부에 확 달라질 분위기에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두하면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조절하려고 애를 썼다. 또 후반부에 등장할 상황들에 대해 일부러 복선을 깔아놓지 않았다. 웃고 있는 옥분을 보면서 다른 감정이 느껴질 것 같아서다.

김현석 감독/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군자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 신이 인상 깊었다. 영화의 최고의 신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은데,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

▶ 중요한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큰 예산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로케이션까지 감행했다. 또 10년 전 실제 있던 일을 다룬 것이라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았다. 똑같은 상황을 연출한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옥분이 워싱턴에서 증언하는 장면은 김군자 할머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증언한 것을 가져온 것이다. 또 영어로 하는 말들도 영화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당시 증언 장면 묘사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고생도 많았다. 다행히 모자란 컷이 없이 촬영을 해서 기적인가 싶었다. 또 나문희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무엇보다 옥분이가 하고 싶은 말, 우리들이 하고 싶은 말이 진실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모두가 견디어 냈던 것 같다.

-주인공 옥분으로 나문희를 캐스팅 한 이유가 있나.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문희 선생님이 떠올랐다. 제작자와 통화를 할 때도 그 분을 얘기 했더니 이미 캐스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옥분은 그 분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다.

-70세가 넘는 고령의 나문희와 촬영은 괜찮았나.

▶ 체력적으로 힘드실 것이라 생각해 배려를 해야 했다. 저희는 최대한 배려할 수 있는 한 다 했다는 생각이긴 한데, 그래도 힘드셨을 거다. 그래도 100% 이상을 해냈다. 정말 존경스럽고 감탄한다.

김현석 감독/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에서 옥분의 분위기가 전, 후반에 사뭇 달라지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특히 배우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 우선 캐릭터 이입을 위해서 자유롭게 풀어드리는 쪽으로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과거가 아니라 후일담, 현재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상처를 감추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옆집 할머니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고민이었다.

- 나문희와 함께 주연을 맡은 이제훈의 활약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과장된 표정이나 표현이 없었음에도 웃음과 감동이 있었다. 특별한 비법이 있었나.

▶ 제훈 씨는 개인기로 웃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정확한 연기를 한다. 연기로 눈 앞의 이익을 쫓지 않는다. 고전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 신을 두고 자신이 납득이 된 것을 연기로 보여준다. 품격이 있는 배우다.

- 이제훈이 극중 나문희를 챙기는 장면들이 몇몇 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특히 길에서 휘청하는 나문희를 부축하는 장면은 연기 같지가 않았다. 애드리브였나.

▶ 이태원에서 걷는 장면인데, 애드리브는 아니었다. 연기인데, 실제 몸에 배인 게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이 장면을 여자 스태프들이 좋아했는데, 저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장면은 편집도 생각했었는데, 스태프들 반응에 편집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간 나문희, 이제훈의 활약은 얼마나 만족하는가.

▶ 두 분 모두 잘 해주셨다. 나문희 선생님이 연기로 잘 해주신 것은 당연했다. 제훈 씨 역시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영화에서 나문희 선생님이 돋보이는데, 제훈 씨가 안 보이면 안 되었다. 나올 때 나와주는 그런 활약은 대단했다.

김현석 감독/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는 위안부 문제도 있지만, 공무원(구청 직원)들을 풍자하는 부분도 있다. 예로 "가만히 있자"라고 공부원들이 하는 얘기가 그렇다. 의도한 것인가.

▶ 일부는 그렇다. 희화한 부분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을 두고 '철밥통'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과 영화에서 하는 말인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내용과 엮어 보려고 했다. 일부 공무원들의 자기 자리만 찾고, 뭔가 발생될 일에 대해 하지 않으려는 부분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 담지 못하고 편집한 게 많다.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영화의 큰 맥락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개봉 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으면 하는가.

▶ 그건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에 우리가 생각해야 될 문제들은 인물이나 대사로 담았다. 역사와 관련해 남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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