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다. 밑도 끝도 없이 뭐가 담백하단 말인가? 음식 맛이? 아니, 드라마가. 바로 Jtbc의 '미스 함무라비'가 그렇다는 얘기다. '미스 함무라비'는 담백하다. 마치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처럼. 그런데 드라마가 담백하다고 하면 뭔가 심심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왜? 흔히들 생각하는 드라마는 자극적이니까.
이런 드라마가 무엇일지 한 번 짚어보자. 남녀 주인공이 있고,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이들을 둘러싼 엄청난 음모와 골이 깊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해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주인공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곤란한 상황에 계속 빠질 뿐 답답할 정도로 해결이 안 된다. 그러면 시청자들 역시 덩달아 이렇게 산재된 문제들이 빨리 해결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란다. 이런 점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있다. 뭐든지 금방 해결되고 갈등이 없으면 밋밋하니까. 또한 시청률과도 비례관계이다. 갈등도, 인물관계도 점점 복잡하면 시청률이 높고, 높은 시청률을 위해 점점 더 드라마는 복잡해진다. 이는 앞뒤 개연성이 없이 자극적인 소재만 나열하는 막장 드라마가 탄생하게 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드라마 시장 속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그야말로 착한 드라마로 우뚝 서 있다. 복잡한 사건도,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도 없다. 그저 법정의 내용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물론 기존의 법정 드라마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법정 드라마 역시 법원을 중심으로 법원, 검사가 주인공일 뿐 전개되는 내용들은 드라마의 공식에 입각해 갈등, 사랑, 복수 등등이 주류를 이루어 왔던 게 사실이다. 반면 '미스 함무라비'는 재판하고 있는 일상의 사건들을 에피소드별로 다루고 있다. 그 사건들 역시 기존의 법정 드라마에서 다루어졌던 것들처럼 대기업, 정치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등의 블록버스터적인 내용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이 중심이다.
담백한 드라마라는 것은 재판정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드라마들은 어떤가.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기싸움을 하며 굵직한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 때로는 검사가, 때로는 변호사가 '정의'의 대변자로 그려지며, 불의에 맞서 싸우고, 법정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셜록 홈즈와 콜롬보 형사, CSI 등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미스 함무라비'는 어떤가? 변호사가 일어서서 증인 심문을 하려고 하자 부장 판사 역의 성동일이 한 마디 한다. "변호사, 앉아서 하세요. 무슨 할리우드 영화인 줄 알아요?"라고 말이다. 그 동안 착각(?)하고 있던 법정 모습, 이에 대한 거품을 쫙 빼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
'미스 함무라비'에선 전지전능한 능력의 주인공들이 나오지 않는다. 판사가 대단하고 엄청나고 고귀한 '사'자 직업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세상이 조금은 더 공정하고,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로 나온다. 그래서 드라마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미스 함무라비'를 허구로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일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울린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담담한 이야기 전개, 이것이 바로 '미스 함무라비'의 저력이 아닐까.
▫'미스 함무라비', 판사라는 화려한 직업보다 솔로몬의 지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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