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레전드 호러퀸 박지아 "귀신연기 잘하고픈 맘 없어요~"

영화 '곤지암'의 원장귀신..배우 박지아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8.04.11 07:00
배우 박지아 / 사진=홍봉진 기자


"레전드 호러퀸요? 도전하라고 하세요.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은 끔찍한 사건 이후 수십년 전 문을 닫은 정신병원에 공포체험을 하러 떠난 7인의 이야기다. 촬영까지 책임진 신선한 배우들이 내내 활약하는 가운데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영화 '기담'(2007) 이후 한국영화의 대표 호러퀸으로 우뚝 선 배우 박지아(45)다.

지금도 공포물 레전드로 회자되는 '기담'의 엄마 귀신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놨던 그녀는 '곤지암'의 원장 귀신으로 다시 호러팬들과 만났다. 박지아는 "이번엔 약하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스멀스멀 다가오며 긴장감을 더하는 그녀의 존재감이야 두말할 필요 없다.

2002년 데뷔 후 배우로 살아온 지 올해로 18년째. 크고작은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로 관객과 만나온 박지아는 "사실 귀신을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털어놨다. 데뷔부터 도맡다시피 한 강렬한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게 된다는 그녀는 어찌할 도리 없는 천생배우. 그녀는 여전히 "보석같이 빛나는 배우"를 꿈꾼다.

-'기담' 10주년을 맞아 정범식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했다는데.

▶마침 '기담' 10주년이 되는 차였다. '마침 공포영화가 기획됐는데 호러퀸을 다시 출동시켜 봐?' 하셨던 것 같다. '시나리오 보낼 테니 읽어봐 주쇼' 문자를 하신 다음에 정성이 담긴 글을 보내셨더라. 시나리오를 주신다기에 '정상인으로 뭔가 주시는구나' 했는데 다 젊은 애들만 나오더라. '이 와중에 난 언제 끼나' 했는데 어딘지 단번에 알겠더라. 받아들였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기로 했다.(웃음)

배우 박지아 / 사진=메이크엔터테인먼트


-의미심장하게도 극 중 정신병원 폐쇄일이 10.26이 벌어진 1979년 10월 26일이고 생전의 원장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등장한다.

▶시나리오를 쓴 건 촛불시위가 있기 훨씬 이전이었고, 촬영하던 시기가 촛불시위가 막 있을 때였다. 감독님은 의미를 두고 쓰셨고, 다 참고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런 일이 있을 줄 생각을 못하고 촬영을 마무리 했었다. 보시는 분들이 무섭고 재미있게 보셨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재미를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굳이 의미를 찾자고 어렵게 한 건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같은 시간에 멈춰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달라져야 했던 건 아닐까.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바뀌고 얽힌 시공간에 같이 있는 감독님의 발상이 재미있었다. 저는 세상 돌아가는 것과 상관이 없고,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다. 탄핵 즈음에 제 인생 들어 처음 정치적인 눈이 생겼다고 할까. 내가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지는구나 생각도 했었다.

-'기담'의 엄마귀신은 여전한 레전드다. 돌이켜보면 어떤가.

▶잘한 것 같다. 잊힐 만하면 다시 화제가 된다. 자랑스럽다.(웃음) '기담' 후반작업 때 감독님이 전화가 왔다. '그 장면을 보고 여기 난리가 났어요. 스태프들이 못하겠다고' 그러시기에 '감독님은 인사전화를 이렇게 하시는구나' 했다. 당시 '기담' 시사회에도 안 가서 제가 어떤지 몰랐다. 사실 제가 영화에 출연한 건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끌려서였고, 무서워서 화제가 된다니 감이 안 왔던 거다. 나중에 찾아봤는데 나도 무섭더라.(웃음)

현장에서 감독님이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셨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나. 저렇게 감독님이 좋아하는데 눈도 더 크게 떠야 할 것 같고. '잘한다 잘한다'에 힘입어 집중해서 연기했었다.

배우 박지아 / 사진=메이크 엔터테인먼트


-이번 '곤지암'의 원장귀신은 어떤가. 레전드 호러퀸 자리 굳히기인가.

▶아, 이번엔 약해요. 10년 뒤에 한 번 더 가야 하나.(웃음) 다른 장면이 더 무서웠다. 사실 귀신은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선입견이 생겨서 '저 분은 차분한 건 못하지, 웃기는 건 못하지' 이렇게 되지 않나. 잘하고 싶지 않은데, 뭐든 시키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막상 현장에 가서는 '다시요 다시요' 하면서 하고 있더라. 레전드 호러퀸이요? 도전하라고 하세요. 놓치지 않을 거예요. 1등하고 말 거예요.(웃음)

-'기담'도 '곤지암'도 대사며 디테일들을 직접 만들어갔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기담' 때 '방언을 한다'고 돼 있었다고 하시기에 대본을 다시 봤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고 돼 있다. 시나리오는 그뿐이지만 저는 뭐라고 중얼거려야 하는 것 아닌가. 머리를 짜내고 짜내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딸의 대사를 앞뒤로 읽고 하며 입에 붙여서 저만 알 수 있는 말로 연습했다. 제가 만든 대사가 따로 있던 셈이다.

'곤지암'도 뭘 해야 하는 상황이더라. '곡소리가 커진다'고 돼 있었다. 버전을 3개 마련했다. '기담' 고강도 버전, 숨소리 버전, 알 수 없는 괴성까지. 감독님이 '기담' 버전과 숨소리 버전을 해봅시다 했고 지금 숨소리 버전으로 영화가 나왔다. 그 친구가 산 건지 죽은 건지도 모르겠고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것 같아 숨이 놓아지지 않는 지점을 담아보면 어떨까 했던 거다.

-정범식 감독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다음 작업도 함께 하나.

▶'기담'으로 처음 만나 쭉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늘 생각하는 그림이 있고 배우가 찾아온 걸 존중해주신다. 그것이 반영되든 그렇지 않든 거북하지 않게 이야기해서 하게끔 만들어 주신다. 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 배우는 미끼를 던져주면 물기만 하면 된다. 사실 '곤지암'이 이렇게까지 완성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배우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달고 찍은 걸 편집해 붙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걸 보고 '역시 꼼꼼이' 그랬다. 디테일로 통하는 감독님이다. 다음 영화 뭘 하실지 궁금하다. 오감이 번쩍번쩍 해서 다른 사람도 모르는 미세한 기울기를 간파하실 정도다. 다음 작품이야, 쓰임새가 있으면 데려다 쓰실 것이고. 감독님 같이 해요~(웃음)

-젊은 후배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느낌이 어땠는지.

▶어린 친구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 깜짝 놀랐다. 좋은 에너지와 경쟁심이 느껴졌다. 처음엔 초짜였는데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열기를 띠더라. 제가 마지막으로 등장할 때 함께 나오는 위하준 배우는 촬영장에서 인사를 안 하더라. 들었는데 극 중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했다더라. 끝나고 나서야 인사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마음이 예뻤다. 가끔 현장에서 겉멋 든 친구들을 보면 별로 마음이 안 간다. 한 신을 위해서 절박하게 노력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배우 박지아 / 사진=홍봉진 기자


-언급했다시피 호러퀸으로 새삼 회자되지만 스스로는 아쉬움이 있을 법하다. 2002년 데뷔 후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해 왔다. 최근엔 드라마에도 종종 모습을 비췄다.

▶너무 어렵게 센 것들을 하니까, 나란 사람 자체는 그렇지 않은데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건가 생각을 했다. 벗어나려 해도 돌아오는 피드백은 다르더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제가 조바심 낼 일이 아니더라.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 기억에서 이전의 모습이 조금씩 빠지고 새로운 제 모습이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더 많은 것들이 스미고 덮이고 하면서 제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예전이라면 방송도 '그 분은 세지 않아?' 했을 텐데 나이가 들어가고 얼굴도 순해지고 잘 희석되고 있다.

방송도 어렵고도 재미있다. 모든 것을 끌어모아 집중해야 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방송이든 영화든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다. 골라서 할 이유가 굳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드라마에도 보석같이 빛날 수 있는 배우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한다. 연기란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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