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골든슬럼버', '굴줌마'가 '굴저씨'로 바뀐 까닭은?

전형화 기자  |  2018.02.24 08:30

연극 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고발 이후 문화계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뜨겁습니다. 미투 운동은 단순히 고발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용납되던 불합리한 것들, 잘못된 성의식들의 변화로 분명 이어질 겁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적어도 조심들은 하겠지요.

한국영화계는 몇 년 전부터 기획되는 영화들에서 반여성주의적인 요소를 줄이는 데 신경 써왔습니다. 개봉 후 논란이 일어 흥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지난 14일 개봉한 '골든슬럼버'는 그런 이유로 후시녹음을 다시 했습니다. '골든슬럼버'는 택배기사가 유력 대선후보 폭탄 테러 사건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강동원이 주인공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드문 착하고 오지랖 넓은 역할입니다.

택배기사 역이다 보니, 직업 특성 때문에 겪는 일화들이 등장합니다. 택배를 전하니 내려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일을 겪습니다. 동료 택배기사가 택배를 떠넘기기도 합니다. 현실과 캐릭터 소개, 상황이 맞물리는 설정으로 소개됩니다.

'골든슬럼버'에는 이런 설정의 연장으로 '굴저씨'가 등장합니다. 위기의 순간을 맞은 건우(강동원)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더니 다짜고짜 "오늘 온다던 굴 택배가 왜 안 오느냐. 어디에 둔 것이냐. 상한다"며 중년 남성이 수화기 너머로 소리를 칩니다. "소화전에 있다"는 건우의 말에 사과나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는 무례한 사람입니다. 택배기사들이 흔히 겪는 일일지 모릅니다.

사실 이 목소리 주인공은 원래 중년여성이었습니다. '굴줌마'였습니다. 택배기사에게 무례하게 전화 걸고 용건 확인하고 무례하게 끊는 설정은 똑같았습니다. 시나리오부터 굴줌마였습니다. 그렇게 녹음도 했구요.

제작사는 고민 끝에 굴줌마를 굴저씨로 녹음을 다시 했습니다. 굴줌마가 자칫 여성비하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굴줌마는 통념상 고민 없이 썼던 설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무례하게 전화를 하는 사람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흔히 통념이라며 여자를, 특히 아줌마를 써왔습니다.

통념이란 통해오던 생각이란 뜻입니다. 누군가 깨기 전까진 통념은 바뀌지 않습니다. '골든슬럼버'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런 통념을 깼습니다. 그렇게 통념을 깨도록 만든 건, 아우성 덕입니다. 끈질기게 소리치고, 주장하고, 외치고, 거부한 목소리들 때문입니다. '골든슬럼버'를 만든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반응한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도 끈질긴 아우성들 덕입니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골든슬럼버'를 통해 그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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