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줌인] 적수가 없었다.. '新황제' 윤성빈의 화려한 대관식

윤성빈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을 품었다. /사진=김창현 기자

한국 스켈레톤의 윤성빈(24·강원도청)이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의 '간판'에서 세계의 '황제'가 되는 순간이다. 적수가 없었다. 폭발적인 질주로 '화려한 대관식'을 만들어냈다.

윤성빈은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4차 주행에서 50초02를 기록했다. 1~4차 주행 합계 3분20초55다. 당당히 1위다.

스켈레톤 '황제'로 불리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두쿠르스를 이긴 바 있지만, 올림픽에서 두쿠르스를 잡고 '새로운 황제'에 등극했다.

애초부터 윤성빈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 7차례 출전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땄다. 심지어 8차 대회를 불참하고도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윤성빈은 오롯이 올림픽을 대비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월드컵 8차 대회를 불참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었고, 유리한 입장이었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달리고 또 달렸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조심성도 보였다. 전략 노출을 피하기 위해 공식 연습 1~2차 주행을 건너뛴 것. 3~4차 연습 주행에서도 아주 완전히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성빈은 자신이 있었다. 연습 주행을 마친 후 "전에 훈련했을 때와 전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쉬워진 느낌이었다. 얼음 상태가 워낙 좋더라. 이전에 훈련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이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잘 됐다. 얼음이 스타트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스트 이벤트 할 때보다는 잘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더했다.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의 주행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실제로 그랬다. 1~4차 주행 내내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15일 1차 주행에서 50초28을 타며 1위에 올랐다.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가지고 있던 50초64를 깼다.

2차 주행은 더 강력했다. 스타트 기록 4초59로 스타트 레코드를 세웠고, 50초07을 타며 트랙 레코드를 곧바로 경신했다. 합계 1분40초35. 1분40초대를 탄 유일한 선수가 됐다.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23·OAR)와 비교해도 0.74초나 빨랐다.

16일에도 기세가 계속됐다. 우선 3차 주행에서 50초18을 기록했다. 스타트 기록은 4초64였다. 1~2차 주행과 비교하면 조금 느렸다. 대신 주행에서 만회했다. 살짝 주춤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록은 50초18이었다. 2차 주행보다 느려도, 1차 주행보다는 빨랐다.

이미 3차 주행까지 2위였던 두쿠르스(2분31초55)보다 1초02나 빠른 상황이었다. 0.01초 단위를 다투는 종목이 스켈레톤이다. 0.1초도 아니고 1초 이상 빨랐다. 여기서 사실상 금메달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당장 이번 올림픽에서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29·독일)이 남자 루지에서 3차 주행까지 1위를 달리다 4차 주행에서 실수를 하며 5위로 떨어지는 일이 일었다. '아차'하는 순간 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4차 주행. 윤성빈은 달랐다. 50초02라는 또 다른 트랙 레코드를 세우며 가장 빨리 달렸다. 합계 3분20초55. 2위 트레구보프보다 1.63초나 빠른 압도적인 1위였다.

윤성빈은 이미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었다. 여기에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더했다. 스타트 레코드와 트랙 레코드까지 만든 것은 차라리 덤이다. 그렇게 윤성빈이 스켈레톤 '황제'에 등극했다. 화려한 대관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