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 이장호 감독이 지난 16일 타계한 원로배우 고 최은희를 추모했다.
17일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장호 감독은 고 최은희를 '최선생님'이라 부르며 "여왕적 카리스마의 소유자", "신상옥 감독의 숙명적 동반자"라고 회고했다.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으로 1970~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이장호 감독은 "1965년 연출부로 신필름에 입사했다. 당시 신필름은 월급 받는 사람만 200명이 되는, 충무로에서 가장 큰 영화사였다. 긍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최은희와 남편 신상옥 감독은 당시 신필름을 통해 여러 영화 작업을 함께하며 다양한 대표작을 선보였다.
이장호 감독은 "최 선생님은 여왕적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지만 섬세하시다. 까다롭지만 자상하고, 특히 현장 연기자를 살피시며 여러 말씀을 해 주셨다. 여전히 선생님이란 칭호를 버리지 못한다"고 털어놓으며 "결혼할 때 특히 최 선생님이 주례를 해 주셨다. 당시로선 여성이 주례를 하셨으니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았다. 제가 유명하지 않은 시절 그런 시선을 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저에게는 젊은 날 여러 의미가 있는 위치에 최 선생님이 계신다"고 말했다.
1962년생인 고 최은희는 1942년 연극무대에서 데뷔, 1947년 영화 '새로운 맹서'를 시작으로 무려 13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온 당대 최고의 여배우다. 고전적인 미모와 독보적 카리스마로 사랑받았다. 1967년 안양예술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고, 영화 감독으로서 3편의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 최은희는 1954년 신상옥 감독과 결혼, 신필름을 함께 이끌며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1977년 이혼 후 1978년 1월 홍콩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북됐고 그해 7월 신상옥 감독까지 납북되는 사건은 당대 큰 충격을 안겼다. 신상옥 감독과 북에서 재결합한 고인은 북한에서 영화를 선보이며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던 중 탈출에 성공,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1999년 영구 귀국했다. 신상옥 감독은 2006년 4월 11일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장호 감독은 고 최은희가 최근 몇 년간 투병하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받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며 "이렇게 떠나신 것이 안타깝지만 오랜 투병 소식을 들어왔기에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떠나시는구나 싶다"고 고백했다.
이장호 감독은 이어 "저는 신상옥-최은희의 숙명적인 동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한때 이혼을 겪었지만 그것도 장애가 되지 않는, 정말 숙명적인 동반자였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영화 사업 모든 부분에서 함께였다"고도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11일이 신상옥 감독의 12주기였다. 당시 최선생님은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하셨다"며 "그로부터 며칠 되지 않아 부음을 들으니 두 분은 죽음까지 깨뜨리지 못한 숙명적 동반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재차 든다"고 생각에 잠겼다.
한편 고 최은희는 지난 16일 신장투석 중 별세했다. 신정균 감독을 비롯해 슬하에 1남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장지는 안성 천주교 공원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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