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의 미투 캠페인은 가능할까

김현록 기자  |  2017.12.15 08:16
가림막 뒤에서 여배우 A씨가 입장을 전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2017년을 마감하며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이들'(The Silence Breakers)을 꼽았다. 미투(#MeToo) 캠페인에 동참해 자신 또한 성폭력 피해자임을 당당히 밝힌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 내내 미국은 이들의 목소리로 들썩거렸다. 이들은 우버의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며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들의 추악한 이면을 까발렸고,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역겹고 추잡한 실체를 알렸다. 여배우들을 비롯해 여성 스타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침묵 브레이커였다. 애슐리 주드,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우마 서먼까지 기라성같은 할리우드의 여성 스타들이 미투 캠페인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여혐'과 '페미니즘'이 스크린 안팎에서 화두였던 올해의 한국 영화계 역시 성추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김기덕 감독은 2013년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하며 여배우 A씨를 폭행하고 남자배우의 성기를 잡게 하는 등 폭력과 강요 등의 혐의로 피소됐고, 폭력 혐의로 500만원 약식기소에 처해졌다. 배우 조덕제는 2015년 영화 촬영 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배우 B씨의 속옷을 찢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A씨 측이 검찰에 항고하겠다고 밝혔고, 조덕제 사건은 3심까지 올라간 만큼 아직 완전한 법적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한 상태다.

김기덕 감독이 폭력 혐의를 인정하고 약식 기소된 후에야 14일 어렵사리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배우 A씨는 실루엣과 목소리만을 드러낸 채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입니다"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지난 4년, 그리고 법적 대응에 들어간 지난 1년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미 무고 소송을 각오해야 하니 이쯤에서 그만두란 이야기도 수없이 들었고, 성폭력 피해 고발자들에게 쉽게 덧씌워지는 이른바 '꽃뱀' 혐의 또한 그녀를 피해가지 않았다. 자체가 심각한 명예훼손인 '악플' 또한 필수다. 신상털기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건을 공론화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데 후회하지 않는다며 "미투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투 캠페인은 과연 언제 가능할까.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운 그 누구도 가림막 너머에서 울먹이는 그녀를 차마 앞으로 불러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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