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문근영 "더 자유롭고 싶다"

전형화 기자  |  2017.10.24 09:51
문근영/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문근영(30)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주연을 맡은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11년 만이며, 조연을 맡은 '사도' 이후론 2년 만이다. '장화, 홍련' '어린 신부' 이후 한 때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며 스크린을 수놓았던 문근영은 어느새 영화와 멀어졌다.

그랬던 문근영이 29살 시절 찍었던 '유리정원'이 25일 관객과 만난다. 문근영은 지난 2월 오른쪽 팔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한 뒤 급성구획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수술을 했다. 이후 건강 회복을 위해 치료와 안정을 취해왔다. 그랬던 문근영이기에 '유리정원'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서는 건 긴장의 연속이었다.

문근영은 '유리정원'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떻게 보일까, 또 아프고 난 뒤 복귀라 긴장되고 부담됐다"고 털어놨다.

'유리정원'은 사랑하는 사람과 연구결과를 빼앗긴 과학도가 숲 속 유리정원에서 인공혈액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그런 그녀를 안 팔리는 소설가가 훔쳐 보면서 소설을 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외롭고 스스로에 가라앉은 영화 속 모습이, 29살의 문근영과 겹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섰는데.

▶긴장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처음이기도 하고. 내 연기를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프고 난 뒤 복귀하는 거라 주변도 그렇고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됐다.

-'유리정원'은 왜 선택했나.

▶흥행이나 대중성은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했다. 덧붙이자면 남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캐릭터와 이야기, 신수원 감독님 모두 매력적이었다.

-그간 문근영에 덧씌어진 국민여동생이란 이미지를 고려해 선택하진 않았나.

▶사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다. 뭔가 바꾸고 변신하고 싶다는 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그런 이유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배우로서 더 많은 걸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게 결과적으로 변화와 변신을 하려는 이유였다. 단순히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깨기 위해 변화, 변신을 추구한 적은 없다.

-30살까지 따라붙는 국민여동생이란 칭호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연기하는 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그게 해를 끼쳤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그걸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국민여동생)더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더 자유롭다거나. 그런 타이틀이 짐이나 숙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편해졌다.

-'유리정원'에서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나.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로 납득하기보다 감정이입을 시키거나 그 감정을 전달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기를 드러내는 것도 미친 과학도나 엽기녀가 아니라 왜 그랬는지를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리정원' 속 캐릭터는 상황만 보면 남자에게 버림받고 그 상처로 외롭게 틀어박히는 여자인데. 수동적인 삶이 드러나는.

▶능동인지 수동인지는 잘 모르겠다. 타인 때문에 생긴 상처로 그런 선택을 한다면 수동적일 테고, 내 선택으로 그런 삶을 택했다면 능동적일 테니깐. 상처는 타인에게서 온 것인데 그걸 내 안에서 두고 방어막을 치거나 치유하거나 다른 무언가로 발현하는 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문근영/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어릴 적부터 선택한 삶으로 원하지 않는 상처를 받고 그 때문에 방어막을 치거나 치유하거나 발현한다는 게 실제 문근영과도 닮은 것 같은데.

▶조금 닮았다고 생각한다. '유리정원' 카피처럼 순수해서 더 오염받기 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이 여자는 왜 상처를 그렇게 받았을까라고 생각했다. 걸었던 내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 만큼 돌아오지 않아서 그렇게 상실감과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 상처를 안고 도망쳐서 자기를 보호하고 싶어서 만든 공간이 유리정원이다. 하지만 그 유리정원은 안전한 공간인 동시에 얼마든지 깨질 수 있고 어쩌면 깨주길 바라는 공간일 수 있다. 그런 양가적인 마음을 안고 있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문근영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들과 그런 것에 대한 마음과도 닮았나.

▶나를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담스럽다. 과도한 잣대가 무섭다. 공인 자체에 대한 과한 도덕성을 요구한다거나. 자신한테는 관대한 잣대를, 연예인한테는 그렇지 않을 때.

-본격적으로 광기를 드러내는 장면은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미쳐서 눈이 도는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욕망이 드러나길 바랐다. 신수원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수위를 합의했다. 가장 테이크가 많았다. 10번 이상 다시 찍었는데 그때마다 새롭게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많았던 것 같던데.

▶촬영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신수원 감독님과는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그런 소통의 감각. 믿음이 기반이 되서 일을 하는 순간들이었다.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촬영은 즐거웠지만 감정은 쉽지 않았다. 시골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와서 다시 촬영을 하는 동안 2~3일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 감정을 다 쏟았는데 도시로 온다니깐 불편하고 괴로웠다. 그래도 예전에는 (스스로의 삶에)위협받을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촬영한다.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이 남자 같다고 하던데.

▶내가 소녀소녀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남자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건강은 완전히 회복됐나.

▶그렇다. 완전히 좋아졌다. 아프고 난 뒤에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겠다고 마음이 바뀌기도 했다. 예전에는 더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접고 포기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살자는 마음이다. 연애도 해야죠.
문근영/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유리정원'에서 자신의 삶을 타인이 훔쳐서 소설을 쓰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데 그걸 충격적이라기 보다는 담담하게 표현하던데.

▶남의 시선에서 항상 자유로웠던 사람이라면 그게 엄청난 공포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그녀는 항상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이라 그랬을 것 같았다.

-'유리정원'에서 춤추는 장면은 '댄서의 순정'에서 춤을 배운 문근영에게 온전히 맡겼을텐데. '유리정원' 속 모습이 29살 문근영의 모습, 그때까지 쌓아온 것들이 다 투영됐다고 생각하나.

▶조심스럽다. 정말 그렇다고 하는 순간 내 한계를 인정하고 가능성을 닫아버릴 것 같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같고. 그저 앞으로 더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간 영화보다는 TV드라마를 더 많이 했는데.

▶핑계라면 드라마를 하다보니 영화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그러니 영화 제안이 줄고 드라마 제안이 더 많기도 하고. 그래서 못했다.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밖에서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지 못했기에 이런 촬영이 즐거웠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떤가.

▶요즘은 방에 가만히 앉아서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 그런 시기가 지나친 건지, 아니면 안 나가고 지내다보니 익숙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차기작은.

▶아직 뭘 할지 모르겠다. 다만 밝고 명랑한 걸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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